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의 윈터 미팅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각 구단 실무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시즌을 결산하고, 리그 전체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다. 이전까지의 윈터 미팅은 구단 관계자 등의 야구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015년의 윈터 미팅은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됐다. 이틀에 걸쳐 열리는 윈터 미팅 중 첫 날인 12월 9일 리그의 발전을 위한 여러 주제의 세미나와 토론회가 준비되어 KBO리그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사전 등록한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다. 이에 본 기자도 KBO리그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사전 등록을 한 뒤, 9일 오전에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현장을 찾았다.

KBO리그 산업화, MLB 실패 사례도 배워야

KBO리그 윈터미팅 005 유소년 선수 보호에 있어서 성과만 바라보는 부상 위험 경시 현상의 해결은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길이 험난한 대형 과제이다.

▲ KBO리그 윈터미팅 005 유소년 선수 보호에 있어서 성과만 바라보는 부상 위험 경시 현상의 해결은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길이 험난한 대형 과제이다. ⓒ 김승훈


이날의 전체 행사는 오전 9시 40분에 시작됐다. 첫 순서로는 MLBi의 수석부사장 크리스 박이 연사로 나섰다. 크리스 박은 현재 메이저리그의 글로벌 사업과 이벤트 그리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진행을 총괄하고 있다.

크리스 박은 메이저리그의 성장 전략 및 리그 비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업의 성장을 위한 선수와의 협력, 노종조합과의 파트너십, 시설과 구장의 개선 등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1994년 선수 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하여 월드 시리즈가 열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바 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 총재(커미셔너)가 된 버드 셀릭은 디비전 개편과 와일드 카드 자격 신설 등 각종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해왔다. 현재도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을 통한 챌린지 제도 신설 등 지속적인 노력이 진행 중이다.

두 번째로 강연을 했던 한국야구발전연구원의 장윤호 이사는 NFL(미식축구리그)의 모델이 미래의 KBO리그의 모델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NFL이 큰 성공을 했던 비결로는 리더십에 대한 신뢰, 구단과의 수익 공유 시스템, 마케팅의 차별화, 혁신적 제도 개혁 등이 언급되었다. 장 이사는 장기적으로 10개 구단이 KBO리그 사무국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홈 충돌 방지 규정 신설, 패널 전원 찬성 의사 밝혀

KBO리그 윈터미팅 003 허구연 KBO리그 발전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KBO리그 이슈 점검 토론에서는 홈 충돌 방지 규정에 대한 신설에 대하여 패널 전원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 KBO리그 윈터미팅 003 허구연 KBO리그 발전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KBO리그 이슈 점검 토론에서는 홈 충돌 방지 규정에 대한 신설에 대하여 패널 전원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 김승훈


오후 행사는 크리스탈 볼룸을 반으로 나눠서 두 주제의 포럼이 동시에 진행됐다. 야구인들은 두 주제 중에서 자신이 좀 더 관심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었다. A홀에서는 스포츠산업 진흥법 활용, KBO리그의 광고 현황과 개선 방안의 두 가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고, B홀에서는 KBO리그 이슈 점검, 퓨처스리그의 성장 방안에 대하여 세미나가 열렸다.

본 기자는 KBO리그 이슈 점검과 퓨처스리그 성장 방안에 대한 주제를 선택했다. KBO리그 이슈 점검에서는 허구연(KBO리그 발전위원장 및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좌장의 진행 하에 각 분야 패널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KBO리그 이슈 점검에서는 허 위원장을 비롯하여 도상훈 KBO리그 심판위원장, 유남호 KBO리그 경기운영위원장, 김제원 KBO리그 기록위원장, KIA 타이거즈 오현표 운영실장, kt 위즈 차명석 투수코치,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크게 다뤄진 세 가지 주제는 지난 해부터 심화된 타고투저 현상, 스트라이크 존 판정 문제 그리고 올해부터 시행된 경기 스피드 업 제도였다.

스피드 업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거론됐다. 차명석 코치는 대타 투입이나 투수 교체 타이밍에 있어서 적절한 시점을 잡아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안경현 해설위원은 투수들이 투구 간격을 줄이면 경기 진행도 빨라지고 타자들에게도 긴장감을 유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제원 기록위원장은 타자들의 노력과 외국인 타자의 가세 등이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쳤음을 분석했고, 구단 서포터즈들이 경쟁적으로 스피커 볼륨을 높여 경기를 중단시키는 경우를 자제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남호 위원장은 투수의 전반적인 제구력을 교정한다면 투구수 절약 및 투수 교체 빈도 단축이 가능함을 밝혔다.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하여 가운데 높은 공에 대해서는 공 반 개 정도까지는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좌우의 경우 더 넓히는 것은 홈 플레이트와의 규격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을 강조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더 넓히는 것은 어렵지만 더 좁아지지 않도록 신경을 쓸 것임도 강조했다.

이어서 홈 충돌 방지 규정 신설에 대한 논의도 열렸다. 허 위원장이 참고 자료로 준비했던 동영상은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충돌 장면이었다. 2010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했던 포지는 2011년 5월 당시 상황에서 큰 부상을 입고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전례가 있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에 대하여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신설되었다.

