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3)과 4년 84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40)도 2년 10억원에 한화에 잔류하기로 했다.

한화 이글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3)과 4년 84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40)도 2년 10억원에 한화에 잔류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2015 FA(자유계약) 선수들의 원소속 구단 협상 기간이 29일 자정을 기점으로 마감됐다. 올해 FA 자격을 취득한 22명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11명의 선수가 잔류를 선택했다.

잔류 선수 중에는 한화 김태균이 4년 총액 84억(계약금 20억, 연봉 16억)으로 최고 몸값을 기록했다. 2012년 국내 복귀 당시 FA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여 계약금 없이 연봉으로만 4년 연속 15억을 받았던 김태균은 이번 계약으로 지난해 4년 86억을 받았던 SK 최정에 이어 KBO 야수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의 계약을 맺게 됐다.

당초 김태균은 무난하게 한화 잔류가 유력할 것이라던 예상에 비하여 의외로 협상 기간이 길어져 한화 팬들의 속을 태웠다. 또 다른 팀 내 FA였던 포수 조인성과 함께 계약 조건을 둘러싸고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다가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 마감시한 직전에야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의 4번타자인 김태균은 한화의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명성에 비하여 부족한 홈런과 타점, 최근 잦아진 잔부상 등으로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태균의 FA 몸값이 또다시 '오버페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김태균이 한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최근 FA 시장의 몸값 거품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조인성과는 2년 총액 10억에 계약을 맺었다. 개인 통산 3번째 FA 계약에 성공한 조인성은 불혹의 나이에도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이로써 일단 내부 FA들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한 한화가 올해 다시 한 번 외부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원클럽맨들, 구단에 남다

롯데 송승준과 기아 이범호, 삼성 이승엽, LG 이동현, 넥센 이택근-마정길, SK 박정권-채병용, KT 김상현 등도 원소속팀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우완 선발 송승준은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24억 원, 연봉 4억 원)의 조건에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 FA 중 현재까지 김태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자 투수로서는 최고액이다. 롯데는 이미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와 일찌감치 재계약에 합의한 데 이어 송승준까지 잔류시키며 다음 시즌에도 검증된 선발투수 3명을 확보하게 됐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2년 총액 36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0억 원)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36이라는 숫자는 이승엽의 등번호이기도 하다.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 계약이 선수생활의 마지막 FA 계약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승엽은 명예로운 삼성맨으로서 은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내야수 이범호도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기아와 계약 기간 4년(3+1)에 총액 36억 원(계약금 10억 원, 연봉 6억5000만 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특히 이승엽, 김태균, 송승준 등은 모두 오랜 기간 한 팀에서만 뛰어온 원클럽맨들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선수들이다.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던 시절에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은 있지만, KBO에서는 오직 한 팀에서만 활약을 이어가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FA 시장에서 팀 잔류를 선택한 것이나 구단이 이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 모두 현 소속팀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FA 시장, 불펜 투수들의 가치 점점 높아질 듯

하지만 원소속구단과의 협상에 실패하며 결국 FA 시장으로 나온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중에서는 현재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으로 꼽히는 정우람, 골든글러브 3루수 경력에 빛나는 박석민, 구원왕 출신 손승락, 올해 최다 안타왕 유한준 등 대어급 선수들이 적지 않다.

내부 집토끼 단속에 실패한 SK와 넥센은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SK는 10개 구단중 가장 많은 무려 6명의 선수가 FA로 풀렸다. 이 중에서 박정권-채병용만 잔류에 성공했을 뿐,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 박재상과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들 모두 SK의 주전급 선수들이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우람에게는 FA 역대 불펜투수 최고액을 제시했음에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우람이 FA 시장에서 계약을 맺지 못하고 다시 SK 구단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넥센도 유한준과 손승락의 공백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넥센은 이미 부동의 4번타자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한 데다 에이스 밴 헤켄마저 일본 세이부로 이적하며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는 첫 시즌을 앞두고 심각한 전력 누수가 우려된다.

올해 FA 시장에서 원소속팀과 계약한 11명의 계약 총액은 334억7000만 원이다. 지난해 FA 선수 19명이 기록한 역대 최고 총액 630억의 약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다. 외부 협상에 돌입하는 11명 중 정우람, 윤길현, 손승락, 오재원 등 대어급 선수들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 시즌 FA 최고액을 가뿐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FA 미계약자 11명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FA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 김현수의 경우, 이미 국내 잔류보다는 사실상 메이저리그 진출에 방점에 찍히고 있다. 오재원은 4주 기초 군사훈련관계로 퇴소 후에야 본격적인 FA 협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FA 시장은 '불펜 투수들의 호황'이 더 두드러진다. 당초 최대어로 꼽혔던 김태균, 김현수, 이승엽 등 대형 야수들의 거취가 정해지면서 시장에 남은 선수들 중에서는 수준급 불펜 투수들이 많다.

LG와 재계약에 성공한 이동현이 3년 총액 30억(계약금 12억, 연봉 6억)으로 좋은 대우를 받았고, 정우람이 SK의 불펜 최고 대우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선 데서 보듯, 국내 야구의 흐름은 불펜 투수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삼성, 한화, 기아, LG 등 다음 시즌 불펜 보강이 절실한 구단들이 많은 만큼 수준급 불펜 투수들이 올해 FA시장의 판도를 가늠할 최대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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