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보이고 측정되고 평가되는 대상이다. '큰 눈, 높은 코, 작은 얼굴', '34 24 36' 사이즈의 황금비율, 'S라인' 그리고 '50kg' 대의 몸무게. 보티첼리가 그린 미의 여신 비너스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할 기준들은, 여성이 수치화되고 정형화 된 특정 모습을 요구받는다는 증거다.

지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제39화, '미운오리새끼' 편이 그랬다. 이번 화는, 사회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그 틀에서 벗어난 여성을 어떻게 끌어들이는지 보여준다.

살이 문제가 되도록 부추기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39회 중 옷 가게에서 박민영씨의 어머니가 박민영씨를 비난하는 장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39화 중 옷 가게에서 박민영씨의 어머니가 박민영씨를 비난하는 장면 ⓒ SBS


가족끼리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박민영씨의 '살' 때문이다. 옷의 사이즈가 맞지 않으니 살을 빼라는 말 때문에 가게에서 싸웠다. 없는 형편에 다이어트 식품 1000만 원어치를 샀다. 정연순 씨는 "남자친구도 못 만나고 취직도 못 하고 결혼도 못 하면 어떻게 해요, 민영이 인생이 너무 가엽잖아요"라고 말하며 박민영씨가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가짜 이유다. 우선, 미의 기준이 날씬함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토론이 아닌 예능이 목적이기에 '날씬함은 미의 기준인가'에 관해 논의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44사이즈가 큰 완벽 몸매 둘째 언니'라는 자막을 통해 미의 보편적 척도를 재확인하고, 프로그램 끝에서야 "저는 불행하지 않아요, 저는 살찐 것이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라는 홍윤화 패널의 말이 미의 기준을 에둘러 공격할 뿐이다.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미의 기준으로 허용된 가장 큰 사이즈가 66까지인 현실에 대한 지적이 없다. 이 가운데 뚱뚱함과 못생김을 동일시하며 돈을 버는 다이어트 식품산업, 외모로 인해 애인도 없고 취직, 결혼을 못 해 인생을 가여워지게 만드는 외모지상주의는 은폐된다. 오로지 날씬하지 않은 '개인의 문제'만 남는다. 사회의 구조는 이렇게 또 건재해졌다.

"나는 행복해요"라고 말하는데... 그들이 살을 빼라고 하는 이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중 한 장면. 지금 행복하다는 박민영씨의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중 한 장면. 지금 행복하다는 박민영씨의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 SBS


박민영씨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혐오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랐다. 새벽 1시에 삼겹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귀엽죠"라고 말하고 빨리 먹기에서 이기자 "실력이에요! 내 장기야!"라고 외친다. "저는 지금 되게 행복하거든요. 딱히 제가 '불행해'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박민영씨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당연하다고 속삭인다. 그녀의 식습관에 관한 주장과 반박이 오고 간다. 그녀를 다이어트 하게 만들려고 했던 가족의 '충격요법'이 옳은지 그른지에 관해 설전이 이어지고, 운동의 종류보다 가족의 응원이 중요하다는 등 난전이 지속했다. 김준현 패널은 "독하게 하지 않으면 무게를 버티려고 몸이 적응해 아예 뺄 수 없다"며 다이어트를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대화 내용은 그녀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이어트 방법과 방향에 대한 자연스러운 토론의 흐름이 그녀의 몸을 교정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방송 마지막쯤, "빼고 싶은 마음은 너무 많잖아요"라는 김준현 패널의 물음에 박민영씨가 "네, 당연하죠"라고 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대화들은 그녀의 다이어트가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앞에서 살짝 언급된 그녀의 건강 상태와 가족들이 그녀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통해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목표는 프로그램 말미에 드러난다. '건강'이 아닌 '여신'이 되기 위함이다. 방송 초반, 박민영씨는 소화·호흡기관 등에 문제가 있어 살을 빼야 한다는 의사들의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살을 10kg 빼는 '2016년 여신 프로젝트'를 약속한다. 그리고 정순연 씨의 "언니 결혼할 때까지 평균체중으로 가서 언니랑 드레스 입고 들러리를 서야 해, 민영이 예쁜 얼굴 더 예뻐지도록 노력하자"는 말로 '2016년 여신프로젝트'에 정당성을 실어준다. 다이어트의 모든 노력은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괜찮다'는 말의 위험성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중 한 장면. 건강하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여신'이 되기 위한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건 아닌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중 한 장면. 건강하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여신'이 되기 위한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건 아닌가. ⓒ SBS


"지금 되게 행복하다"고 말했던 박민영씨가 결국 살을 빼기로 하는 것으로 방송은 마무리된다. 건강이 아니라 여신이 되기 위해. 프로그램은 끝내, 박민영씨를 바꿔 놨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라는 프로그램 제목을 보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이전에 내뱉는 '괜찮다'는 말은, 오히려 원인을 얼버무린다. 살이 문제가 되도록 하는 구조, 외모를 차별의 근거로 삼는 현실, 아름다움을 위한 다이어트, 이를 따져 묻지 않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버리기에 급급하다.

서로 손을 잡고 언니 결혼식의 들러리를 서는 '신'의 모습이 되자고 약속하는 것으로 갈등은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모습은 전혀 괜찮지 않다. 박민영씨에게서 비롯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괜찮다'는 말은 문제 해결 이후 위로를 위해 쓰여야 하는 말이지 처리 이전에 원인을 가리기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개인의 문제로 보고 해결책을 찾는 순간, 요인은 지속되고 괜찮다는 말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또 생기기 때문이다.

동상이몽 미운오리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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