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고... <라디오스타>에서 심경고백을 한 하니. 그녀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사과를 할 일인지 의문이 든다.

▲ 죄송하고... <라디오스타>에서 심경고백을 한 하니. 그녀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사과를 할 일인지 의문이 든다. ⓒ MBC


지난 13일 MBC <라디오스타>에는 JYJ의 김준수와 연인임이 밝혀진 EXID의 하니가 나와 담담히 열애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시종일관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에 그들을 향한 시선마저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열애설에 따르는 부담감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하니 역시 "상처받았을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를 건넸다. 그 사과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 '어색하지 않음'이 바로 열애를 대하는 한국의 방식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애가 과연 사과해야 할 일인가 싶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한국 역시 파파라치 문화가 어느 순간 스며들었다. 주로 열애설에 관련한 한국형 파파라치는, 미국처럼 파파라치를 직업으로 하여 사진을 언론에 파는 정도는 아니지만, 전문 매체의 취재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월 1일, <디스패치>의 보도로 커플임이 알려진 김준수와 하니 역시, 열애가 공개된 후 반응이 뜨거웠다. 김준수는 물론 하니의 첫 열애설이기도 했다. 바로 김준수가 속해 있었던 동방신기와 현재 김준수가 속해있는 JYJ는 막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팬덤이 거대한 만큼 자연스레 사생팬도 여럿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김준수와 하니는 악플러들을 "고소할 예정"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의 방향마저 완전히 틀어졌다. 관련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준수가 반한', '하니 마음 사로잡은' 같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의 왜곡된, 그중에서도 병폐가 심각한 연예 매체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열애설을 이용하여 자극적인 제목이 붙는 걸, 연예인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라디오스타>에서도 그랬듯,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 때마다 상대방의 이름이 언급되는 일 또한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담감을 '더' 짊어지는 쪽은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연애경력을 '여성의 과거'로 치부하는 인식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성이 동등한 무게로 취급될수록 상대적으로 열애도 자유롭다. 할리우드에서는 열애설이 몇 번 일어나든 그 사람의 인기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실제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역시 '브란젤리나'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브래드 피트가 전 부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던 당시 안젤리나 졸리와의 관계가 진척되었던 게 사실이다. 엄연히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들은 활동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상대적으로 사생활과 연예 활동을 별개로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애 경력을 왈가왈부하며 여성 연예인을 바라보는 한국 대중의 관음증은, 분명 도가 지나치다.

황정음, 한혜진 그리고 하니까지... 가혹한 시선

황정음, MBC드라마 일등공신! 배우 황정음이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 2015 MBC 연기대상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황정음, MBC드라마 일등공신! 배우 황정음이 지난 2015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 2015 MBC 연기대상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황정음의 열애 역시 파파라치 사진으로 밝혀졌다. 황정음은 솔직하게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과거 SG워너비의 김용준과의 공개 연애가 있었던 후 두 번째였다. 그러나 황정음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바로 전 연인이었던 김용준이 소환되었기 때문이었다. 황정음은 마치 성공을 거둔 후, 연인을 배신한 것처럼 구설에 올랐다. 이후, 경쟁이나 하듯이 김용준의 열애설이 터졌고, 그런 후에야 황정음에 대한 억측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김용준이 황정음의 입장을 배려해 일부러 열애 사실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물론 황정음의 열애설이 없었다면, 김용준의 열애설 역시 이토록 주목받지는 못했을 테다. 하지만 그 두 사람 사이에 뭔가를 끊임없이 예측하는 추측성 설왕설래는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황정음의 결혼발표가 있자 역시 김용준의 이름은 다시 거론되었다. 오랜 연애에 비교해 짧은 만남을 가진 상대와의 결혼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고 간 것이다. 황정음은 <우리 결혼했어요>로 발판을 마련한 후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시작으로 각종 드라마에 출연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결별 발표가 있기까지 무려 6년 동안이나 김용준과의 연인관계를 지속했다. 사귄 기간으로만 따지만 9년이 넘는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결별 앞에서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황정음이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인정받은 성과는 열애설 앞에서 조롱과 비난으로 되돌아왔다. 황정음의 이름은 여전히 김용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런 시선은 한혜진이 기성용과 결혼을 발표할 당시에도, 역시 9년 동안 공개커플이었던 한혜진과 나얼에게도 쏟아졌다.

연애는 잘못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만나느냐 혹은 연애 경력이 얼마만큼이냐 역시 그들의 사생활일 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상황을 추측하고 간섭하려 드는 한국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연애는 씻을 수 없는 '과거'가 된다. 그것은 곧 여전히 대중의 시선조차 남녀를 차별하는 분위기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파파라치를 받아들이기에는 보수적이다. 열애를 부인하거나 숨긴다고 하여 비난을 할 수만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별과 관계없이 연예인이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는 분위기는 과연 언제쯤 오게 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니 김준수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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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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