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한국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한국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피날레 역시 이변도 반전도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라오스를 큰 점수 차로 꺾고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의 라오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G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기성용-손흥민(2골), 석현준의 연속골에 힘입어 5-0 완승을 거뒀다. 슈틸리케호는 2차예선에서 6전 전승 무실점의 파죽지세를 이어가며 최종예선행을 거의 확정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한 번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지난  미얀마전에서 후반 교체로 출전해 도움 2개를 기록했던 손흥민이 이날은 왼쪽 날개로 선발에 복귀했다. 2선에서는 손흥민을 필두로 기성용-남태희-이재성이 포진했고 원톱에는 석현준,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한국영이 배치됐다. 포백 수비는 왼쪽부터 박주호-김기희-곽태휘-김창수가 나섰고 골문은 권순태가 지켰다.

슈틸리케호 승리 공식 먹힌 라오스전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내용은 슈틸리케호의 승리 공식대로 진행됐다. 한국은 전반 3분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며 쉽게 기선을 제압했다. 석현준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기성용이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32분에는 박주호가 측면 돌파 이후 찔러운 패스를 기성용이 다시 한 번 기성용이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34분에는 기성용의 크로스에 이어 문전으로 쇄도한 손흥민이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44분에는 석현준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다시 한 골을 보탰다. 전반에만 이미 4-0으로 점수 차를 벌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별다른 위기를 허용하지 않고 후반 22분 손흥민이 다시 한 골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후반 이청용-김영권-윤영선 등을 교체 투입하며 여러 포지션에 선수를 기용하는 실험까지 곁들이며 여유 있게 승리를 따냈다.

슈틸리케호의 간판스타답게 손흥민과 기성용은 이날 나란히 두 골씩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베트남전에 이어 이날 라오스전에도 선발 출전한 데 이어 자신의 태극마크 첫 멀티골까지 더하며 2골 1도움으로 A매치 80경기 출전을 자축했다.

왼쪽 발 부상을 딛고 대표팀에 복귀한 손흥민은 미얀마전 2도움에 이어 라오스전 두 골로 두 경기 연속 멀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석현준 역시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 유도에 이어 한 골을 추가하며 향후 이정협-지동원과의 원톱 공격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2015년 최상의 성적표... 3년 뒤가 기대된다

 축구 대표팀 기성용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전반 페너티킥으로 첫골을 넣고 있다.

축구 대표팀 기성용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전반 페너티킥으로 첫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전에서도 눈 앞의 결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 실험도 멈추지 않았다. 측면 공격수가 주 포지션인 손흥민은 후반 중앙 공격수로 자리를 이동하면서도 골까지 만들어냈다. 약팀들 특유의 밀집수비와 집중견제에 약햐다는 평가를 받았던 손흥민의 활용도를 다시 점검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중앙수비수인 김영권을 후반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해 적응도를 살펴본 것도 눈에 띄는 대목.

미얀마전에 이어 라오스전까지 몇몇 포지션에 변화를 주거나 일부 주축들이 빠졌음에도 팀워크 면에서 이렇다 할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약체이고 우리가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축구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통제하는 것도 팀의 능력이다.

이로서 슈틸리케호는 2015년 A매치 일정을 최상의 성적표로 마감했다. 한국은 올해 열린 20번의 A매치에서 16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18승을 거뒀던 지난 1978년 이후 37년 만에 거둔 A매치 최다 승리 기록이다.

슈틸리케호는 라오스전 승리로 월드컵 예선 여섯 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한국이 월드컵 예선 여섯 경기서 연속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것은 지난 1989년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이후 26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기록한 최다 경기 무실점 승리 타이 기록이다. 최근 7경기 연속이자, 올해 치른 20번의 A매치 중 17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친 것도 역대 대표팀 연간 무실점 경기 신기록이다.

국제대회 성적도 화려하다. 연초 열린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아깝게 우승은 놓쳤지만 무려 27년 만에 결승까지 진출했다. 8월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진행중인 월드컵 2차예선 G조에서도 6전전승으로 조 선두를 질주 중인데 지금까지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참가한 39개국 중 전승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팀은 한국뿐이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성적표다.

 축구 대표팀 석현준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한국팀의 네번째 골을 넣고 있다.

축구 대표팀 석현준이 지난 17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라오스 경기에서 한국팀의 네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주로 약팀만을 상대했다는 것 때문에 기록이 평가절하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한국이 올해 상대한 팀들은 대부분 피파 랭킹 100위권밖의 약체들이었다. 하지만 이겨야 할 경기들을 확실히 잡았고 이변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압도적인 승리로 내용까지 잡았다는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대목이다. 불과 지난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예선 때부터 약체팀에 덜미를 잡히며 숱한 탈락의 위기를 겪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두꺼운 선수층 구축과 세대교체는 슈틸리케 감독이 남긴 2015년 최대의 업적이다. 슈틸리케호는 여러 포지션에 걸쳐 탄탄한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은 물론이고 인재풀이 다소 얕다고 평가받았던 공격진에도 석현준의 가세와 지동원의 부활로 폭넓은 주전 경쟁이 가능해졌다. 장현수나 박주호, 기성용처럼 여러 포지션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들의 존재는 슈틸리케호의 전술 운용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줬다.

누가 언제든 투입해도 제몫을 해낼 수 있을 만큼 대표팀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선수만 약 25~30명에 이른다. 현재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져있는 이정협-홍정호-김진현 등 일부 선수들의 빈 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손흥민이나 기성용처럼 핵심으로 꼽히는 선수들조차도 이들을 대체할수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실험하고 있다.

슈틸리케호에 '선수가 없다'거나 '대체 불가'같은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곽태휘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게 될 3년 후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라는 점도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동안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대표팀에 '이기는 습관'과 태극마크에 대한 긍지를 되찾게 해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핑계를 찾지 않고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주전들 일부가 빠지거나, 누가 못했거나, 혹은 원정팀의 텃세가 심하거나 해서 경기를 이길 수 없었다는 변명은 슈틸리케 감독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경기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모습이야말로 한국대표팀에 기대했던 '아시아의 호랑이'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선수들 역시 건강한 내부 경쟁과 승리의 맛에 익숙해지며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가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2015년은 그 뿌리를 확실히 다지는 기초공사의 과정이었다. 다가오는 2016년에 슈틸리케호는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할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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