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부산시가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올해 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국내 영화인들이 강수를 던졌다. 부산시에 대한 최후통첩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상황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을 발표했다.

영화인들은 "귀중한 문화적 자산인 영화제를 낡은 정치적 잣대로 덧칠한 최악의 자충수", "부산시민들과 영화인들을 이간질 시키는 막장 드라마"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최근 악화일로 치닫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부산시가 영화인들을 외부 불순세력처럼 몰고, 서울영화인과 부산시민으로 구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행태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최근 신규 선임된 자문위원들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낸 것 역시 묵과할 수 없는 처사로 규정했다.

영화계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약속한 조직위원장 사퇴를 즉각 실행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에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또 신규 위촉 자문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철회와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과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영화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경고다.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부산시장 행태가 사태의 근원"

영화계의 이번 대응은 거의 예견된 수순이었다. 임시총회 요구를 거부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영화계로서는 사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굴복이냐, 투쟁이냐 뿐이었다.

서 시장이 자문위원들에 대한 자격논란을 제기할 때 영화계 인사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20년 간 부산영화제 성장에 기여해온 영화인들을 행정력을 동원해 비하하는 것에 대해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았다. 최근 영화 행사에서 만난 한 중견 영화계 인사는 "부산시장이란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참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마치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민들만의 영화제인 양 영화인들을 외부인 취급한 부산시의 태도도 영화계가 보이콧이라는 강경 대응을 결정한 이유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부산시장의 행태는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라며 "문화적 소양이 없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영화계는 '영화제 보이콧'이라는 강수를 꺼내면서도, 그 대상을 '서병수 시장이 정치적으로 장악하려는 영화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부산시장이 독립성과 자율성 의지가 없기에 그런 레드카펫은 안 밟겠다는 것"이라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있다면) 거리에서 신문지를 깔고 술을 마시던 초창기 영화제처럼 소박하게 치러질 수 있어도 좋다"고 말했다.

임시총회를 둘러싼 싸움은 잠시 숨고르기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지키지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방은진 감독이 행정 홍보물을 이용해 부산영화제 사태를 왜곡하고 있는 부산시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지키지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방은진 감독이 행정 홍보물을 이용해 부산영화제 사태를 왜곡하고 있는 부산시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성하훈


영화계는 쟁점으로 부상했던 임시총회에 대해 자체적으로 소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오늘 우리의 뜻(보이콧)을 밝힌 이상 임시총회 문제는 영화계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화계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최종 보이콧 여부를 각 단체별로 총의를 모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영화계의 전반적 분위기가 부산시와 적당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해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철 감독은 "집으로 소송장 날아드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는 말로 감독조합의 분위기를 전했다. 방은진 감독은 "부산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부산영화제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부산시가 발행한 행정 홍보물을 "찌라시"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단체들 중 감독조합이 보이콧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오늘 발표한 입장의 초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너무 약하다는 감독조합의 의견이 있어서 다시 정리했다"고 전했다.

영화계의 보이콧 선언에 따라 올해 부산영화제는 파행 가능성을 넘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부산영화제 측은 "현재 준비 과정은 특별한 변동 없이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부산영화제 부산시 이용관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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