도 위원장은 선수 부상과 관련하여 홈 충돌 문제가 큰 문제임을 인정했다. 이날 홈 충돌 방지 규정에 관한 의견에는 이 자리에 참석했던 패널이 모두 규정 신설에 동의했다. 도 위원장은 규칙위원회에 이 의견을 상정할 것임을 밝혔다. 마침 이날 오후 비공개 세미나로 KBO리그 김인식 규칙위원장의 진행 하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예정되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퓨처스리그 발전, 유소년 선수 보호 등 육성 관련 방안 논의

KBO리그 윈터미팅 004 단국대학교의 전용배 교수는 퓨처스리그의 성장 방안으로 리그의 독립화를 역설했다.

▲ KBO리그 윈터미팅 004 단국대학교의 전용배 교수는 퓨처스리그의 성장 방안으로 리그의 독립화를 역설했다. ⓒ 김승훈


퓨처스리그(2군)의 성장 방안 토론에서는 단국대학교의 전용배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전 교수는 현재 KBO리그의 수익 구조를 분석하고, 메이저리그의 현황과 이를 비교하며 관중 증가의 정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전 교수는 대도시에 집중된 10개 구단의 경기장으로 찾아오기 힘든 팬들의 유입을 위하여 선수 육성 중심의 퓨처스리그를 마이너리그와 같은 또 다른 프로리그로 독립화하여 관중들을 유입하기 위한 성장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퓨처스리그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군 선수들로 구성된 10개 팀과 군 복무 선수들을 위한 2개 팀(상무, 경찰청) 등 총 12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군 팀의 연습장 성격의 경기장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낮 경기를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중들의 참여도 현실적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 교수는 퓨처스리그도 스포츠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NC 다이노스가 2012년 퓨처스리그에 처음 참가했을 때 돌풍을 일으켰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흥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노스의 퓨처스리그 팀은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연고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또한 전 교수는 1군 구단들의 제2구장 활용 사례들을 들어 퓨처스리그가 독립화 될 경우 이러한 기타 경기장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음을 주장했다. 퓨처스리그를 관람자 중심의 독립리그로 발전시킨다면 현재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구단 입주가 중소도시들을 중심으로 활발해지면서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노릴 수 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열린 공개 세미나는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을 주제로 열렸다. 동신대학교의 임승길 교수와 선수촌병원 한경진 원장이 강연을 맡았고, 이와 관련한 토론이 열렸다. 프로 구단에 입단하는 대다수의 신인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부상을 안고 입단하는 사례가 대부분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엘리트 학원 스포츠 문화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입시나 프로 입단을 목적으로 선수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이상적인 선수 육성의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임 교수는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높이는 연투나 과다 투구 등 요인을 분석했고, 길고 건강한 커리어를 위한 유소년 투구 지침 모델인 메이저리그의 피치 스마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도 젊은 투수들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사례가 급증(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호세 페르난데스 등)하는 가운데 근본적 해법을 유소년 선수들의 육성에서 찾는 방식이었다. 이에 의하면 만 15세 이전에는 슬라이더, 커브 등 신체에 무리가 가는 변화구를 연마하지 않게 주의할 것과 이닝 제한, 휴식기간 보장 등의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의 현실은 그러한 피치 스마트의 이상과는 멀었다. 이학박사 한경진 원장은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 통계와 부상 선수들의 실제 사례까지 소개하며 그 현실을 증명했다.

이 자료들에 의하면 혹한기에 강원도 속초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야구부, 부상이 있음에도 같은 포지션 대체 선수가 없어서 출전을 강행하는 포수 등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심지어 하루에 2, 3경기의 연습 경기를 치르는 초등학교에서 더블헤더 연속 등판하는 투수 사례 등 충격적인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소년 선수 보호는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봄에 전력을 맞추기 위해 겨울에 훈련을 강행해야 하는 현실, 입시 결과만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요구 등 성과의 압박이 너무 큰 것이 입시 위주로 이뤄지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었다. 이에 대하여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러한 교육 문화 앞에서 자율적인 준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장기적 리그 발전을 위한 첫 시도, 긍정적 평가

기존에 구단 관계자들만 모여서 진행했던 윈터 미팅과는 달리 야구에 관심이 있는 각 분야의 모든 팬들이 함께 모여 진행했던 2015년 윈터 미팅은 이렇게 수많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류대환 KBO리그 사무차장은 리그 발전의 정체기가 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의 길을 열기 위해 윈터 미팅에 보다 많은 사람을 초대했음을 밝혔다.

일반인들이 윈터 미팅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윈터 미팅이 KBO리그의 또 다른 문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경기장에서만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보다 많은 목소리를 듣고 발전의 방안으로 삼겠다는 KBO리그 사무국의 취지가 긍정적으로 보였다.

또 일단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윈터 미팅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윈터 미팅의 큰 성과가 아닐까 조심스레 분석해 본다. 각계의 위치에서 야구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점은 리그가 팬들의 의견을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수렴하여 장기적인 리그 발전의 방안으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향후 KBO리그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을 지속되기를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BO리그윈터미팅 KBO리그발전포럼 홈충돌방지규정문제 리그와팬의소통문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