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캐치볼 왼쪽 어깨를 수술하고 올해 미국프로야구 정규리그를 대비하는 류현진(29)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시작된 팀의 첫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 류현진 캐치볼 왼쪽 어깨를 수술하고 올해 미국프로야구 정규리그를 대비하는 류현진(29)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시작된 팀의 첫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0년대를 풍미한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에서부터, 최근의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왕첸밍, 첸웨인, 류현진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시아 투수들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저마다 소속팀의 주전을 넘어 에이스이자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투수들로 활약하며 아시아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야구계에서 아시아 투수들에 대한 선입견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내구성'이다. 빡빡한 일정과 많은 경기 수, 넓은 이동 거리 등으로 대표되는 메이저리그 환경을 아시아 투수들이 버텨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찬호·노모·다르빗슈의 공통점

시구하는 박찬호 지난 2015년 11월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박찬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시구하는 박찬호 지난 2015년 11월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박찬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아시아 투수들도 정작 높은 수준의 기량을 오랜 기간 유지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아시아 투수 역대 최다승 1·2위를 기록한 박찬호와 노모 역시 오랜 메이저리그 경력보다 사실상의 전성기는 짧았다는 평가다. 박찬호는 2000년대 이후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장기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신인왕을 거머쥔 노모 역시 빅 리그 3년 차를 넘기면서 정점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박찬호처럼 미국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마이너리그를 거쳐서 성장한 선수들보다, 자국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포스팅이나 FA 자격을 통해 빅 리그에 진출하는 아시아 투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선수들은 이미 해외진출 자격을 얻기 전에 자국 리그에서 에이스 역할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어깨를 소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 시절보다 타자들의 파워가 더 뛰어난 미국에서 매 순간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아시아 투수들이 평균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몸에 자주 고장이 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류현진을 비롯하여 다르빗슈, 다나카에 이르기까지 하필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아시아 투수들의 내구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로 지난 2015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다르빗슈는 토미 존 수술, 다나카도 팔꿈치 이상으로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 초반 연착륙하는 듯했으나 나란히 3년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몸에 이상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자국 리그에서 6~7년 이상을 활약하며 평균 170~180이닝을 꾸준히 소화하고 미국에 진출한 투수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 '창조적 노예 계약'으로 화제에 오른 또 다른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다 역시 내구성이 계약의 변수가 되었다는 의혹이 많다. 마에다는 다저스와 8년 2500만 달러에 각종 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맺었는데 마에다의 일본 시절 커리어나 구위를 고려하면 상식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계약임이 틀림없다. 마에다는 일본에서만 이미 1500이닝 이상을 소화했는데(1509 2/3이닝)을 소화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1990년대 이후 30세 이전에 15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 펠릭스 에르난데스, CC 사바시아, 맷 케인, 알렉스 페르난데스 등 5명뿐이다.

MLB 아시아 투수의 좋은 예, 천 웨이인

미국 MLB의 천 웨이인 지난 2015년 8월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발 투수로 나선 천 웨이인이 오클랜드 애틀릭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미국 MLB의 천 웨이인 지난 2015년 8월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발 투수로 나선 천 웨이인이 오클랜드 애틀릭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EPA


물론 아시아 투수 중에서도 기복 없는 활약을 해주고 있는 투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만 출신 천 웨이인(마이애미)이다.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2012년 볼티모어를 통하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천 웨이인은 빅 리그 입성 이후에도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시아 투수다.

천 웨이인은 이미 일본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으나 우려를 극복하고 빅 리그에서도 4시즌째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년 차이던 2013년 잔 부상으로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하며 주춤하기도 했으나 이 시즌에도 137이닝이나 소화했고 최근 2년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건재를 확인했다.

류현진을 비롯한 아시아 선발 투수들은 올해가 자신의 내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구단들도 부상 전력이 있는 투수들에게 복귀 시즌부터 많은 이닝을 요구하지는 않으리라고 보이며 복귀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구 수와 이닝 관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깨나 팔꿈치가 투수에게 유독 민감한 부위인 만큼 미국 야구계에서 이들이 복귀해도 과연 완전한 기량을 재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아시아 메이저리거들이 건강과 꾸준함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빅 리그행을 타진하는 아시아 투수들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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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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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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