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연습하고 있는 최민정(앞), 심석희(뒤)

7일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연습하고 있는 최민정(앞), 심석희(뒤) ⓒ 박영진


세계 최강의 쇼트트랙 선수를 가리는 세계선수권 대회가 8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 오는 11~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2016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가 개최된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이 대회는,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빙상종목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이벤트다. 한국 쇼트트랙은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아 남녀 동반 우승을 꿈꾸고 있다.

[남자부] 돌아온 곽윤기, 두 번째 챔피언 가능할까?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곽윤기의 7일 기자회견 모습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곽윤기의 7일 기자회견 모습 ⓒ 박영진


현재 세계 남자 쇼트트랙은 상향 평준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돼있다. 어느 종목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올 시즌 반가운 소식을 맞았다. 바로 지난 2010 벤쿠버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곽윤기(고양시청)의 부활이다. 지난 시즌부터 다시 태극마크를 단 그는 2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되돌아보면 곽윤기에게 세계선수권 대회는 매우 각별하다. 그는 지난 2010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엔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특히 2012년 대회에서 곽윤기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자신의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부상을 털고 다시 돌아온 그는 올 시즌 월드컵 종합랭킹에서 1위에 오를 만큼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었다.

현재 대표팀 맏형이기도 한 곽윤기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티켓 1장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그는 다시 한 번 세계정상에 설 기회를 잡았다. 대회를 앞두고 7일에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곽윤기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한국 선수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 남자 쇼트트랙은 우리도 강하지만, 세계적으로 워낙 평준화가 많이 돼 이제는 우리도 외국 선수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 성시백(현재 은퇴) 선수와 함께 했을 때부터 단거리에 욕심이 있었다. 장거리뿐만 아니라 단거리에서도 성과를 내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곽윤기와 함께 개인전에 나서는 박세영(단국대)과 서이라(화성시청)도 각오가 남다르다. 박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마지막 3000m 슈퍼파이널 경기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에 뒤져, 총점에서 같은 점수를 기록했음에도 장거리 순위에서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는 "이 대회에서 그동안 우리나라 선수들이 개인종합을 쭉 차지해오다가 작년에 밀렸다. 1500m에서만큼은 뒤지지 않고 싶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이 대회 개인전에 출전했지만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서이라는 "반드시 정상탈환을 하겠다"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여자부] 최민정 vs. 심석희의 자존심 싸움?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 박영진


한편 여자부는 여전히 한국 선수들이 초강세다. 올 시즌 월드컵 대회의 거의 모든 금메달을 우리 선수들이 차지했을 정도로 세계 여자 쇼트트랙의 중심은 여전히 대한민국이다. 이번 대회에선 종합 랭킹 1위인 최민정(서현고)과 3위의 심석희(세화여고), 그리고 지난 6차 월드컵에서 1000m 금메달을 획득한 노도희(한국체대)가 개인전에 나란히 출전한다. 특히 최민정과 심석희는 각각 지난해와 재작년에 이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최강자이다. 이미 세계무대를 패한 이들은 평창을 향한 끊임없는 경쟁을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간다.

지난 1월에 왼쪽 발에 염증 부상 여파로 5·6차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 건재함을 보여주겠단 각오다. 그녀는 "부상으로 인해 두 차례 대회를 출전하진 못했지만, 영상 등을 보면서 꾸준히 감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회복한 상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민정도 굳은 각오로 세계선수권 2연패를 이루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녀는 "지난해에는 운이 좋아 우승을 차지했다"라며 "올해는 규정도 바뀐 것이 있고 작년보다 더 확실히 준비했다, 변수가 많아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지만, 최민정은 "체력과 단거리, 그리고 선두에서 끄는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다"며 여전히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계주 우승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 박영진


7일 미디어데이에서 남녀 대표팀은 모두 계주에서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남자 대표팀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4위만 4번을 했고, 메달은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전부였다. 유독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이번 시즌 계주 경기에서 마지막만큼은 꼭 웃겠다는 각오다. 곽윤기는 "시즌 마지막이 되니 비로소 손발이 맞는 것 같다. 마지막이니만큼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1차부터 4차 대회까지 4연속 금메달을 달성하며 계주 랭킹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계주 멤버인 이은별(전북도청)과 김아랑(한국체대)을 비롯해 개인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계주 금메달'을 합창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쇼트트랙은 짧은 트랙을 이른 시간에 도는 경기이니만큼 변수가 많고 위험한 종목이다. 여자 대표팀의 조항민 코치와 남자 대표팀의 송경택 코치 모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8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 선수로 참가한바 있는 송 코치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은데, 함성에 동요한다든가 정신적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며, 이 점이 이번 대회의 성패를 가를 열쇠로 꼽았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그동안 수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절대 강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유독 악연이 많았다. 지난 2001년과 2008년 각각 전주와 강릉에서 열렸던 이 대회에선 남녀 선수들이 모두 정상에 서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 묘한 악연(?)이 있다. 또한, 여자 계주 경기에선 지난해 이 대회에서 2010년 이후로 무려 5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따내, 줄곧 월드컵 랭킹 1위를 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녀 선수들이 동반 우승을 한 것 역시 지난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이전 대회들의 악연과 아쉬움을 털어내고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기쁨을 선사하며 평창을 향한 청신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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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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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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