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28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JYP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대만의 국기와 한국의 국기를 같이 들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28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JYP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대만의 국기와 한국의 국기를 같이 들고 있다. ⓒ MBC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16세 대만 국적 소녀 쯔위가 지난 11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아래 <마리텔>)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것을 두고 한국땅에서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행위라며 단순한 악플 수준을 넘어 거의 매국노 취급의 마녀사냥 수준이다.

JYP의 중요한 시장이자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의 반발이 퍼지자 트와이스는 물론 소속사인 JYP의 다른 그룹들도 눈치껏 중국에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거나 고려하는 몸짓을 보인다. 쯔위가 출연한 각종 광고도 중국 내 분위기를 살피는 형국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인 쯔위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이 16세 소녀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

 논란 이후, JYP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과 영상을 올린 쯔위.

논란 이후, JYP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과 영상을 올린 쯔위. ⓒ JYP엔터테인먼트


쯔위의 논란에는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과 JYP와 MBC의 은근슬쩍 책임 전가, JYP 대표이자 가수인 박진영의 아쉬운 인권 감수성이 뒤섞여 본질이 흐려졌다. 대신 한 외국인 청소년 가수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그를 향한 인권 유린이 국내외적으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쥐고 나온 것은 MBC <마리텔> 제작진이 기획한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JYP도 해당 기획사로서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MBC도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쯔위가 대만의 국기를 자기 멋대로 가지고 출연한 것도 아니고, <마리텔>에 나와 대만 독립을 주장하려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아니다. 이를 두고 그녀 잘못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해당 방송을 볼 것이 뻔한데도, 방송 녹화에 버젓이 대만 국기를 흔들어 이 사달을 내게 한 것은 제작진의 책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은근슬쩍 입 닫고 아무 논평도 없는 MBC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두 번째는 이 쯔위 논란 배경에 기본적으로 중국과 대만의 감정 대립과 힘의 논리가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쯔위를 사상 검증대로 몰았고 대만은 쯔위를 잔 다르크로 둔갑시키고 있다. 중국과 대만 모두 '오십보백보'이지만 이 얼토당토않지도 않은 논란은 중국의 오버에 더 무게감이 있다.

쯔위는 중국 민족이지만 좋든 싫든 국적은 대만이다. 대만 소녀가 한국 방송에 나와 그럼 중국 국기를 흔들었으면 그게 정상이라는 말인가. 기분 썩 좋지 않은 중국인들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걸 가지고 독립운동 운운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국가주의이자 힘의 논리로 10대 연예인 청소년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 외에 아무런 명분이 없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스스로 그들의 분노가 '이유 있다'고 한다면 대만 청소년이 대만 국기 흔들었다고 90도 허리 숙여 사과하는 장면을 보고 분노하는 대만인들의 분노도 충분히 '이유'가 있다. 중국의 오버는 거꾸로 대만을 자극함으로써 두 나라 간 대립을 격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중국의 뒤통수를 치고 있음을 그들은 알까.

쯔위의 사과에는 무엇이 문제가 있는 걸까

세 번째는 JYP 박진영 대표의 인권 감수성 문제다. 논란이 퍼지자 박진영 대표는 직접 사과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입장에서는 서둘러 급한 불을 꺼야 했을 것. 박진영 대표는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의 감정을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는 마음도 표했다.

박진영 대표의 사과는 대중문화를 판매하는 연예기획사의 수장으로 당연한 조치일 수 있따. 그러나 그의 사과는 안타깝게도 중국시장 손님만을 향한 사과였다. 자신이 연예기획사의 대표인 만큼 양안의 정치적 희생양에 빠진 쯔위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회피했다. 방송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억울하게 비난을 받은 쯔위를 어루만져야 함에도 쯔위가 며칠 동안 많은 걸 깨닫고 반성했다고 밝히며 그녀를 공식 사과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것도 강요가 아니라 쯔위 자신이 원해서라며 초췌한 몰골의 그녀가 자신의 국적까지 부정하는 듯한 내용으로 말이다.

쯔위가 이 황당한 사태를 겪으며 깨달은 거야 많겠지만, 도대체 뭘 반성해야 했던 걸까. 그녀가 역시 대중문화의 핵심에 있기에 잘못이 전혀 없지는 않을 테다. 그러나 도대체 뭘 반성했기에 대만에서 자고 나란 대만 국적의 청소년이 자신이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중국은 하나, 중국과 대만은 단일한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정치관을 설명한 후 90도로 허리 숙여 중국인에게 용서를 비는 걸까.

박진영 대표는 그저 일개 가수가 아니다. 대형 기획사의 대표이고 국제적인 대중문화의 한류를 이끄는 리더다. 그런 그가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면서 그 나라의 주권,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 청소년과 일하면서 그녀가 부당하게 착취당하지 않고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나라를 부정하는 일이 없도록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인권의 존중도 당연히 채우고 발휘했었어야 한다.

쯔위의 사과가 설령 전적으로 쯔위 자신과 부모님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박진영과 JYP의 문제 해결 미성숙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상황이다. 그런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할 일이다. 문제는 그녀의 양심과 인권이 지금 난파선과 같다는 것.

한 다문화 청소년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국제적인 일파만파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치 거대한 정치적 손아귀에 인질로 잡혀 있는 듯한 그녀의 사과 동영상 속 모습에, 이제는 중국과 대만, 한국 모두 자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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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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