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많은 드라마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탄탄한 이야기와 밀도 높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성공을 거둔 드라마도 있다. 다소 실험적인 도전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작품도 있다. 그중에는, 시작은 거창했으나 마무리가 어설펐던 용두사미형 드라마도 눈에 띈다.

올 한 해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용두사미 어워드'에 선정된 3편의 작품을 꼽아봤다. 누가 선정했냐고? 당연히 나다. 보아하니 대종상도 그정도 밖에 시상하지 못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있나. 자, 내 맘대로 시상식 시이~작!

[1위 SBS <용팔이>] 아... 용팔이... 광고팔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후반부 스토리에서 약점을 드러낸 <용팔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후반부 스토리에서 약점을 드러낸 <용팔이>. ⓒ SBS


올해 방영된 평일 미니시리즈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률 20%의 벽을 넘은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는 2015년 최고의 화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최고의 용두사미 드라마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후반부 이르러 매우 큰 아쉬움을 남겼다.

초반만 하더라도 <용팔이>는 거침이 없었다. 주원과 김태희의 만남은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천재 외과 의사가 불법 왕진을 나가 조폭을 치료하는 스토리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여기에 화려한 영상미와 연출이 더해지면서 <용팔이>는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등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김태현(주원 분)과 한 여진(김태희 분)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힘을 잃었고,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각종 PPL이 난무하면서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 '용팔이'가 아닌 '광고팔이'라는 조롱에 시달릴 정도였다. 급히 결정된 연장 방송 역시 무리수를 동반하며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했고, 이야기는 흔하디흔한 막장 코드로 범벅이 돼버렸다.

결국, 막장을 넘어 망작으로 기억될 <용팔이>가 올해 용두사미 어워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 tvN <신분을 숨겨라>] 전혀 절대적이지 않던 '절대악'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으나 식상한 수사물이 되어버린 <신분을 숨겨라>.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으나 식상한 수사물이 되어버린 <신분을 숨겨라>. ⓒ tvN


올해는 어느 때보다 비지상파 방송의 활약이 뛰어났던 한 해다. 그 중심에는 예능 왕국을 넘어 이제는 드라마 왕국까지 눈독을 들이는 tvN이 있다. tvN은 올 한 해 <오 나의 귀신님>, <두 번째 스무 살> 등 여러 드라마를 히트시키며 지상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런 tvN에서도 용두사미 드라마는 존재했다. OCN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신분을 숨겨라>가 그 주인공이다. 잠입취재라는 낯선 소재에 화려한 도심 액션을 접목한 이 드라마는 극 초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갈수록 작위적 설정이 반복되고 이야기에 힘이 빠지면서 나중에는 유치한 수사물이 돼버렸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절대 악'으로 그려진 고스트의 정체가 아무런 반전 없이 쉽게 밝혀지면서 극 끝에 이르러서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꽃미남 배우로 알려진 김범의 연기변신과 카리스마 넘치는 박성웅의 묵직한 액션 등은 볼거리로 남았다. 하지만 방영 전 이 드라마에 쏟아진 관심을 생각해보면 <신분을 숨겨라> 역시 용두사미 어워드에서 순위권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3위 MBC <그녀는 예뻤다>] 선정하기까지 정말 고민 많이 했다

 황정음의 코믹연기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힘이 떨어진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의 코믹연기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힘이 떨어진 <그녀는 예뻤다>. ⓒ MBC


용두사미 어워드 3위를 꼽기까지 정말로 많은 고심을 했다. 특히, MBC <그녀는 예뻤다>의 경우, 개인적으로도 올 한 해 가장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 가운데 하나였다. 용두사미라는 불명예(?)를 안겨주는 것이 한편으로는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김혜진(황정음)이 '예뻐지면서'부터 이야기에 힘이 빠졌다. 재미 또한 이때부터 반감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혜진의 정체가 생각보다 일찍 밝혀지면서부터 이야기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급기야 부족한 분량을 지성준(박서준 분)과 김혜진(황정음)의 멜로 장면으로 꾸역꾸역 채워나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예뻤다>의 경우 로맨틱 코미디의 특성을 잘 살린 수작이다. 다만, 중반까지 이 드라마가 안겨준 재미와 기대감을 고려해본다면, 너무도 평범하게 흘러간 후반부가 오점으로 남는다.

그래도 '똘기자' 역할을 맡은 최시원의 능청스러운 연기, 황정음표 코믹연기, 박서준의 시크하면서도 다정스런 매력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용두사미로 끝났다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부디, 현재 방영 중인 그리고 방영 예정인 드라마들은 용두사미로 그치는 일 없이, 제작진과 배우들이 힘을 합쳐 후반부까지 힘차게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용팔이 그녀는 예뻤다 신분을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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