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스페셜 >의 한 장면.

< MBC 스페셜 >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삼일절 특집극으로 MBC의 <절정>과 KBS의 <눈길>이 방영된 것에 비해 올해는 이렇다 할 삼일절 특집극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MBC와 KBS는 각각 삼일절 특집 다큐멘터리를 준비해 그 의의를 살렸다. 지난 2월 29일 방영된 < MBC 스페셜 - 일본의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와 1일 방영된 KBS <발굴 추적, 조선 정예 부대 '타이거 헌터'>가 그것이다.

혐한에 맞서 싸우다

아이러니하게도 < MBC 스페셜 >이 다룬 건 일본 이야기이다. 온라인상에서 움직임이 시작된 재특회(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는 급격하게 진전된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빌미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류가 활성화된 신주쿠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의 코리안 타운에서 혐한 발언과 인종 차별적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으며 거리를 점령했다.

"한국인을 모두 죽여라. 남경대학살이 아닌 코리안 대학살을 실행하자"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재특회에게 반기를 든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를 받는 재특회에 비해 양심적 일본인들의 소리는 반향을 얻기 힘들었다. 더구나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고고해야 한다'는 일본 시민운동의 정서는 막말을 일삼는 재특회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2013년 그런 상황을 역전시킨 조직이 등장한다. 바로 '카운터스 행동대-오토코구미(남자 조직)'이 그것이다. 야쿠자 출신의 다카하시가 조직한 이 조직은 재일 조선인,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남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조직은 일본 시민운동의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확성기를 이용하여 재특회를 방해하는 한편, 이들의 행렬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는 탈법적 행동도 불사한다.

카운터스 행동대의 주장은 분명하다. 이미 일본 사회 내에 1만 5000명 이상의 회원을 규합하고 있으며,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까지 받고 있는 재특회의 행동은 그 자체가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은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다큐는 이 조직의 결성과 활동 및 해체 그리고 재결성의 과정을 짚으며 이들이 일본 시민운동에 가져온 영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종종 폭력도 불사하는 카운터스 행동대의 단호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재특회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들의 등장에 재특회는 자신들이 할 말을 잃어버리는 등 움츠러들기도 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일본 시민 사회의 반응 역시 좋아졌다. 다큐는 카운터스 행동대가 사회 여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독립운동가가 된 산포수들

 KBS <발굴추적, 조선 정예부대 타이거 헌터>의 한 장면.

KBS <발굴추적, 조선 정예부대 타이거 헌터>의 한 장면. ⓒ KBS


KBS <타이거 헌터>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대호>의 그 호랑이 사냥꾼들이다. 영화에선 사냥꾼 부자의 슬픈 사연에 그쳤지만 다큐가 주목한 건 이들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궤적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일 합방을 전후하여 무차별적으로 호랑이를 잡아들이면서도 총기를 소지한 포수들이 혹시나 무장 독립군으로 돌변할까봐 포수들의 총기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바로 늑대 등에 의한 인명 살상이 늘어났고, 총기를 반납하지 않은 일부 포수들이 조선을 떠나 만주 독립군의 세력이 커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범도 장군 부대의 주요 인원이 바로 일본의 총기 압수에 저항한 산포수였다. 다큐는 1919년을 전후하여 홍범도 장군을 중심으로 한반도 북쪽, 그리고 만주에서 벌어진 무장 독립 투쟁의 주역이 바로 포수였음을 말한다. 홍범도 장군 본인 역시 산포수 출신이었고 의병장 차도선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포수들이 호랑이를 잡던 전술을 활용해 일본군을 섬멸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다큐는 신미양요, 병인양요 등에서 외세에 대항한 이들 중 상당수가 사냥꾼이었음도 설명한다.

물론 두 다큐의 아쉬운 점도 있다. 행동을 앞세운 카운터스의 돌출적인 운동에 주목하다 보니 이들이 왜 재특회에 대항하게 됐는지 살피진 못했다. 이들이 왜 재일 한국인을 보호하려 했을까. 그 설명이 부족했다. 사냥꾼의 역사를 부상시키고자 발굴 추적했지만 KBS의 다큐 역시 사료를 나열하는 데 만족했다. 조국을 위해 무기를 든 호랑이 사냥꾼의 다음 행보는 또 다른 편에서 기대해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2016년 삼일절을 기념하여 행동으로 실천한 이들에 주목한 두 다큐는 시의적절 했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건 거리로 나가 온 몸으로 저항하는 일이라는 것처럼.


MBC스페셜 KBS발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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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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