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리미어 12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당초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어려움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표팀은 기적적인 우승으로 황홀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성과에만 도취되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대표팀 운영과 관련된 시스템이다. 냉정히 말해 결과는 좋았지만 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은 이번에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코칭스태프에서 선수단 구성에 이르기까지, 야구계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번 프리미어 12 이후 다음 야구 국가대항전은 2017년 3월로 예정된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실질적으로는 약 1년여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그때까지 해결해야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오랜 화두 '전임감독제', 이번엔 제대로 논의해야

우승 이끈 김인식 리더십 지난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8-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 후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 모여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 우승 이끈 김인식 리더십 지난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8-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 후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 모여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시급한 것은 야구대표팀의 오랜 화두인 전임감독제다. 이번 시즌 KBO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인식 감독이 한시적으로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전임감독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제외하면 그동안 프로팀 감독에게 한시적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 12는 프로야구 일정상 프로팀 감독의 대표팀 겸직이 구조적으로 아예 불가능했다.

프리미어 12만이 아니어도 현실적으로 소속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 정규리그와 국제대회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감독이 어느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으니 소속팀은 소속팀대로 피해를 보고, 대표팀도 대표팀대로 피해를 본다. 무엇보다 감독 개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다.

야구계에서도 오래전부터 전임감독제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번번이 논의로만 그쳤던 이유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축구처럼 정기적인 A매치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대회 자체가 많지 않은 야구의 특성상 전임감독만 따로 두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하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본은 비록 프리미어 12에서 우리에게 패했지만 일찌감치 전임감독제를 운영하여 장기적인 플랜으로 팀을 운용하고 있는 점은 분명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전임감독의 역할과 필요성이 불분명하다면 감독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여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 대회의 김인식 감독처럼 KBO 기술위원장이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성이 그나마 이 정도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야구계 원로이자 덕장으로 꼽히는 김인식 감독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이처럼 명망 있고 경험 많은 야구계 인사를 선임하여 단지 국제대회 기간만이 아니라 대표팀의 선수선발이나 관리 운영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게 하면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 운영이 가능하다. 국제대회 기간에는 사령탑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비활동기간에는 행정 업무에 전념하면서 업무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고 불필요한 업무 중복도 최소할 수 있다. 부족한 현장 감각은 현역 지도자 출신 코칭스태프들을 선임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전임감독이든 임시감독이든 다음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고, 경험이나 인망 등을 따져봤을 때 김인식 감독이 오는 2017년 WBC까지 지휘봉을 잡는 게 최선의 대안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미 칠순의 고령이고 건강 문제도 있다. 이미 그동안 국가를 위하여 충분한 희생과 헌신을 보여준 노장에게 천년만년 대표팀 사령탑의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도 차세대 지도자들이 국제무대에서 '포스트 김인식'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40대에 불과한 고쿠보 감독을 전임으로 임명한 데는 지도자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도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구상하고 책임감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들어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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