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FC가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광저우는 지난 21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 홈 경기에서 외국인 공격수 엘케손의 결승 골에 힘입어 알 아흘리(아랍에미리트)에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8일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광저우는, 1·2차전 합계 1-0을 기록하며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 클럽 최강 자리에 올랐다.

'아시아의 맨시티'로 불리는 광저우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클럽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신흥 명문의 반열에 올랐다. 2011년부터 중국 슈퍼리그를 5연패 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했다.

공격적인 투자, 막강한 자금력... 광저우의 비상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황사 머니'라는 애칭을 들은 중국축구계에서도 광저우의 투자 규모는 격이 달랐다. 모기업 헝다 그룹은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재벌로 지난해 여름에는 알리바바 그룹이 광저우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자금력이 더욱 강해졌다. 올해에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과 호비뉴 등 브라질 전 현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까지 영입하며 차원이 다른 투자를 계속했다.

광저우만이 아니더라도 중국 축구의 외형적인 성장세는 무섭다. 올 시즌 중국 2부리그에서 1부로 승격한 허베이가 시즌 중반 K리그 선두를 달리던 전북의 간판 공격수 에두를 영입하기 위하여 약 52억 원의 돈을 베팅했다. 장쑤 세인티는 서울 최용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하여 60억 원을 제시했다. 모두 대륙의 규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미 중국은 자금 경쟁에서 탈아시아 수준을 넘어 경쟁 리그에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중국축구계에 이러한 대자본의 영입은 정치적인 영향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를 목표로 내세우며 축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축구개혁 방안을 내놓는가 하면, 축구를 학원 기초체육 종목으로 편성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도 열심이다. 가장 글로벌한 종목 중 하나인 축구를 통하여, 중국 인민을 단합시키고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 축구도, 실상은 속 빈 강정에 가깝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국축구의 경쟁력을 가장 대변해야 할 대표팀의 부진이다.

용병에 의존하는 세태... 정작 대표팀 성적은 바닥

프랑스 출신 알렝 페렝 감독이 이끄는 중국축구 대표팀은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지난 8월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에 밀려 준우승에 그치면서 여론이 싸늘해졌다. 유럽파가 대거 빠진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자국 리그 선수들이 주축인 중국은 동아시안컵 출전선수가 사실상 1진에 가까웠고 더구나 무대는 홈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중국은 1.5군에 가까운 한국에 0-2로 완패하는 등 공한증을 확인하며 1승 1무 1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중국은 현재 3승 2무 1패. 승점 11로 조 3위에 머물고 있다. 같은 조의 카타르(6승·승점18)가 최종예선행을 조기 확정했고, 한국인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홍콩(4승2무1패·승점14)이 2위다. 8개 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2차 예선에서는 각 조 1위 8팀과 2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중국은 내년 3월 2차 예선 남은 2경기(몰디브·카타르전)에서 무조건 이기고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중국이 C조 2위가 되더라도 8개 조 2위 팀 중 상위 4팀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최종예선에 탈락한다.

별도의 축구협회로 독자 출전하기는 했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엄연히 홍콩이 중국의 한 지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이 국가의 발목을 잡는'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홍콩과의 2차 예선 홈-원정에서 모두 무승부에 그친 것이 치명타였다. 가뜩이나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홍콩에서는 축구만큼은 중국에만 지지 말자는 의지가 강하다.

중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진출 이후 3회 연속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고 올해도 최종예선 진출도 불투명하다. 17~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역시 수년째 국제대회에서 본선조차 나가지 못하는 등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육상,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불리며 풍부한 인재와 자원을 자랑하는 중국이 왜 유독 축구에서만은 힘을 쓰지 못하지는 오래된 미스터리다.

일부에서는 중국인 특유의 정서와 기형적인 축구 환경을 원인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중국은 개인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단체 스포츠와 구기 종목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강하고 뭉치면 흩어지는 성향이 강한 중국인들의 성향상 높은 수준의 팀워크와 연속성이 요구되는 축구에서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형제·자매보다는 독자 위주의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은 팀플레이에서 이기적인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지적도 있다.

오늘날 중국축구의 성장동력이 된 막대한 투자와 자본력에도 부작용은 숨어있다. 중국의 클럽 축구가 자금력을 등에 업고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중국 리그의 강팀들을 살펴봐도 키 플레이어나 공격진은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맡고 있다. 클럽 무대에서야 문제가 없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환경에 익숙해진 중국 선수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대표팀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에는 박지성이나 손흥민, 카가와 신지처럼 유럽 같은 수준이 높은 해외무대에서 높은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자국 리그의 발전으로 굳이 해외무대를 나가지 않아도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중국 선수들은 굳이 실패의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더 큰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성장의 정체로 이어진다. 과거의 사우디나 UAE 같은 중동 국가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실력 자체는 중국 리그 자체에 최적화된 선수들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받으며 거품이 끼었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우산 효과가 사라진 대표팀에서는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등 외형적인 발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중국축구계 내부의 부조리와 낮은 프로의식도 내실 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황사머니를 앞세운 몇몇 슈퍼클럽의 독주 뒤에 가려진 중국 축구 굴기의 냉정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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