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부산 콘서트 '응답하라 부산' 포스터.

전인권 부산 콘서트 '응답하라 부산' 포스터. ⓒ 파랑도깨비


세상에는 둘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최고의 맛을 내는 음식들이 있다. 묵은 김치가 빠진 흑산도 홍어와 싱싱한 미나리가 빠진 마산 복어매운탕, 키조개 살이 빠진 장흥의 한우 등심을 상상해보라. 뭔가 심심하다.

음식만 그럴까. 인간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神)으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이야기되는 테너(Tenor)와 로커(Rocker)의 목소리가 그렇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드넓은 야외공연장에 딱 어울리는 가수였다. 수천 명의 관객에게 정확한 이탈리아어 발음을 전달하는 것에 루치아노의 목소리는 최적화돼 있었다. 반면 라이벌 플라시도 도밍고는 울림이 매혹적인 음성으로 실내공연에서라면 어떤 테너도 압도했다.

로커로 보자면 그레함 보넷은 산(山)과 근사한 하모니를 이룰만한 음색이다. 준수한 외모에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청명한 그의 목소리는 눈 덮인 히말라야의 설산 혹은,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닮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믹 재거' 혹은, '동양의 존 레논'으로 불리는 전인권은 어떤가?

여러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가 보기에 그의 목소리는 바다에 비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웅숭깊은 정적 침잠과 몰아치는 파도의 동적 음색을 동시에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로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앞의 비유는 틀렸다. 믹 재거나 존 레논이 '영국의 전인권'으로 비유돼야 마땅하다.

바다의 목소리 전인권, 바다의 도시 부산으로

서설이 길었다. 바로 그 전인권이 푸른 침잠과 새하얀 포말이 동시에 존재하는 파도의 도시 부산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름하여, '응답하라 부산'. 오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이다. 전인권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부산 예술지구P에 위치한 콘서트홀 '금사락'.

얼마 전부터 방영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가 삽입됐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미 높았던 전인권의 주목도가 더 높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번 콘서트에선 '비교적 조그만' 극장 금사락에서 전인권의 들숨과 날숨 소리까지를 확인하며 이 곡을 듣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제는 술과 마약을 끊고 음악 곁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전인권의 공언이 있은 지 벌써 몇 년. 그는 음악팬들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최근 그의 행보는 이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지난달 내놓은 신곡 '해피'와 '눈눈눈눈'은 그의 새로운 노래를 기대해왔던 골수팬들은 물론 록음악에 무관심했던 20대까지를 매혹하고 있으며, 자이언티, 타이거JK,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후배 뮤지션들과 하모니를 이룬 '너와 나' 역시 기대 이상의 대중적 주목을 받고 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20년쯤은 '사자의 목소리'로 뜨거운 음악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전인권의 이번 부산 공연에는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제이비드와 신디케이트 등이 오프닝 밴드로 참여한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파랑도깨비 전인권컴퍼니' 측은 "거대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함께 한다는 오붓한 느낌을 팬들에게 선물해 줄 것"이라며 "색다른 크리스마스 파티로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는 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공연명: 전인권밴드 부산 콘서트 - 응답하라 부산
일시: 2015년 12월 24일~26일
장소: 부산 예술지구P 금사락
문의: 1544-1555(인터파크) 1544-3800(예스24)
전인권 응8 부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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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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