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지난 3월 21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2016년 10월 6일로 예정된 부산국제영화제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산시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 모쪼록 영화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강력하게 바란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8일 오전 발표한 결의문 중 일부다. 드디어 영화인들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부산시를 향해서다. 지난 3월 21일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 '불참 선언'으로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이다.

비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영화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006년 스크린쿼터 투쟁 이후 처음이다.

비대위 측은 지난 4월 1일부터 1주일간 실시한 전화와 SNS 설문에서 응답자 중 90%가 넘는 회원이 보이콧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설문엔 단체별 회원 과반수가 응답했다. 한국의 영화인들 대다수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끝내 BIFF 안열리나... 영화인 비대위, 보이콧 결의문 발표 (전문)

분노한 영화인들

지난주 사석에서 만난 한 영화인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해법은 이제 없는 거냐"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영화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지난 3월 "영화제는 전쟁터가 아니다"라며 부산시를 꼬집은 바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관계자 역시 어두운 표정을 여전히 감추지 못했다. 지난 11일 부산시가 부산지방법원에 낸 '신규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신규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은 본안소송 때까지 정지됐다.

지난 3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부산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와 영화인들을 분노케 한 소식 중 하나였다. 반면 부산시 측은 지난 3월 영화인들의 보이콧 경고와 총선 정국 이후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제21회 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는 가처분 신청 소송과 검찰 조사라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한다. 보이콧이라는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서병수 시장 측의 대응에 영화인들의 분노를 점점 고조되고 있다.

치졸한 부산시

 2016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포스터.

2016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포스터. ⓒ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촉발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4년 임기 중 3년 차를 맞은 서병수 시장과 부산시는 지역 이미지는 물론 실질적인 경제효과까지 확연히 예정된 부산국제영화제 죽이기를 언제까지 이어갈 셈인가.

부산시는 한술 더 떠 오는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6 '부산 One Asia 페스티벌'은 한류의 새 버전을 제시하는 부산 최초의 한류 페스티벌입니다, 이번 행사는 한류의 최신 트렌드를 제시할 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교류의 장을 제공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겨냥한 듯 K-POP 콘서트, 드라마 뮤직콘서트, EDM 페스티벌, 한류스타 특별전, 커버댄스 경연대회, 한류스타 팬 사인회 등 단순히 한류에 기댄 중구난방의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부산관광공사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사업단이 주관하고, SBS플러스가 기획·운영 대행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졸하고 어이없다. 이미 세계 영화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파행으로 내몬 부산시가, 그것도 같은 기간에 100억짜리 대규모 문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지역민들은 물론 지역 언론을 비롯한 다수 매체는 지난해 관제행사에 머물렀던 '부산영화관광축제'의 재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및 부산영상콘텐츠밸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4대 영화제로 성장한 성과가 무너질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약속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특별법을 제시하면서 "배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도 했다. 비록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부산시민들은 이번 4.13 총선에서 더민주에 5석을 몰아줬다.

이제 문재인 전 대표와 제1당으로 올라선 더민주가 부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다. 특별법 발의와 함께 더민주 부산 당선자들이 적극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은 부산과 한국 문화계-영화계의 크나큰 손실이자 '표현의 자유'의 심각한 훼손이기 때문이다. 부디, 4.13 총선에서 민의를 확인한 제1야당 더민주가 영화인들이 보이콧으로 한목소리를 낸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해결에 조속히 나서시기를 바란다.

 지난해 10월 1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정적 재정지원과 독립성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BIFF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정적 재정지원과 독립성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BIFF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정민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일지

-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다이빙벨> 부산시 상영취소 요구
- 2014년 12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감사 시작
- 2015. 01. 23. 부산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
- 2015. 01. 24. 부산시 보도자료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
이용관 거취문제 비롯한 인적 쇄신 요구
- 2015. 01. 24. 부산영화제 보도자료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
- 2015. 01. 26. 영화단체연대회의 성명서 발표
- 2015. 01. 27. 영화단체연대회의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 결성
- 2015. 02. 13. 영화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
- 2015. 04. 30. 영진위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공모 결과'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 2015. 06. 16. 영화단체연대회의 영진위 항의 방문
- 2015. 07. 06. 부산영화제 임시총회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위촉
- 2015. 09. 부산시장과 영화계 면담
- 2015. 09. 감사원 검찰 조사 결과 발표
- 2015. 12. 11. 부산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검찰 고발
- 2015. 12. 15. 부산영화제 성명서
부산시의 고발조치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입장

- 2016. 01. 27. 영화단체연대회의 '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 발족
- 2016. 02. 11. 영화단체연대회의 서병수 시장 면담
- 2016. 02. 18. 서병수 시장 조직위원장 사퇴
- 2016. 02. 25. 부산영화제 정기 총회 개최
임시총회 소집요구안 제출/서병수 시장 일방적인 총회 종료
- 2016. 02. 29. 영화단체연대회의 - 임시총회 소집요구 성명서 발표
- 2016. 03. 02. 서병수 시장 기자회견
임시총회 소집요구안 거절/신규 위촉 자문위원(68명) 불인정
- 2016. 03. 03. 부산국제영화제/영화단체연대회의 – 반박 성명서 발표  
- 2016. 03. 08.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임원회 개최
'부산국제영화제 업무집행에 관한 결의안' 채택
- 2016. 03. 09.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 부산시 임원회 결의안에 대한 입장 발표
- 2016. 03. 14. 부산시 부산지방법원에 신규 자문위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 2016. 03. 15. 부산 문화예술인•시민단체 기자회견
- 2016. 03. 21.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 2016. 03. 24.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분, 뉴커런츠부분, 비젼 부분 영화 상영 감독들 긴급 기자회견 예정
- 2016. 03. 24. 검찰, 이용관 집행위원장 소환 조사
- 2016. 04. 07. 검찰, BIFF 부집행위원장 소환 조사
- 2016. 04. 11.  부산지법, 'BIFF 신규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
- 2016. 04. 18. 범 영화인 비대위 영화제 불참 선언


부산국제영화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