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 사나이픽쳐스


정치인과 검사, 사기꾼, 그리고 깡패들. 등장인물만 놓고 생각하면 영화 <검사외전>은 최근까지 유행한 한국형 액션 오락 영화나 범죄영화에 기댄 작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실제 그러하다.

특유의 거친 수사 방식으로 내외부에서 구설에 종종 올랐던 변재욱 검사(황정민 분)가 살인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면서 복수의 날을 가는 설정까지 말이다. 변재욱 검사의 감옥행은 검찰 상부와 정치인, 그리고 조직폭력배의 검은 돈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 지점에서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그려낸 숱한 영화들이 이름이 스쳐가곤 한다.

영화의 진짜 묘미는 그 이후에 있다. 즉, 사기 전과 10범 한치원(강동원 분)이 교도소에 들어오면서부터다. 내뱉는 말 하나하나 다 거짓말인 이 사내와 변재욱의 만남은 <검사외전>이 담아낼 이야기가 그리 뻔한 게 아님을 예고하는 장치였다.

알고 있었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상대는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닌 거대 권력이다. 정치인과 자본 권력 등의 협잡에 얼마나 많은 영화 속 캐릭터가 사투를 벌였고, 일부는 처참하게 망가져왔던가. 작품 자체로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을지언정 그것을 보고 나오는 관객 입장에선 씁쓸함을 맛보기 일쑤였다.

처참하게 얻어터질지라도 <검사외전> 속 인물들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 중심축이 바로 한치원이라는 캐릭터다.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무서운 권력 속으로 흘러들어가 그들을 교란시키고 농락한다. 제대로 유머를 갖춘 캐릭터 앞에 절대 강자는 없는 법. 정치인과 검찰 수뇌부들이 정색할수록 한치원은 대담해진다. 변재욱 검사가 노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범죄 영화를 가장한 <검사외전>은 우선 버디무비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렸다.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캐릭터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뭉친다는 점이다. 그 동기나 목표는 서로 다르지만, 무언의 교감으로 이들이 묶이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치원의 행동에서 영화적 긴장감 또한 확보된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외전>의 전략은 '이이제이'다. 오랑캐를 통해 또 다른 오랑캐를 잡는다는 설정이 꽤 통쾌하다. 희대의 사기꾼과 무너진 검사가 합심해 권력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과정은 분명 한국영화에서 찾기 힘들었던 설정 중 하나다.

아, 이 대사!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 사나이픽쳐스


이 신선한 발상을 마무리하는 건 역시 법정신이다. 죄수복을 입은 전직 검사가 과거 상사이자 현 정치인 우종길(이성민 분)을 몰아붙이는 모습 역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다만 재판 진행 과정 자체는 그간 여러 법정 영화들이 보였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관객 입장에선 열세에 있었던 변재욱 검사가 판을 뒤집는 과정이 큰 재미로 다가올 법하다.

장르적 신선함 외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영화 속 대사들이다. 궁지에 몰릴수록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상대를 누르려는 정치인에게 변재욱이 일갈한다. "법조인이라면 증거 앞에 겸손해질 줄 알라"고. 원칙과 소신을 흩어버린 채 자신의 목적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우리 사회 아픈 단면을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우종길 공천에 힘쓴 지역구 정치인(김응수 분)이 자신을 향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야! 찍지마!"라고 외치는 모습에선 과거 어떤 특정 인물이 스쳐지나간다. <검사외전>이 툭툭 던지는 대사 몇 개에 비슷한 맥락이 담겨 있다. 이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속도감은 빠르지 않다. <베테랑>과 비견될만하지만 그보다는 느리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몰입하기에 어렵지 않다. 우리 사회의 본전에 편입되지 못한 방외인들의 이야기여서일까. 그래서 제목 역시 '외전'이다. 그 단어가 아깝지 않다.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영화 <검사외전>의 포스터. ⓒ 사나이픽쳐스



덧붙이는 글 영화 <검사외전> 관련 정보

각본/감독 : 이일형
제공/배급 : 쇼박스
제작 : 사나이픽쳐스, 영화사 월광
크랭크인 : 2015년 5월 18일
크랭크업 : 2015년 9월 14일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6분
개봉일 : 2016년 2월 3일
검사외전 황정민 강동원 이성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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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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