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전통적인 '캐릭터쇼'가 붕괴될 모양새다.

MBC <무한도전>의 전통적인 '캐릭터쇼'가 붕괴될 모양새다. ⓒ MBC


MBC <무한도전>이 대단한 프로그램임을 증명하는 수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기본,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은 18개월 연속 1위를 지켜내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11개 예능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진행한 브랜드 평판지수에서도 1위는 <무한도전>의 몫이었다. MBC에서 전문조사기관 나이스 R&C에 의뢰해 조사한 '본방 사수 프로그램(2015)' 1위에도 <무한도전>의 이름이 올랐다.

지난해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하는 한국방송대상에서 16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처음으로 대상을 차지한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더 찾아보면 그 목록은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이제 1위가 너무나도 익숙한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 대단한 수치와는 별개로 최근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간 제기돼 왔던 '위기론'과는 또 다른 질감의 우려가 포착된다. 게스트 의존성이 심해지면서 ,<무한도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쇼'가 붕괴하고 있다는 거다.

시청률(13.8%)이 크게 뛰었던 지난 9일 '퍼펙트센스 두 번째 이야기'만 보더라도, 사실상 이날 방송은 게스트 잔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코와 양세형은 오프닝에서부터 멤버들과 함께 참여했고, 걸그룹 여자친구와 마술사 최현우, 성대모사의 달인 정종철, 김학도, 정성호, 안윤상 등도 모습을 비췄다. 멤버들의 시청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명분으로 출연이 이뤄졌지만, 이날 방송의 재미는 사실상 게스트들로부터 만들어졌다.

 지난 9일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에는 여자친구가 게스트로 나왔다.

9일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특집에는 여자친구가 게스트로 나왔다. ⓒ MBC


'퍼펙트 센스'에 앞서 꾸며진 '웨딩 싱어즈' 특집에서도 장범준과 정용화 등이 게스트로 섭외돼 멤버들과 호흡을 맞췄고, 정준하의 <쇼미더머니> 참여기를 그린 '힙합의 신(神) 민지' 편에서는 지코가 정준하의 힙합 스승으로 초대돼 방송을 꾸민 바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률 특공대' 편에서는 이봉주가 일일 게스트로 나섰으며, 이보다 앞서 방영된 '못친소2'의 경우에는 무려 12명의 게스트가 <무한도전>을 찾았다.

게스트의 잦은 출연... 행여 <무도> 특색 해칠라

잇단 게스트 출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식스맨으로 합류한 광희가 채 적응하기도 전에 정형돈이 건강상의 문제로 이탈하면서 프로그램의 균형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다섯 명이 꾸려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한 명을 추가로 영입했는데,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행스러운 점은, 나머지 멤버들과 제작진이 힘을 합쳐 이 위기를 돌파해나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헬기 몰카' 에피소드처럼 제작진의 재치가 이어지며 <무한도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6~7명의 멤버가 서로 얽히고설켜 역학관계를 만들어 내고, 시청자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그림을 그려내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라면, 지금의 잇단 게스트 특집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외부 게스트의 프로그램 출연은 결국 멤버들이 그간 가지고 있던 '캐릭터'보다는 그날의 '스토리'에 더 초점이 맞춰 방송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준하의 'MC 민지'를 제외하곤, 올해 들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이렇다 할 별명이나 캐릭터가 생기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게스트 특집에 의존하다 보니,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캐릭터 쇼'는 힘을 잃게 된다.

 MBC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편은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꾸민 특집이었다.

MBC <무한도전> '퍼펙트 센스' 편은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꾸민 특집이었다. ⓒ MBC


게스트 특집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게스트들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기존 멤버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광희가 제자리를 잡고, 정형돈까지 돌아오게 된다면, 그땐 게스트 없이도 보다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이 게스트 특집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김태호 PD 스스로가 밝혔듯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할 수 있는 아이템은 한 번쯤 다 해보았기 때문은 아닐지, 혹은 멤버들이 더 이상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아니라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됐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닐지 모르겠다. 

다만 시즌제든 무엇이든 <무한도전>에게도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작정 "무한도전 포에버" 혹은 "이 멤버 리멤버"를 외치기 전에 <무한도전>의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서 제작진과 시청자가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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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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