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 배우들과 김승수 조직위원장, 이충직 집행위원장 ⓒ 전주영화제


'전주는 부산과 다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전체적인 규모가 확대되고, 행사가 한 곳으로 집중화되는 등 바뀌는 모습이 많지만, 무엇보다 도드라지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이 단호하다는 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로 영화계가 비상인 가운데 영화의 해방구로서 영화제의 기본 정신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주요 상영작과 영화제의 기본 개요를 발표했다.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영화제의 특징인 독립영화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어떤 영화든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도록 조직위원장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부산영화제를 탄압하고 있는 부산시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영화제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민들은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표현은 본질적 요소로, 영화 자체가 목적이 아닌 표현이 목적"이라면서 "조직위원장이 할 일은 영화제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제는 페스티벌로 축제다, 전쟁터가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페스티벌이라고 써있지 '배틀 필드(전쟁터)'라고 써있지는 않다"면서 "조직위원장이 할 일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의 각오 :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해직 언론인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가 연출한 <자백>.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영화다.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가 연출한 <자백>.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영화다. ⓒ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모두 45개국 211편이 상영된다. 이중에서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은 두 영화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현실 속에 전주영화제의 각오를 상징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유명 방송PD로 있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이직한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다.

<자백>은 국가정보원의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카메라가 결국 사회와 언론이 외면하는 자백의 거짓을 밝혀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이래 해직된 총 17명의 언론인의 모습과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의 언론통제가 더 강화되는 현실을 담았다.

전주영화제는 지난 2012년 <MB의 추억>을 상영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관심을 받았고, 2013년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때는 군 당국이 법적 소송 방침 등을 밝혀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개막작은 로베르 뷔드로 감독의 <본 투 비 블루>가 선정됐다. 재즈 음악사에 중요한 인물인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일생 중 1960년대를 다룬 작품이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꿈꿨던 예술가의 초상으로 시대를 응시하는 영화다.

폐막작은 2000년 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상영된다. 오래된 영화지만 역사적 가치를 다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선정됐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새롭게 편집된 감독판으로 상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행사 집중

전주영화제를 대표하는 '전주프로젝트 삼인삼색'은 올해부터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꿨다.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와 조재민 감독의 <눈발>, 아르헨티나 루카스 발레타 리너 감독의 <우아한 나체들>이 상영된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에 나서는 영화들이다. 올해는 지난해 개관한 명필름영화학교 1호 작품인 조재민 감독의 <눈발>이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사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전함 포템킨> 상영과 세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원작 영화를 준비한 '세익스피어 인 시네마' 특별전, 현대 칠레 영화의 경향을 볼 수 있는 '모던 칠레 시네마' 등은 전주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이다.

행사 공간이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되고 야외 상영장까지 만들어진 것이 올해 전주영화제의 대표적인 변화다. 새로 문을 연 멀티플렉스 극장이 중심 상영관 역할을 맡게 됐다.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이 신설됐고, 없어졌던 폐막식은 3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시상식은 행사 7일차에 따로 치러진다.

지난해 전주영화제 수장으로 임명돼 올해 첫 행사를 이끌게 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지난해가 영화제의 외연 확장에 중심을 뒀다면 올해는 집중이라는 기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조직의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많이 신경을 썼다, 어떻게 하면 영화제를 안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 전주 고사동에 마련된 야외상영장에서 개막해 5월 7일까지 열흘간 주변 상영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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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7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올해 영화제 주요 상영작을 설명하고 있다. ⓒ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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