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요즘 잔칫집 분위기다. 수요일 목요일 밤 10시만 되면 TV를 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KBS 2TV에 채널을 고정할 만큼, <태양의 후예>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KBS 주중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은 것은 지난 2010년 방영된 <제빵왕 김탁구>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지상파 전체로 넓혀 보아도 2012년 MBC에서 방영된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이나 걸렸을 만큼,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지상파 방송의 약진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다시는 넘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청률 30%의 벽 깨기. 그 어려운 걸 마침내 <태양의 후예>가 해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활용한 KBS의 마케팅 전략도 점점 더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송중기 마케팅'이다. 이 드라마에서 유시진 대위를 연기하는 송중기의 인기가 드라마 방영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이에 편승해보자는 전략이다.

<출발 드림팀2> 이어 <뉴스9>까지?


시작을 알린 건 지난 20일 방영된 KBS 2TV 예능 <출발 드림팀2>이다. 이날 방송은 <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의 액션 본능이 <출발 드림팀2>에서 시작됐다는 '셀프 칭찬'으로 시작했다. 이어 과거 2009년 송중기가 출연했던 방송 자료화면을 무려 30분 가까이 내보내는 등 파격(?)적인 편집을 보여줬다. 

자료화면 만을 가지고 송중기 특집을 완성한 <출발 드림팀2>는 과거 송중기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모두 <태양의 후예>와 연결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이날 <출발 드림팀2>의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지난 주 방송보다 0.5%p가량 올랐다.

'송중기 마케팅'의 두 번째 주자로 KBS 1TV <뉴스9>가 나설 예정이다. 24일 KBS 측은 "다음 주 중 송중기가 출연한다"며 "송중기를 통해 <태양의 후예> 열풍과 드라마의 비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과 출연자를 이용하여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 주요 배우가 예능 나들이에 나서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건 이제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KBS의 송중기 활용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면서도 이 드라마의 인기를 생각해본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는 전략이다.


다만, KBS의 이런 적극적인 마케팅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태양의 후예>가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효자 상품인 만큼, 이 같은 문화콘텐츠 개발에 힘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관광 활성화도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KBS <뉴스9>가 받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드라마가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관을 확립하는 데에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군부대 등에서 시범 시행되는 원격의료와 관련 내용이 드라마에 포함됐다면, 원격의료 홍보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도 한다. 

만약, <태양의 후예>가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원력의료 장면이 포함되거나 졸지에 국방부 홍보 드라마로 전락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중에 다른 이야기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인기 배우라도 자사 프로그램 곳곳에 노출시켜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KBS가 신난 것은 알겠는데 좀 적당히 했으면...'

KBS의 송중기 마케팅을 바라보는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태양의 후예>라는 이 재미있는 드라마에 부디 공영방송 KBS가 오점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