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과 오승환이 나란히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게 됐다.

KBO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하여 'KBO 규약 제151조 3항에 의거, 차기 시즌의 50%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이번 처분을 향후 프로야구 선수의 품위손상 행위에 따른 징계의 기준점으로 삼기로 했다. 또한 선수단 관리 책임을 물어 이들의 전 소속팀 삼성에 1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KBO 징계 두고 엇갈린 반응

소환조사 받은 오승환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

▲ 소환조사 받은 오승환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해 12월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 ⓒ 연합뉴스


임-오의 징계 수위를 두고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KBO의 해석을 따르자면 이들에 내려진 징계가 비슷한 관련 사례에 비하면 중징계인 것은 사실이다. 2009년 불법 인터넷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가 적발된 삼성 채태인 등은 5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제재금 200만 원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당시 여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들끓었다.

KBO에서 선수에 내릴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는 역시 영구 제명이다. 지난 2012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어 야구계에서 퇴출된 박현준과 김성현(이상 전 LG)이 바로 이런 사례다. 그 다음이 바로 무기한 출장정지다. 음주 운전을 저지른 LG 정찬헌과 정성훈은 잔여 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봉사활동의 징계를 받았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한화 최진행은 30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임창용과 오승환의 경우, 검찰수사에서 도박액수가 비교적 적고 상습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불구속 기소가 아닌 벌금 7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사실 법적 처벌의 수위에 맞춘다면 임창용-오승환의 도박 파문이 다른 대형 사건(음주운전, 도핑, 승부조작)과 비교했을 때 너무 강한 징계를 내리면 형평성에 맞지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계의 추세가 '도박 파문'에 엄중하게 대처하는 분위기이고, KBO만 비슷한 사례에서 또다시 낮은 징계를 내리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었다.

결국 KBO가 제시한 징계의 기준은 2009년 도박 사태 때보다 강화된 규약과 프로 선수들의 사회적 물의에 엄격한 여론을 두루 고려하여 내린 절충안 정도로 볼수 있다. 이미 부와 명예를 거머쥔 프로 선수들이 도박, 음주운전을 비롯해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한 행동을 잇달아 저지르는 것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일종의 본보기 성격도 있었다.

물론 여전히 징계가 부족하다고 보는 반응도 있다. KBO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조직폭력배가 관련된 해외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다가 적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금액이나 상습성 여부를 떠나서 팬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줬다. 나아가서는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다. 

그리고 이는 아직 처벌을 받지않은 안지만과 윤성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물론 두 선수가 최종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질수 있다. 비록 그들의 죄가 임창용이나 오승환과 비슷하다면 법적 처벌이나 KBO의 징계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해도 이미 팀에서 방출당한 임창용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검찰이나 KBO가 내리는 징계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팬들을 기만한 괘씸죄다. 최소한 벌금이나 출장정지는 정해진 범위라도 있지만 팬심에는 유통기한도, 만료일도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징계가 확정된 임창용보다도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는 안지만-윤성환과 삼성 구단에 대하여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야구로 팬들을 감동시켜야하는 프로 선수들에게 어쩌면 가장 무서운 징계는 바로 '등돌린 팬심'이다.

가장 무서운 건 팬들을 기만한 '괘씸죄'

검찰 '마카오 도박' 삼성 임창용 선수 전격 소환조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소속 임창용을 지난 11월 25일 전날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도박장 운영업자로부터 임씨가 마카오에서 원정도박을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전날 오후 9시께 임씨를 불러 관련 사실을 추궁했다. 사진은 지난 4월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의 임창용.

'마카오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삼성 임창용. ⓒ 연합뉴스


이제 관심사는 징계 이후 임창용-오승환의 거취다. 현재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이나 해외무대로 떠난 오승환 모두 KBO리그 소속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오승환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고 최근 2년 간 일본 센트럴리그에서 구원왕을 차지하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구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도박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미국이라고 해도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오승환의 영입에 배팅할 만한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시아 출신 불펜투수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그리 높지않은 것을 감안하면 설사 계약을 맺더라도 한국이나 일본 시절보다는 몸값이 하락하거나 마이너리그행까지도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박 파문에 민감한 일본에서도 전 소속팀 한신이 오승환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미국 진출마저 여의치않다면 그는 말 그대로 해외 미아가 될수도 있다.

임창용의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임창용은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한 살이 됐다. 오승환처럼 다시 일본이나 미국 진출을 시도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전력을 완료한 시점에 이미 불혹을 넘긴 데다 시즌의 절반밖에 활용할 수 없는 선수를 데려갈 이유가 없다. 더구나 도박 파문으로 이미지도 좋지 않은 선수를 굳이 영입할 국내 구단이 있을지 미지수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 투수였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만했던 두 선수의 추락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어설픈 온정보다 중요한 것은 엄중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다. 겉으로 내려진 징계보다 더 뼈아프게 새겨야할 것이 그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팬심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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