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몇 년 전부터 '폭풍' 같은 적극적 영입을 선보였다. 에이스 류현진을 메이저리그로 떠나보내며 두둑한 자금이 생겼던 한화는 2013년도 시즌엔 김응용 감독을, 2014년도 시즌엔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하였다. 하지만 '인풋' 대비 '아웃풋'은 시원치 않았다. 이용규와 정근우만으로 팀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한화는 멈추지 않고 얇은 투수진 보강을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장 투수들과 핵심 불펜 자원을 영입했다. 거기에 플러스로 야신 김성근 감독까지 영입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리빌딩 실패로 최하위를 걷던 한화의 대반격을 기대하는 팬이 늘었다.

하지만 한화는 여전히 우승권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우승은커녕 지난 시즌에는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가을야구 진입에 실패했다.

왜일까? 왜 이렇게 굵직한 선수들을 보강하고도 가을 잔치에 초대받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까? 한화의 실패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용병의 활약이 미미했던 점이 가장 뼈아팠다고 과감히 말해보고 싶다.

용병 농사의 실패는 언제까지?

장타 펑펑 지난 2월 14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장인 일본 오키나와 현 야에세 정 코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로사리오가 타격연습을 하고 있다.

▲ 장타 펑펑 지난 2월 14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장인 일본 오키나와 현 야에세 정 코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로사리오가 타격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한화는 지난 시즌뿐만 아니라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용병 농사에 실패했다. 제이 데이비스 이후 타자 용병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2008년도에 영입한 덕 클락과 2011시즌 카림 가르시아, 2014시즌에 영입한 피에가 그나마 잘해줬다. 하지만 덕 클락은 부상으로 팀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피에는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최하위 성적은 막지 못했다.

가르시아는 시즌 중반에 들어와 큰 힘이 되었지만, 그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세 선수 모두 1시즌만 뛴 채 넥센 혹은 해외 팀으로 이적하는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시즌 모건은 T 세리머니만 보여준 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고, 뒤늦게 폭스가 합류했지만, 중간에 부상으로 장기간 나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투수 용병 역시 2008년도에 영입한 마무리 투수 브래드 토마스와 2011년 시즌 중반에 영입한 바티스타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했다. 한화 팬들이 지난 시즌 로저스의 활약에 열광했던 이유는 단순히 성적을 잘 내서만이 아니다. 오랜만에 본 용병의 대활약이었던 점도 크다.

올 시즌 폭스와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용병 영입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했다. 한화 팬들은 과연 어떤 용병이 올지 기대를 걸었다. 외야수일 거란 다수의 예상을 깨고, 한화는 내야수 거포 로사리오를 영입하였다. 또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에스밀 로저스와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2016시즌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왜 로사리오일까? 왜 내야수일까?

대화하는 김성근 감독과 윌린 로사리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2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대화하고 있다.

▲ 대화하는 김성근 감독과 윌린 로사리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 2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올 시즌 피에 같은 스타일의 용병이 영입될 거로 생각했다. 외야수 포지션에서 공·수·주 안정을 갖춰줄 수 있는 용병 영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야수 로사리오가 영입되었다.

로사리오의 포지션은 포수 겸 1루수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데뷔했고 최근엔 부진하여 1루수로 옮겼다고 한다. 로저스와 같은 팀에서 뛰며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고 한다. 성적이나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의문점이 드는 것은 최근 김성근 감독의 로사리오 활용법이었다.

공수 강화를 위해 수비력이 부족한 최진행이나 이성열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수비력이 좋은 외야수 한 명을 더 보강하여 공격과 수비에 안정을 기하겠다는 전략을 언론에 비췄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 로사리오 3루수 기용이라는 키워드도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로사리오 3루수 기용에 실패하였다는 뉴스를 보며 더욱더 아쉬움이 남았다. 외야수 강화라면 피에 같은 스타일의 타자 용병 영입이 더욱더 효율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애당초 로사리오를 3루로 돌리는 모험보다 더욱더 안정적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로사리오를 지명타자로 기용할지 1루수로 기용할지 포수로 기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이왕 영입한 선수라면 자신이 뛰기 가장 편한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랄 뿐이다.

로저스의 올 시즌은? 2번째 용병 투수는 언제쯤?

로저스 호투 지난 2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선발 로저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로저스 호투 지난 2015년 9월 2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선발 로저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들어와 리그를 들썩이게 한 로저스는 올 시즌 총액 190만 달러(약 23억5000만 원)에 한화와 재계약하였다. 필자와 한화 팬들은 로저스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그동안 찾아 헤매던 믿음직한 투수 용병이라는 기대감 외에 류현진 이후 탄생한 확실한 1선발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로저스의 승수에 올 시즌 한화의 성적이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시즌 로저스의 위력을 맛본 구단들은 분명히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로저스에 대한 많은 분석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기에 올 시즌도 로저스가 맹활약할 것이라고 마냥 바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또 시즌 초반부터 레이스에 들어가야 하므로, 그의 체력이 어디까지 버텨줄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저스를 지탱할 두 번째 투수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히스라는 투수와 계약이 성사되는 듯싶었지만 결국 불발된 모양이다. 그동안 투수 농사를 계속해서 실패했기에, 올 시즌만큼은 더더욱 신중한 모습으로 영입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로 비친다.

한화의 오랜 팬인 필자이지만, '팬심'과는 별개로 이글스의 용병 스카우트 능력에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선발 투수들은 번번이 패를 기록했고, 타자들은 부상과 부진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팀에서 걸어 다니는 1점, 걸어 다니는 1승이 되어줘야 할 이들이 부진하니, 팀은 자연스레 하락세를 탔다. 물론 그동안의 부진을 용병 문제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하지만 용병 농사에 매번 실패하는 점 역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한화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한화의 용병농사는 올 시즌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부디 올 시즌만큼은 제발 용병 선수들의 맹활약에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시즌으로 마무리되길 보살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하게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한화이글스 로저스 김성근 로사리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