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이다. ⓒ (주)더쿱


"탐사보도(探査報道, Investigative Journalism)란 기자들이 범죄, 정치 부패, 기업 비리 등 특정 주제를 직접 조사(investigation)하여 캐내는 형태의 저널리즘을 말한다. 탐사보도는 그 연구에서 보도까지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소비된다." -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중에서

2016년, 대한민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기에 의미심장한 영화 한 편이 조용히 개봉되었다.

알려진 대로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2002년 미국 보스턴 천주교 사제들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자행된 아동 성추행과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당시 보스턴 지역 추기경의 추악함을 온 세상에 밝힌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사회 고발의 의미가 강한 내용만큼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추악한 진실은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여타 고발 소재 영화와는 달리, 지나친 감정 과잉 등 주제에 함몰되기 쉬운 전개를 자제하고 냉정한 시각에서 극을 이끌어간다.

국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처럼 두루뭉술하게 특정 비리 집단을 그리는 것이 아닌, 실제 인물·기관을 그대로 다루고 있음을 고려하면 의외의 연출로 비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방향 선택이 되려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자칫 주인공(기자)들을 영웅화하는 식의 뻔한 전개였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 여타 언론 소재 영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 <업>의 시나리오를 썼던 감독 토마스 맥카시는 직접 연출·집필까지 도맡았던 본작에서 그러한 오류를 잘 피해 나갔다.

게다가 취재팀장 로비(마이클 키튼 분)의 말을 빌려 언급되는, 언론의 소홀한 태도로 이러한 사건을 조금이라도 일찍 끝내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과 자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점도 인상적이다.

극 중 스포트라이트 팀의 멋진 취재 호흡만큼 마이클 키튼, 리브 슈라이버, 마크 러팔로, 존 슬래터리 등 출연진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특정 한사람에 초점이 모이는 작품은 아닌 탓에 두드러지게 주목받는 인물은 없지만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다.

특히 능글맞은 말투와 표정을 앞세우며 성범죄 사제들을 담당한 변호사 역으로 등장한 빌리 크루덥, 시종일관 신경질적인 태도로 기자들을 대하지만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피해자 측 변호사 스탠리 투치의 연기는 적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뒷걸음치는 한국 언론에 고하는 쓴소리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기레기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탐사보도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언론 환경에서 이 영화가 메시지는 무겁게 다가온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기레기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탐사보도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언론 환경에서 이 영화가 메시지는 무겁게 다가온다. ⓒ (주)더쿱


언론사, 특히 종합일간지 및 방송국이라면 가장 중요한 취재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탐사보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개인·집단·사회의 비리를 파헤치고 시청자(독자)들에게 사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는 사명을 지니고 보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언론의 탐사보도는 예전만 못하다. 힘을 가진 집단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과 언론사들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제대로 된 탐사 보도 취재를 만나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간단한 예로, 이젠 과거만큼의 반향이나 보도의 깊이가 사라진 MBC <PD수첩>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종이 신문 전성기가 저물고 인터넷 환경으로 바뀐 지금은 힘들고 일손 많이 들어가는 이런 고발 보도 기사 대신, 포털 사이트에 의존해 클릭 수 많이 나오는 기사에 방점을 두는 운영이 당연시되고 있지 않던가?

되려 유력 매체의 편집국·보도국 일부 높은 양반들은 되려 힘을 지닌 이들과 야합하고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등 언론사 및 경력을 고작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데 애쓸 뿐이요 참된 보도를 위한 노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해당 종사자들은 "NO"라고 반문하겠지만, 지금 한국 언론을 바라보는 상당수 독자의 시선은 필자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유사할 것이다.

이 영화가 갈수록 뒷걸음질 치는 우리 언론계와 종사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보길 희망해 본다.

영화 속 기자들의 분투기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한 장면. 이 영화에도 레이첼 맥아담스가 열연한다.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한 장면. 이 영화에도 레이첼 맥아담스가 열연한다. ⓒ UPI코리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 2009)

동명 6부작 영국 TV 시리즈를 미국에서 영화화했다. 잘 나가던 젊은 정치가 스티븐의 숨겨진 정부가 피살되면서 이를 둘러싼 사건 은폐/조작, 방위산업체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추악한 음모가 어우러지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발 나이, 제임스 맥어보이 등이 출연했던 원작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들지만 나름 영화도 보는 이들의 재미를 더한다.

러셀 크로우가 스티븐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건 기자 칼 역을 맡았고 역시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한 레이첼 맥아담스가 블로그 담당 정치부 기자로 분했다. 여기에 편집장으로 등장하는 헬렌 미렌, 로빈 라이트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더했다

<페이퍼>(The Paper, 1994)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의 감독 론 하워드가 지난 1994년 선보였던 작품으로 국내에선 개봉되지 않고 비디오, DVD로만 소개된 작품이다. 미국 뉴욕의 작은 신문사 기자 헨리의 살인사건 목격담과 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의 압력, 갈등 등을 유쾌한 분위기의 코믹 드라마로 끌어냈다.

후일 표절/모방 논란이 빚어진 몇몇 국내 기자 소재 영화/드라마들의 원작 영화(?)로 종종 거론될 만큼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숨은 걸작이다. <배트맨> 1·2편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마이클 키튼의 열혈 기자 역할이 <스포트라이트>와 사뭇 대비를 이룬다. 글렌 클로즈, 마이클 듀발, 마리사 토메이 등 출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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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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