H.O.T.의 마지막 앨범이 돼버린 5집 <아웃사이드 캐슬> 콘셉트 사진.

H.O.T.의 마지막 앨범이 돼버린 5집 <아웃사이드 캐슬> 콘셉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또다. 'H.O.T. 재결합' 보도에 이은 '사실무근'이라는 멤버들의 멘트. 2001년 해체 이후 반복되는 재결합-사실무근 패턴 속에, 팬들은 꺼내려던 흰 우비를 다시 곱게 넣어야 했다.

지난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는 젝스키스 팬들뿐 아니라 H.O.T. 팬들의 마음까지 들뜨게 했다. 동시대를 뜨겁게 보낸 이들인 만큼 젝스키스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추억 속 오빠들, H.O.T.를 함께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지난 25일 한 매체는 H.O.T.의 9월 콘서트설을 보도했다. 그간 수없이 반복됐던 컴백설 오보에 "H.O.T. 재결합은 티켓 사이트의 예매 공지가 뜨기 전까진 믿을 수 없다"고까지 단련된 팬들이지만, 이번만큼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9월', '잠실 주경기장 대관 완료'라는 구체적 정황이 함께였기 때문이다.

9월... 잠실 주경기장... 하지만 역시나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흰 우비 소녀들. 위 사진은 1998년 드림콘서트, 아래 사진은 H.O.T. 출신 장우혁·토니안·이재원이 결성한 JTL 공식 팬클럽 From JTL 창단식(2002) 사진이다. 2001년 H.O.T. 해체 이후, 팬클럽도 H.I.T., K.I.T., From JTL로 분리됐다. 하지만 팬들은 H.O.T.의 상징인 흰 풍선과 흰 우비를 유지하며 H.O.T.를 잊지 않았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흰 우비 소녀들. 위 사진은 1998년 드림콘서트, 아래 사진은 H.O.T. 출신 장우혁·토니안·이재원이 결성한 JTL 공식 팬클럽 From JTL 창단식(2002) 사진이다. 2001년 H.O.T. 해체 이후, 팬클럽도 H.I.T., K.I.T., From JTL로 분리됐다. 하지만 팬들은 H.O.T.의 상징인 흰 풍선과 흰 우비를 유지하며 H.O.T.를 잊지 않았다.


잠실 주경기장은 H.O.T.와 팬들에게 뜻깊은 곳이다. H.O.T.는 1999년 9월 18일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드림콘서트, 그린콘서트, 012콘서트 등 90년대에 흥했던 대형 콘서트마다 거대한 흰 풍선의 물결이 장관을 이뤘고, 팬미팅은 물론 2001년 2월 열린 마지막 콘서트까지, 잠실 주경기장은 H.O.T.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게다가 2016년 9월은 H.O.T.가 데뷔한 지 꼭 20년째가 되는 달이다. H.O.T.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2016년 9월, 잠실 주경기장'이라는 대목에서 이번엔 진짜?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오보였다. H.O.T. 멤버들이 속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오마이스타>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 주경기장에도 확인해봤지만 "9월 대관 예약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재결합설의 역사

 2001년 2월 27일, H.O.T.의 마지막 공연이 돼버린 227콘서트 시작 직전 모습. 팬들도 멤버들도, 이날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01년 2월 27일, H.O.T.의 마지막 공연이 돼버린 227콘서트 시작 직전 모습. 팬들도 멤버들도, 이날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H.O.T.의 재결합설은 해체 2년 만에 100억 원대의 계약금을 받고 중국에서 한시적으로 재결성된다는 보도가 나온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되는 '한류'라는 단어는 2000년 H.O.T.의 베이징 콘서트 당시 열광하는 현지 청소년들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언론이 처음 쓴 말이다. 하지만 1년 만에 H.O.T.가 해체하면서 한류가 한풀 꺾여버렸고, 한 통신 기업이 H.O.T. 공연에 100억을 배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H.O.T. 멤버들은 여러 인터뷰 및 방송 출연을 통해 "당시 재결합을 논의중이었지만 팬들에게 일확천금을 노리고 모이는 것 같은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은 당시 H.O.T.의 위세와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액수였지만, 오히려 H.O.T. 재결합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후로도 H.O.T. 재결합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1년 막내 이재원의 제대 날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가 마중을 나가는 등 과거 불화설을 딛고 다섯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잦아진 이후로는 그 빈도가 더 잦아졌다. 지난해인 2015년에만 9월, 11월, 12월 세 차례, 그리고 올해 1월에도 컴백이 확실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H.O.T. 멤버들은 재결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모두 마음은 있지만 조율할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단지 뿔뿔이 흩어진 다섯 멤버들의 회사 문제 등 서류상, 계약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고의 그룹이었던 만큼, 다시 모인다면 시점이나 모양새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20주년 콘서트'가 보도된 후 문희준은 25일 KBS COOL FM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에서 "노력하는 중이고, 되든 안 되든 결정이 되면 우리 입으로 밝히고 싶은데,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기사가 나와 난감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문희준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팬들에게 계속 아니라고 말씀드리기도 죄송하고, 힘이 빠진다"면서 확정되지 않은 콘서트 소식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god, 젝스키스... 다음은 H.O.T.?

 지난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 '토토카 시즌 2, 젝스키스 게릴라콘서트' 현장. 이날 젝스키스는 지난 2000년 해체된 이후 16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은퇴 이후 종적을 감췄던 고지용을 제외한 5명 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 '토토카 시즌 2, 젝스키스 게릴라콘서트' 현장. 이날 젝스키스는 지난 2000년 해체된 이후 16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과거와 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할까. god에 이어 젝스키스까지 재결합 공연을 열었다. H.O.T.라는 그룹명의 상표권 및 모든 권한이 SM에 있어 재결합을 위해서는 SM의 협조가 필요한데,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과 멤버들이 함께 만났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올해는 '데뷔 20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알려졌다시피, 젝스키스의 컴백 공연은 게릴라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전에 공연 소식이 새나가면서 팬들과 멤버들이 16년간 기다려온 젝키의 첫 무대는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이뤄졌다. 물론 그 이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이 열렸고, 휴게소와 민속촌에서의 공연은 <무한도전>의 예능적인 재미와 즐거움을 더했다. 하지만 본래 계획대로 젝스키스의 공연 사실이 당일 전해졌다면, 16년 만에 공연하는 '컴백'과 '커플'이 오랜 시간 오롯이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 앞에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분위기가 무르익은만큼 자칫 예기치 못한 사소한 사건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팬들과 H.O.T.가 기다리고 있는 건 '재결합 보도'가 아니라, 재결합 그 자체다. 팬들은 15년을 기다리고 있다.

 7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제28사단에서 열린 5인조 그룹 H.O.T 멤버 이재원의 군 전역식에서 지난 2001년 해체된 H.O.T 멤버들이 7년 만에 다시 모여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타,문희준,이재원,장우혁,토니안. 2011.3.7

2011년 3월 7일 막내 이재원의 군 전역식에 모두 모인 H.O.T. 멤버들. ⓒ 연합뉴스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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