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tvN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새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2014년 방송된 <라이어 게임> 김홍선 피디와 류용재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카이타니 시노부가 쓴 동명의 일본 만화를 각색한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높은 화제성으로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김홍선-류용재 콤비의 차기작은 <라이어 게임> 시즌2가 아니라 <피리 부는 사나이>이다.

최근 <응답하라> 시리즈, <치즈인더트랩> <시그널> 등 다양한 장르와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이 연이어 성공하며 '믿고 보는 tvN 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거기에 전작 <라이어 게임>으로 인한 기대와 역시나 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까지.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첫선을 보인 <피리부는 사나이>는 어땠을까?

인물의 대비 보여준 1화

 <피리 부는 사나이>는 '믿고 보는' tvN 드라마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피리 부는 사나이>는 '믿고 보는' tvN 드라마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 tvN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로 급파된 기업 협상가 주성찬(신하균 분)과 경찰 특공대에서 위기 협상팀으로 자리를 옮긴 여명하(조윤희 분),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선 주성찬은 동남아시아의 화려한 볼거리와 인질 협상의 긴밀한 상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여명하의 이야기도 극의 비중 면에서 결코 성찬에게 밀리지 않고 진행돼 <피리부는 사나이>를 이끌어 가는 건 서로 다른 컬러를 지닌 주성찬과 여명하, 두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회 마지막, 주성찬은 경각에 달린 애인의 목숨을 앞에 두고 자신이 동남아시아 인질 협상에서 했던 진실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고백한다. 그런데도 애인을 볼모로 잡은 인질은 물론, '피리부는 사나이'에게도 '협상의 기계'라고만 오해받는다.

극 중 성찬은 능수능란한 협상전문가이지만,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자초하고 만다. 그런 그에 비해 이제 막 위기 협상팀에 배치된 여명하는 훈련 과정에서 인질과 인질범의 숨겨진 진실을 간파한다. 그녀가 본능적으로 '진실'에 대한 밝은 눈을 가진 인물임을 통해 성찬에 대비시킨 것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라이어 게임>을 닮았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라이어 게임>과 여러모로 닮은 작품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라이어 게임>과 여러모로 닮은 작품이다. ⓒ tvN


능수능란한 성찬과 아직은 풋내기지만 진실에 밝은 명하. 이 두 대비되는 캐릭터에서 연상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라이어 게임>의 천재 사기꾼이었던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과 무직의 고액 채무자지만 진심으로 모든 역경을 헤쳐가던 남다정(김소은 분)이다. 마치 버전이 바뀐 하우진과 남다정처럼, '협상'이라는 판에 전혀 다른 캐릭터 주성찬과 여명하가 등장한다.

<피리부는 사나이>와 <라이어 게임>의 닮은 점은 두 주인공 캐릭터만이 아니다. 익숙한 목소리도 돌아왔다. <라이어 게임>은 참가자들이 최종 라운드 100억을 향한 진실 게임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진실 게임에서 매 라운드의 진행을 알리던 그 목소리. 강압적이고 단호했던 그 낮은 목소리가 <피리부는 사나이> 1회, 주성찬의 핸드폰 속에서 울려 나온다. <라이어 게임>에서 매 라운드 참가자들의 목줄을 쥐락펴락하던 그 목소리가, 이제 주성찬 애인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며 주성찬의 멱살을 잡고 '진실'을 운운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냉혹한 진실게임을 진행하던 자비심 없던 목소리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익명의 존재로 등장해 주성찬과 여명하를 생사의 갈림길로 내몬다.

주제 의식도 이어진다. <라이어 게임>은 표면적으로는 100억 상금을 둘러싼 인간들의 쟁투를 그렸지만, 라운드마다 승자 독식 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려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피리부는 사나이>도 그저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목소리와의 한판 대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극 중 피리부는 사나이 우화를 들려주며 용산 참사, 혹은 쌍용차 노조 진압 작전이 연상되는 장면을 사용하거나 오정학 팀장(성동일 분)이 협상의 사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는 지강헌의 영상을 사용한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라이어 게임>의 강도영(신성록 분)이 그러했듯, 피리 부는 사나이는 우리 사회의 폐부를 드러내는 위악적 존재가 될 것이다.

시즌2에 대한 부담 대신 새로운 판을 통해 <라이어 게임>의 캐릭터와 주제 의식을 이어간 <피리부는 사나이> 1회. 김홍선, 류용재 콤비의 또 다른, 새로운 버전의 <라이어 게임>이 기대된다.

피리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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