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produce101_official)을 통해 공개된 김소혜의 인증샷

<프로듀스 101>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produce101_official)을 통해 공개된 김소혜의 인증샷 ⓒ Mnet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엠넷 <프로듀스 101>,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연습생이 있다. 그녀는 바로 <프로듀스 101>의 히로인, 성장형 주인공으로 불리는 김소혜 연습생이다. 아이돌에 어울리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부족한 실력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방송 초반부터 엄청난 분량을 차지한 그녀는 원래 배우를 준비하는 연습생이었다고 한다. <프로듀스 101>에 참가하게 된 것도 가수의 꿈 때문이 아니었다. 회사가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을 시켰는데 알고 보니 여자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가수의 꿈을 안고 수년간 연습한 쟁쟁한 연습생들 사이에서 (물론 김소혜처럼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들도 많다) 춤도 노래도 못하는 김소혜 연습생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실력과 더불어 원래 배우 지망생이라는 점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그녀의 진정성도 의심케 했다.

부족한 실력과 부족해 보이는 진정성. 그런데도 주인공급으로 많은 분량은, 다른 연습생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수많은 김소혜 안티가 양산되었다. 방송 프로그램 특성상,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에게 분량이 많이 배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김소혜 연습생 한 사람에게 많은 분량이 주어진 것은 불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김소혜 연습생을 응원하고 싶다. 배우 지망생임에 불구하고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에 나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마치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내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연기가 하고 싶었던 김소혜처럼...
전공일치 취업률 이공계와 의약계열을 포함한 대졸자 전공 일치 취업률. 문과만을 기준으로 했을 땐 훨씬 전공 일치 취업률이 낮아진다.

▲ 전공일치 취업률 이공계와 의약계열을 포함한 대졸자 전공 일치 취업률. 문과만을 기준으로 했을 땐 훨씬 전공 일치 취업률이 낮아진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우리나라 대졸 취업자의 30%가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직한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문과 출신들은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내 또래들이 그렇듯이 나도 취업이 잘 안 돼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 첫 직장으로 입사했다. 그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 대학도 나왔는데 놀고 있자니 창피해서, 사람 구실은 해야지 싶어서였다.

단순히 사람 구실을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들어갔던 직장에서는 끊임없이 나의 열정을 확인하려 했다. 나는 그 순간마다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긍정의 대답만 했을 뿐이다. 접해보지 않았던 일이 주어졌을 때 언제나 마음이 위축됐다. 그럼에도 누구도 나에게 업무를 잘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들 자기 일이 너무나 바빴기 때문이다. 일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거나 그런 지적을 받을까봐 마음 졸이는 나날들이 나를 점점 쪼그라들게 했다.

 "소혜야 가수가 하고 싶어?" 심장이 쪼끄라드는 한 마디다.

"소혜야 가수가 하고 싶어?" 심장이 쪼끄라드는 한 마디다. ⓒ Mnet


팀 미션을 위해 춤 연습을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실력의 김소혜 연습생을 보고 배윤정 트레이너가 "가수가 하고 싶어?"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소혜는 정말 가수가 하고 싶었을까. 원래 바라던 자리도 아닌 낯선 곳에서 매일 혼나기만 하는데, 그렇다고 그만두면 갈 곳도 없는 벼랑 끝에서 순종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프로듀스 101> 참가가 다른 연습생들에겐 꿈을 향한 사다리라면 김소혜 연습생에겐 생존을 위한 동아줄처럼 보였다.

내가 그녀에게 처음 느꼈던 안타까움과 별개로 김소혜 연습생은 TOP11에 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갖은 어려움과 질시를 극복하고 생존에 성공한 그녀처럼 살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직한 사람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자리에서 생존에 성공했으면 한다.

김소혜 프로듀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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