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정동의 한 주점에서 열린 힘내라 부산국제영화제 일일호프에서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8일 저녁 정동의 한 주점에서 열린 힘내라 부산국제영화제 일일호프에서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 미쎄랑 제공


사회자가 건배사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외치자 참석자들은 "힘내라!"로 응답했다. 다시 사회자가 "힘내라"를 외치자 이번에는 "이용관"으로 화답하며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주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계 공동대응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는 한국영화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영화단체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했고, 국내외 영화관계자와 관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부산영화제 대한 탄압에 맞서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정치적 보복을 받는 부산영화제를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새해 첫 주에 열리면서 자연스레 신년회 성격도 가미됐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영화인들과 관객들로 시작부터 북새통을 이뤘고, 앉을 곳이 없어 서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시간이 갈수록 찾는 사람은 더욱 늘어났는데, 이날 일일호프를 찾은 사람들은 대략 700명 정도였다. 앞서 6일 부산에서 열린 일일호프 인원까지 합치면 1천 명 정도가 부산영화제 지원 일일호프에 참석했다.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은 어떤 정치적인 구조나 사회 또는 영화전문가보다도 훌륭하다. 관객의 영화 선택권은 정부나 경제적인 논리에도 흔들릴 수 없다.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고, 즐기게 하는 것은 영화제나 영화인, 영화시장의 의미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과 이어진 부산시의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 논란 등 시련이 있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 지키기 위해 모인 것

 부산영화제 일일호프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왼쪽부터 부산영화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정지영 감독,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강수연 집행위원장

부산영화제 일일호프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왼쪽부터 부산영화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정지영 감독,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강수연 집행위원장 ⓒ 미쎄랑 제공


행사를 주최한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내일처럼 생각해 달라"며 참석한 영화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으로 당부했다. 이 대표는 "영화제는 영원히 갈 것이고, 어디서든 계속한다"고 말했다. 부산을 강조하지 않고 '어디서든'이라고 말한 것은, 차라리 장소를 옮기자는 영화계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계 주요 인사들의 격려와 지지발언도 이어졌다.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은 "참석해 주신 영화인들의 열정과 힘으로 영화제가 어려움을 잘 이겨내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새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임권택 감독은 "힘들 때 같이 동참해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영화인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한국영화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영화계 분위기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표현의 자유"라는 정지영 감독의 말은 이날 행사가 담고 있는 더 큰 의미이기도 했다.

보수 원로의 대표격인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장도 참석해 이용관 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 부산영화제 지키기가 신구세대를 넘어 한국영화 전체의 뜻임을 나타낸 것이다.

정 감독은 "지난해 논란이 한번 정리됐을 때 부산시에 더 이상 부산영화제를 건들지 말라고 했는데, 또 이런 행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 검열과 가위질에 작품을 훼손당했던 아픔이 있기 때문인 듯 표현의 자유는 영화인들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는 것이 정 감독의 지론이다.

부산시는 부산영화제 고발하고, 부천시장은 응원오고

 8일 열린 부산영화제 지원 일일호프에 참석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부천시장(가운데)이 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8일 열린 부산영화제 지원 일일호프에 참석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부천시장(가운데)이 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만수


이날 일일호프에는 이장호, 윤제균, 이무영, 오멸 감독, 배우 김호정, 조민수, 유지태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이충직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시무 영화학회장, 양윤모 평론가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상당수 참석해 부산영화제를 응원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부천시장도 최용배 집행위원장과 함께 참석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부산시가 부산영화제를 고발했다면, 부천시장은 부산영화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습이라 대비됐다.

부산영화제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을 통해 '부산영화제의 위상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으로 명예와 위상 회복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계는 부산영화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아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통해 계속 후원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제 일일호프 이용관 강수연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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