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수란

싱어송라이터 수란 ⓒ 밀리언마켓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에게 수란(본명 신수란)은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의 이름은 얀키와 프라이머리의 앨범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내놓은 블락비 지코의 솔로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흔하지 않아서 귀를 기울이게 하는 목소리. 그것이 바로 수란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정체성이다.

그간 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수란은 지난 11월 싱글 < Calling in Love(콜링 인 러브) >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오후 <오마이스타>와 만난 그는 이번 앨범을 "자기소개서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 'Calling in Love'는 듣기에 편안한 음악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음악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호불호는 안 갈릴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목소리나 노래의 뉘앙스, 멜로디나 느낌은 어렵지 않은 곡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뻔한 구성은 아니지만 보컬을 통해 대중성과 독특함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 1년 만에 내는 앨범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으면 했다."

공대생 → 언더그라운드 재즈신 → 싱어송라이터


수란은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 공대생이었다. 20대에 접어들어 '음악을 진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게 되었고, 이후 언더그라운드 재즈신에서 활동했다. 그는 프로듀서를 만나 앨범 작업을 하기도 하고 다시 대학(서울예대)에 진학하는 등 계속 배우다가 '주체적으로 음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자신에게 딱 맞는 프로듀서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을 "(음악을) 잘한다기보다 장점을 정확하게 안다"고 평가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한 탓에 한때는 뿌리가 없는 것 같아 고민했지만, 새로운 것에 바로바로 적응하는 것이 오히려 수란의 장점이 되었다. 여기에 재즈 신에서 활동하며 체득한 '필(Feel)'까지 더해져 트렌디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수란은 "나의 음악에는 필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014년 12월, 첫 싱글 < I Feel(아이 필) >을 선보인 이후 1년간 수란은 다음 앨범을 빨리 내려고 하기보다 외부 작업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이번 앨범에는 함께 작업했던 얀키와, 프라이머리의 앨범에 실렸던 '마네퀸'에서 호흡을 맞췄던 빈지노가 수란을 위해 목소리를 더했다. 그는 'Calling in Love'에 등장하는 빈지노의 랩을 두고 "빈지노씨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수란은 이번 앨범의 아트웍에도 공을 들였다. 빈지노가 속한 아트웍 크루 IAB는 수란의 음악에 딱 맞는 아트웍을 재킷으로 표현해냈다. 숲 속의 수영장과 분홍색, 흰색이 어우러진 마블링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서 촬영한 사진이다. 수란은 "앞으로 전시도 하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면서 "이런 디테일과 정성이 결국은 음악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수란의 새 싱글 < Calling in Love(콜링 인 러브) >의 재킷

수란의 새 싱글 < Calling in Love(콜링 인 러브) >의 재킷 ⓒ 밀리언마켓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수란은 올해 자신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시기가 2015년이었다면, 내년에는 2월께 미니앨범 발표를 시작으로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겠다는 각오다. "곡을 쓸 때는 프로듀서의 입장에 서려고 한다"고 털어놓은 수란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면서 "다만 각각의 곡을 하나로 묶여주는 것이 나의 보컬일 거다, 내 보컬에 다양한 옷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보다 '일단 부딪혀보자'고 돌진하는 편이다. 곡을 쓰다가 막힐 때면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고 작업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다. "다른 부분은 안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 좀 엄격한 것 같다"고 한 수란은 "음악에 관해서는 목표가 정확히 있고,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거니까 그런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순수하게 음악을 들려줄 창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만 수란은 "세상에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 그 시간에 자기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매력적인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티스트의 역할이라고. 그는 "내년에는 페스티벌 무대에도 많이 서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서 수란의 이름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수란은 "내 음악은 진짜 나를 보여주는 음악이고, 콜라보레이션은 다른 이를 서포트하는 작업"이라면서 "(콜라보레이션) 음원을 많이 발표한다고 해서 소모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란의 앨범에는 목소리만큼이나 매력적인 그의 세계가 담겨 있다.

 싱어송라이터 수란

ⓒ 밀리언마켓



○ 편집ㅣ이병한 기자


수란 빈지노 얀키 프라이머리 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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