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시즌까지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지은 가운데 남은 두 장의 플레이오프 진출권 향방과 개인상 수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중 신인선수상은 해외동포선수 신분으로 이번 시즌에 데뷔,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소속팀 KEB하나은행의 성적 향상에 앞장선 첼시 리(센터, 189cm)의 수상이 확실해 보인다.

독보적인 기량, 경쟁자 없는 신인왕 후보 0순위

수상에 필요한 기량과 신분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9일 기준 27경기에서 경기 당 평균 34분 41초 출전, 15.19득점(5위), 10.81리바운드(1위), 1.37블록슛(3위)에 WKBL이 산정하는 공식 공헌도 종합 1위로, 경쟁자를 거론하는 일이 무의미할 정도의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신인왕 수상자격을 입단 후 두 시즌까지로 제한한 WKBL 규정을 적용한다 해도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데뷔했다 방출되어 이번 시즌 KEB하나은행에 합류한 팀 동료 서수빈(가드, 166cm) 정도가 그나마 후보 대상이다.

상대 팀들은 인터뷰에서도 노골적으로 사실상 외국인선수 한 명이 더 뛰는 팀이라고 거론한다. 첼시 리의 친할머니가 과거 한국 국적을 가졌고 친부모를 일찍 여읜 상태에서 입양된 이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WKBL 규정상 해외동포선수는 국내 선수와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래 해외동포선수의 신인왕 수상은 단 한 차례 있었다. 2009-2010 시즌에 데뷔한 삼성생명 김한별(포워드, 176cm, 당시 등록명 킴벌리 로벌슨)이다. 3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6분15초 출전, 11.03득점, 4.97리바운드, 1.88어시스트를 기록해 당시 기자단 투표에서 77표 중 50표를 얻어 신인왕 등극에 성공했다. 김이슬(가드, 172cm)과 신지현(가드, 174cm)에 이어 KEB하나은행이 세 시즌 연속 리그 신인왕을 배출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품격과 연맹의 적절한 규제 필요

문제는 기록에 걸맞은 플레이의 품격과 적절한 언행을 보여 왔느냐에 있다. 최근 첼시 리를 둘러싼 부정 스크린과 파울성 플레이 논란이 그렇다. 근본적으로 연맹과 심판진에서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긴 하지만 습관적으로 움직이면서 스크린하거나 팔을 쓰고 휘둘러대는 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에서는 불지 않는 파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FIBA룰은 만국 공통이다. 신인으로 첫 시즌이지만 리그에서 차지하는 본인의 위상과 특별 귀화까지 거론하는 현재 상황을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은 갖춰야한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운영의 미숙함도 여전히 엿보이지만 WKBL은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이어 두 번째로 여자농구 프로화에 성공한 리그이며 남자프로농구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범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리그 공식 공헌도 시즌 전체 1위에 신인왕 후보 0순위 선수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현장에서 WKBL이 첼시 리와 KEB하나은행을 정책적으로 배려한다고까지 느끼는 시선은 불편하기도 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규리그가 종료되고 이어지는 시상식 때까지도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선수가 영광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연출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첼시 리 본인의 노력과 WKBL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한 경쟁 위해 선수 규정 보완 시급

더불어 WKBL의 현행 선수 규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총 6개 팀이 경쟁하는 작은 리그에서 일본에서 재귀화해 이른바 '레알 신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하은주(센터, 202cm)나 첼시 리 같은 리그 판도를 지배하거나 흔들어버릴 정도의 선수를 자유계약 절차로 영입하여 기용하는 경우는 해당 선수 소속팀 이외 구단과 팬들에게 형평성의 문제와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동양인 최다 124승의 업적에 빛나는 투수 박찬호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특별 의결 없이는 고향 팀인 한화 이글스에서 뛰는 것이 어려웠다. 남자프로농구(KBL)의 NBA 드래프트 선수 출신 하승진(전주KCC, 센터, 221cm)도 국내무대 복귀 때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야했다.

KBL은 귀화혼혈선수들을 자체적으로 드래프트를 진행해 문태종(고양 오리온, 포워드, 198cm)-문태영(서울 삼성, 포워드, 193cm) 형제 등에게 구단별 우선순위에 의해 지명되어 뛰게 했다. 이후 재계약도 별도 규정에 따랐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례를 접한 여자프로농구 팬들이 과연 WKBL의 현행 선수 규정을 100% 납득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책임이 있는 프로리그 운영주체가 해외동포선수나 귀화선수 계약 사례가 희귀하다고 구단별 자유 경쟁에만 맡겨두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너무 인위적이고 제도적으로 특정 팀의 독주를 막고 구단별 전력을 평준화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한다.

여자프로농구는 정규리그 종료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은행이라는 절대 강자의 독주는 여전했지만 그 자체로 화제였고 기량 면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비록 하향평준화 경향이 심해졌다고는 하나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나머지 팀들이 역대 최고의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쳤고 그 가운데 KEB하나은행의 돌풍과 첼시 리의 등장 또한 신선했다.

지금까지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했던 2015-2016시즌이었다. 모든 논란을 불식하고 챔피언결정전과 시즌 종료 때까지 잡음 없이 시즌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첼시 리에게도 진정으로 성공적인 루키 시즌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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