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켜보는 '야신' 지난 4월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은 지난 4월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올 시즌 야구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김성근'이었다. 3년 만에 야구계로 복귀해, 만년 꼴지 한화 이글스의 감독을 맡은 김성근은 짧은 시간에 팀의 모든 것을 바꿨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이슈를 몰고 온 김성근의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치르고 구단의 각종 인기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사람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리얼미터의 구단 인기순위에 의하면 한화 이글스가 20.1%의 득표를 얻어 삼성라이온스의 15.8%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관중 또한 구름 때처럼 몰려들었다. 21번의 매진과 함께 총 관중 65만7385명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고, 평균 홈경기 관중은 9130명으로 지난해 7424명보다 23%의 늘었다. 원정경기 매진 기록 또한 14회로 1위를 차지했고, 시청률은 케이블 TV에서 최고 인기프로그램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 1%를 밥 먹듯 넘겼다.

이 같은 뜨거운 대중적 관심과 함께, 빈볼시비, 혹사 시비 등 적지 않는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김성근 현상은 단순히 야구계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현상을 담고 있다.

SK 와이번스 시절(2007~2011)부터 김성근은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들에게는 김성근의 지도철학이 널리 알려졌다고 할 수는 없다.

그의 리더십은 2012년 고양 원더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부터 각종 언론과 출판 등 대중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는 그가 야구인생을 보내면서 제자들과 주고받은 사제지간의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으며, 다큐 영화 <파울볼>에서는 야구 인생에서 아웃라인 밖에 떨어진 청년들과 함께 진실된 노력의 힘을 보여준다.

비록 고양원더스가 해체되면서 그의 노력이 완전히 성공한 것이라 볼 수는 없게 됐지만,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가 2014년 시즌을 마치고, 팬들의 열광적인 요청으로 만년 꼴지 한화 이글스의 감독이 된 것은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노력'이 주는 감동

<파울볼>과 김성근 다큐영화 <파울볼>은 인생의 파울볼을 겪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노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 <파울볼>과 김성근 다큐영화 <파울볼>은 인생의 파울볼을 겪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노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 티피에스컴퍼니


김성근에 대한 환호 이면에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진짜 지도자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평생에 걸쳐 수저계급론을 체험하는 우리들에게 이 같은 원론은 새빨간 거짓말일 뿐이다.

몇 년 사이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망가졌다. 우리는 이제 개인의 노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위기에 빠진 개개인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성근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이 감동을 주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그는 바로 그 '노력'만이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쓸모를 찾지 못한 리더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준다는 그의 지도 철학은 '노력'이 '노오력'으로 희화화될 수밖에 없는 근래 진실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책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의 편집자 말을 보면, 결혼을 하고 애를 낳은 후배가 직장을 잃은 장면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편집자는 김성근에게 물었다. 결국 야구 때문이었냐고. 김성근은 고개를 저으며 사람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사람 사는 게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은 세상에 속한 한 사람으로써, 이 책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은 구절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 자체가 반칙이다. 그는 야구인으로써, 야구를 통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다. 우리 삶의 스승은 아니다.

김성근의 복귀 이후 그가 한화에서 거둔 성과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성적은 6위로 지난해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훌륭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첫 해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진실된 노력의 힘이 증명되길 바랐을 뿐

많은 이들이 그와 한화에 열광했지만, 적대자들도 많았다. 1년 내내 그는 다양한 논란에 시달렸다. 그리고 김성근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보기에도 시즌 말에 그가 흔들렸고, 필자의 눈에 보기에도 그가 흔들렸고, 김성근 본인의 말에 의해도 그가 흔들렸다.

시즌 종료 후 진행된 몇몇 인터뷰에서 그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시즌 초, 경기장에서 열성적으로 환호하는 팬들의 응원에 부담스러운 듯,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말한 김성근을 기억한다. 대중들은 김성근을 한 사람의 야구인으로 열광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고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은 근래, 진실된 노력의 힘을 증명해주길 기대한 것이다. 그를 사회적 스승으로 여기며, 그를 통해서 잠깐이나마 달콤한 꿈을 꾼 것이다.

김성근은 훌륭한 야구 감독이고 그를 통해 만년 꼴지 한화이글스는 충분히 강한 야구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거기까지다. 한화이글스의 성장은 결국 그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처한 세상의 혹독함은 메시아가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마주하고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김성근과 함께 꾸었던 달콤한 꿈을 기억하며. 올해의 야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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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화를 통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써 많은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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