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공격수' 석현준(포르투)의 주가가 날로 치솟고 있다.

석현준은 최근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비토리아를 떠나 포르투갈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FC 포르투로 이적했다. 이적 이후에도 석현준은 2골을 터뜨리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타사 데 포르투갈(포르투갈 FA컵) 4강전에서 포르투 공식 데뷔 골을 넣었다. 22일 정규리그인 포르투갈 프리메라 리가 23라운드 모레이렌세 FC와의 경기에서는 정규리그 데뷔 골까지 신고했다. 이 경기에서 포르투는 먼저 2골을 내주고도 석현준의 활약에 힘입어 세 골을 만회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석현준은 비토리아 시절을 포함하여 올 시즌 리그 10호 골을 채웠다. 컵 대회에서도 총 3골을 추가하며 총 13골(비토리아에서 11골, 포르투 2골)을 기록 중이다. 석현준은 지난해 10골(리그-컵 대회 각 5골)를 달성하며 유럽진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올해 다시 2년 연속 총 두 자릿수 득점-리그 첫 두 자릿수 득점을 동시에 달성하며 어느덧 포르투갈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맨주먹에서 시작해 빅 클럽까지

석현준, FC포르투 이적 협상 사실상 타결  포르투갈 프로축구 무대에서 시즌 11호골을 터트리며 주가를 높인 축구대표팀 공격수 석현준(비토리아FC)이 포르투갈 명문 구단인 FC포르투로 이적한다. 포르투갈 축구전문 매체 <아 볼라>는 지난 1월 6일(한국시간) "포르투가 석현준과 5년간 계약할 것"이라며 "석현준의 원소속구단인 비토리아FC는 이적료 150만 유로(약 19억원) 정도를 받게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6일 레바논 베이루트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석현준이 원정 경기를 이틀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석현준, FC포르투 이적 협상 사실상 타결 포르투갈 프로축구 무대에서 시즌 11호골을 터트리며 주가를 높인 축구대표팀 공격수 석현준(비토리아FC)이 포르투갈 명문 구단인 FC포르투로 이적한다. 포르투갈 축구전문 매체 <아 볼라>는 지난 1월 6일(한국시간) "포르투가 석현준과 5년간 계약할 것"이라며 "석현준의 원소속구단인 비토리아FC는 이적료 150만 유로(약 19억원) 정도를 받게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6일 레바논 베이루트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석현준이 원정 경기를 이틀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석현준의 성공은 그가 외부적인 변수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맨주먹으로 출발하여 자신의 힘만으로 빅 클럽의 반열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해외파라는 데서 더 가치가 있다.

석현준은 2009년 여름, 만 18세의 나이에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주목받았다. 이듬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도 깜짝 승선했다. 하지만 이른 비상과 주변의 관심은 오히려 독이었다. 아약스에서는 주로 2군에 머물렀고 결국 2011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흐로닝언과 포르투갈의 마리티무를 거쳐 2013~2014시즌 중동 리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를 넘나들며 프로 무대에서 자리 잡기까지 한동안 험난한 저니맨 생활을 이어갔다.

석현준의 방황이 길어지면서 대표팀에서도 성인-연령대별 대표팀으로 잇달아 강등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점점 잊힌 존재가 되어갔다. 실력보다 과대평가한 유망주였다는 혹평도 나왔다.

하지만 석현준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잃을 것이 없는 맨손으로 시작한 도전이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석현준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포르투갈리그 나시오날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복귀했고 석현준은 이듬해 1월 비토리아 세투발을 거쳐 올겨울 포르투 입단까지 승승장구하며 비로소 성공 가도에 올라섰다.

석현준이 포르투에 입단할 때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포르투는 리그 명문이자 매년 유럽클럽대항전에도 나서는 강팀이다. 석현준이 과거에 활약했던 비토리아나 니시오날과는 경쟁과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포르투의 주전 공격수는 카메룬 출신의 뱅상 아부바카다. 또 다른 백업자원으로 알베르토 부에노와 안드레 실바도 있다. 석현준은 포르투에서 아부바카의 후보 공격수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석현준은 포르투에서도 우려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아부바카는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서 16골(리그 11골)을 기록 중인데, 석현준이 13골로 기록상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석현준이 좀 더 타깃형 공격수에 가깝게 플레이한다면 아부바카는 스피드와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에 좀 더 능하다. 스타일이 다른 유형의 공격수이기에 충분히 공존도 가능하다.

꾸준한 활약 이어가면, 더 도약할 수 있다

슛 날리는 '원톱' 석현준  2015년 10월 9일 오전(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석현준이 돌파 뒤 슛을 날리고 있다.

▲ 슛 날리는 '원톱' 석현준 2015년 10월 9일 오전(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석현준이 돌파 뒤 슛을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주제 페레이로 감독은 상황에 따라 두 선수를 고르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도르트문트와의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는 아부바카가 선발로 나섰고 석현준은 후반 막판 10분간 교체 출전했지만 짧은 시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했다. 모레이렌세 전에서는 부진했던 아부바카 대신 석현준에게 기회를 준 것이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포르투 이적 초기 짧아진 출전시간에 다소 고전하던 석현준으로서는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석현준에게 앞으로 올 시즌 종료까지 남은 3개월은 중요한 시간이다. 석현준은 지금의 페이스라면 차범근이 85/86시즌 기록한 한국인 선수 단일시즌 유럽 무대 최다 골인 19골 기록을 30년 만에 깰 수도 있다. 차범근은 당시 리그 17골을 터뜨렸고 포칼컵에서 2골을 추가했다. 지난해는 손흥민이 레버쿠전에서 17골(정규리그에서는 11골, 챔피언스 리그 5골, 컵 대회 1골)을 터뜨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차범근의 기록 경신에는 실패한 바 있다. 리그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 1부 리그 명문클럽의 당당한 주축으로서 대기록을 경신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또한, 석현준은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자원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에서 석현준은 슈틸리케호의 최전방 주전 공격수 0순위로 꼽힌다.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석현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 차출 후보로도 거론된다. 남은 시즌 간 부상과 부진 없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석현준의 축구인생은 지금보다 더한 단계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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