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의 윤도현

지난해 10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의 윤도현. 그와 그의 밴드 YB는 락의 불모지 한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활동하는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하나다. ⓒ 쇼노트


가수 윤도현(44)이 오랜만에 '가수'로서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다. 그간 SBS <정글의 법칙>, <한밤의 TV 연예>에서 나레이터로, 진행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그이지만,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모습은 그가 진행했던 Mnet <윤도현의 머스트>를 제외하고는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이후로 처음이다.

윤도현은 지난 10일 파일럿 프로그램 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해 경연에 나섰다. 그리고 그의 일반인 경연 상대였던 김재환의 선곡으로 아이유의 '너랑 나'를 경쾌한 팝 록으로 재해석해 특유의 음색으로 소화해냈다. 이어 윤도현은 2월 중 방송하는 tvN <노래의 탄생>에도 출연이 예정돼있다.

<신의 목소리>에서 일반인과의 노래 승부로 패배하는 윤도현의 영상이 꾸준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돌고 있으며, 동시에 활발한 방송활동을 시작하려는 그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시 움직이다

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한 윤도현 윤도현은 지난 2월10일 방송된 <신의 목소리>에서 아이유를 '너랑 나'를 리메이크했고, 일반인 경연 상대에 패배했다.

▲ 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한 윤도현 윤도현은 지난 2월10일 방송된 <신의 목소리>에서 아이유를 '너랑 나'를 리메이크했고, 일반인 경연 상대에 패배했다. ⓒ SBS


1994년 앨범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데뷔한 윤도현이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다. 당시 윤도현 밴드의 곡 '오 필승 코리아'는 월드컵 열기와 함께 기세를 타고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졌고, 그가 부른 록 버전의 '아리랑'과 '애국가'도 함께 주목받았다. 이후 '잊을게', '사랑했나봐'가 연달아 히트를 치고 1집에 실렸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사랑Two' 등이 재조명 받기 시작하면서 윤도현, YB(윤도현이 속한 밴드)는 본격적으로 '성공한 밴드' 반열에 올라섰다.

사실 한국에서 록밴드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록의 불모지'라는 명칭이 나돌겠는가.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록 페스티벌은 고작해야 10년 가까이다. 그 페스티벌마저 공연기획사들의 자리싸움으로 번지며 느닷없이 대여섯 개의 록 페스티벌이 한 해에 생겨나더니, 어떤 페스티벌은 개최 몇 주 전에 갑작스럽게 취소를 공지하는 사태도 있었다. 록이라는 문화가 한국에 얼마나 낯선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활동하는 밴드도 손에 꼽는다. 당장 생각나는 밴드도 YB를 포함해 자우림, 들국화 정도일까. 물론 과거 1970년대까지 올라간다면 산울림, 시나위, 송골매 등 실력파 밴드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활동을 중지한지 오래고, 밴드 멤버가 매 앨범마다 바뀌는 등 현재까지 꾸준하게 이름과 인기를 유지하는 밴드는 소수다.

윤도현은 밴드가 성공 대열에 자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밴드명이었던 '윤도현 밴드'를 'YB'로 바꿨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할 때 "YB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윤도현"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솔로 아티스트가 아닌 밴드라는 이름 안에 넣는다. 성공한 건 윤도현이 아닌 YB라는 밴드란 것이다.

록의 불모지에서 계속, 끊임없이

YB <꽃비> 지난 2월5일 발매된 YB의 <꽃비> 앨범 커버

▲ YB <꽃비> 지난 2월5일 발매된 YB의 <꽃비> 앨범 커버 ⓒ Universal


성공한 밴드에서 '노래를 담당하는 윤도현'은 참 부지런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밴드 앨범의 발매와 솔로 앨범의 발매는 물론이고, 지난 2011년에는 <나가수>에 등장해 소녀 시절 이선희가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을 편곡해 박정현과 김범수 등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1위를 거둔다. 또한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폐지된 후 <윤도현의 머스트>를 진행하고, 연예프로 진행자를 하고있다. 오는 3월 공연하는 뮤지컬 <헤드윅>의 주연으로도 나선다.

속된 말로 음악을 통해 돈 꽤나 벌어들인 뮤지션의 경우, 이른바 '음악으로 승부하는 뮤지션'은 TV에 도통 모습을 비추지 않거나 매체와의 인터뷰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섣불리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거나 정치적 발언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윤도현은 다르다.

휴식기가 있기는 했었나 싶을 정도로 콘서트를 이어가고,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심지어 연예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거리낌 없이 새로운 분야에 입문한다. 정치적 입장도 시원스럽게 밝힌다.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는 이번에 노무현 후보님 뽑으려고요"라고 직접적인 의사를 밝히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왕성한 활동 중에서도 음악성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으니, 아직 입신양명을 하지 못한 홍대의 후배 밴드에게 그야말로 좋은 본보기다.

40대의 로커, 밴드 YB의 보컬 윤도현은 자타 공인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로서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넘어져 한밤중에 응급실에도 실려가기도 한다. 록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그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오는 3월 막이 오르는 뮤지컬 <헤드윅>의 콘셉트 사진. YB의 보컬 윤도현은 이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출연한다.

오는 3월 막이 오르는 뮤지컬 <헤드윅>의 콘셉트 사진. YB의 보컬 윤도현은 이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출연한다. ⓒ 쇼노트



윤도현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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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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