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플리마켓. 부산영화제 살리기 기금 마련도 목적으로 한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19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플리마켓. 부산영화제 살리기 기금 마련도 목적으로 한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 아트나인 제공


부산시의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고발에 따른 영화계의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에서는 독립예술영화배급사 등이 함께 하는 플리마켓이 열렸고, 부산에서는 독립영화인들의 주말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영화계는 대응 수위를 점점 높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대립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자세다.

영화계의 공동 대응

 부산영화제 살리기 기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19일 아트나인에서 열린 플리마켓.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도 직접 찾아 영화계 인사들을 격려하고 물품을 구매했다.

부산영화제 살리기 기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19일 아트나인에서 열린 플리마켓.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도 직접 찾아 영화계 인사들을 격려하고 물품을 구매했다. ⓒ 플레인 제공


19일 독립예술영화배급사들의 플리마켓이 열린 아트나인에는 관객들로 북적댔다. 영화 DVD와 포스터, 탁상 달력 등 각종 영화 관련 물품이 판매됐는데, 주요 참여사들은 이날 수익금의 절반을 '부산영화제 살리기 기금(부산영화제 변호사 비용)'으로 내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직접 물품을 구입하며 영화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이렇게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세상이고 이것이 예술"이라며 "함께 해주는 관객들이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독립영화인들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과 교수와 차민철 부산독립영화협회 전 대표 등 부산 영화인들은 주말인 19일과 20일 부산영화제의 발상지인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첫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 → 집행위원장 사퇴 압력 → 영화제 감사 → 이용관 위원장 검찰 고발로 이어지고 있는 수순을 '부산영화제 길들이기'라고 규정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측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부산시가 휘두르고 있는 채찍이 영화제를 키워온 중심인 시민을 향하고 있다는 부분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서병수 시장의 주민소환과 조직위원장 사퇴까지 요구하는 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부산독립영화인들의 시위는 매 주말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20일 오후 부산 남포동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차민철 전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20일 오후 부산 남포동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차민철 전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 부산독립영화협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다

영화계는 올해 초 같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또 다시 한국영화를 기만하고 있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한 영화감독은 "주민소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이 지속될 경우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을 필두로 한 집행부의 총사퇴, 영화계 전체의 영화제 보이콧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화제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단순히 엄포성 발언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시> <화이> 등을 제작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영화제의 독립성이 흔들린다면, 최악의 경우도 고려한다는 메시지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화계는 지난 200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동 대응을 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부천시장이 집행위원장을 해임하면서 영화계의 반발이 거셌고, 그해 영화제는 영화계가 참석을 거부해 파행을 면치 못했다. 이후 부천영화제의 위상이 크게 하락하며 오랜 시간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다. 이는 영화제의 독립성 훼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영화인들의 뜻이 분명히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최근 파행을 빚은 대종상영화제 역시 일부 원로영화인들이 영화인이 아닌 사람을 앞세워 전횡을 하는 것에 대해 영화계가 사실상 집단적으로 거부한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오랜 역사와 권위가 있는 행사라 할지라도 문제가 있으면 외면하겠다는 영화인들의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배우들이 참석을 안 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올해 초 부산영화제 위원장 사퇴 압박 과정에서 일부 제작자와 감독 등은 부산영화제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출품이나 참석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한 영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영화제가 아닌 개인 고발"... 싸늘한 시선 되돌릴 수 있을까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계의 강경한 여론을 의식한 듯 부산시는 부산영화제 자체가 아닌 개인에 대한 고발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화계를 되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서 시장이 지난 여름 국내 영화단체 대표자들을 초청해 앞으로 잘 해보겠다고 했으면서도 이번에 입장을 뒤집었다"면서 불신감을 나타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영화제는 올해 스무 돌을 맞아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자체적인 조직개선안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어려움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성장통"이라며,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정치적 압박 논란을 회피하려는 자세를 나타냈다.

서 시장은 또한 "영화제 운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영화인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다만 국가보조금을 재원으로 삼아 운영되는 단체는 그에 준하는 도덕성과 투명성도 요구되는 만큼 영화제 측과 긴밀히 협의해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부산시에 부산영화제 고발을 통지한 부분은 국가보조금이 아닌 민간협찬금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부산영화제 서병수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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