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지난 2일 열렸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할머님들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에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회담 결과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이었다.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한 것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할머님들의 반응이 궁금하여 지난 9일 정대협 사무실에서 윤미향 상임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윤 상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일 정상회담, 피해자들 염원 수포로"

윤미향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윤미향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한국 정부가 11월 2일,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발표하자마자 정대협은 즉각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과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원하는 시민단체, 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성명서를 채택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했어요.

기자회견에 88세인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직접 참석하셨는데, 할머니는 아베 총리를 향해 '아베가 한국에 오면서 해야 할 것은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지 마라!'고 말했요. 이용수 할머니 발언에 피해자들이 바라는 그런 기대, 요구가 다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된 것 같지 않고, 한 시간 넘게 협의를 했다고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나 아베 총리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실질적으로 그동안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어왔던 아베 총리의 책임부정,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강제성 부정, 이런 것에 대한 변하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죠. 결국, 정상회담에서 피해자들의 염원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할머님들은 뭐라고 해요?
"어떤 분은 울음을 토하기도 했어요. 지금 할머니들의 상황은 급박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해결 없이 한일정상회담은 없다고 밝혔죠. 그랬기 때문에 한일정상회담을 한다고 할 때, 보도되지 않았지만 뭔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는 피해자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러나 보여준 것은 내용이 없었죠. 오히려 위안부 문제 협의를 가속하겠다는 형식적인,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죠."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네요.
"네. 그렇죠. 무엇보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잖아요. 광복 70주년 8.15에 할머니들은 다시 한 번 기대했죠. 그래도 70주년인데 아베 총리가 8·15 담화에서 사죄발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죠. 그러나 '위안부'라는 단어도 언급되지 않았죠. 특히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 언급도 없었죠. 위안부 문제에서도 마치 선한 나라인 것처럼, '전시성 폭력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식으로 8.15 담화가 나와서 실망이 더 컸죠.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실망과 할머니들이 느끼는 실망은 무게가 달라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너희에게는 희망이 있다. 오늘 열심히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서 내일 희망을 만들자'라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들에게는 달라요. 할머니들에게는 '내일'이 안전하게 기약되어 있지 않잖아요."

- 할머님들이 몇 분 정도 남아 계세요?
"1990년 11월 16일에 정대협이 설립되었는데, 그 이후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침묵을 깼고, 그 이후 238명이 신고를 했어요. 그중 이제 47분 남아 계세요. 그 47명은 중국에 세 분, 일본에 한 분, 국내에 마흔세 분 살아 계세요. 평균연령이 89.1세입니다. 한이 깊으면 목숨이 질겨진다는 말을 하잖아요. 할머니들이 그러신 것 같아요. 90세인데도 할머니들, 쉽게 목숨을 포기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라는 합의가 나왔어요. 그러나 이게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 것 아닌가 보이는데.
"한일정상회담이 '조기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라는 그 내용만 위안부 협의 결과로 나왔죠. 그런데 내용이 전혀 없죠. 어떤 내용으로 조기 타결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죠. 위안부 문제는 그렇게 일본과 한국 양국의 경제, 정치적인 목적, 군사 외교적인 이익 때문에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죠.

그런데 조기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 하겠다는 결정은 위험한 결정으로까지 보여요. 왜냐면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인정에 기초하여 사죄와 배상이 따라야 하는데, 아베 총리는 계속 일본 정부 입장은 이미 과거에 다 해결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결국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미국의 압력에 의해 형식상 그런 결과 도출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죠."

- 일본은 왜 자꾸 책임을 부정하고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인가요?
"하나는 아베 정권이 가진 국내 정치적인 기반이 우익적이고 보수적인 토대인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봐요. 국내 정치적 상황에서 인정이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지금 그 부정하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그들 정치적 배경의 신념이라고 할까요?

일본은 전후에 제대로 과거청산의 길을 걷지 못했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전후 진보세력은 탄압되고, 전범세력들이 그대로 정권을 잡았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한 번도 경험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아베가 (과거사를) 인정하는 것은 일본의 그런 70년의 역사를, 나아가 그 이전부터 계승되어 오던 역사, 신념을 부정하는 것이 되죠.

하지만 국제적 압력이 계속되고, 주변국의 압력이 드세지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이는 외교적 측면에서 관계가 악화되도록, 이것이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쳐서 아베 정권의 '국익' 차원에서도 과거 역사에 대한 인정과 청산을 할 수밖에 없도록,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우리 활동에서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물론 결과 도출까지는 거리가 멀지만, 전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정상회담에서 다뤄지고, 한일간의 외교관계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는 것,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그 현상 속에서 앞으로의 해결을 위한 전략도 읽을 수 있죠. 국제여론을 움직이고, 한국사회 여론을 크게 만들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크게 내고, 국제적인 압박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계속 지켜보기만... 정부의 직무태만"

윤미향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윤미향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어떻게 보면, 65년 한일국교 정상화가 잘못 맺어진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사실은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면서 한일국교 정상화 50년인데, 그때 박정희 정권이 과거 역사를, 불법적인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을 올바르게 청산해 내는 국교정상화를 했다면, 지난 50년 동안 이렇게 올 필요가 없었던 거죠.

불법적인 강점으로 인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재산권을 침탈당하고, 문화를 침탈당하고 그랬던 모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청산을 시도한 국교정상화였다면, 지난 50년은 상당히 다른 역사를 살아왔을 것으로 생각해요."

- 아베 총리는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에 서로 합의하면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어요.
"이것은 정말 모순이에요. 한국 여성들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제기로 1990년 6월 6일에 일본국회에서 한 의원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질의를 했을 때 일본 정부는 군의 개입을 부정해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 없죠. 이후에 피해자들과 문서가 발견되니 1992년 7월, 가또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군 개입을 인정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다고 했어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은 없었죠.

하지만 1993년 8월,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서 군의 개입도 인정하고 강제성도 인정해요. 그러나 그때도 전제는 국가의 법적 책임 부정이었고, 국가의 책임도 여전히 범죄의 주체는 민간이고, 일본 정부는 군은 관여 정도로 말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것은 불과 1993년부터였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1965년에 해결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죠. 더욱이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게 한일협정 문서공개청구 소송을 냈어요. 그때 승소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판결을 넘어서는 결정을 해요.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민관합동조사기구를 만들어서 2005년 8월 27일, 당시 이해찬 총리가 발표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에 포함되지 않고 법적 책임이 일본 정부에게 남아있다는 것, 그것이 한국 정부가 발표한 입장이었어요.

그것에 기초해서,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3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일본 정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그뿐만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의 보고관들, 국제법 전문가들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죠. 이런 모든 맥락을 볼 때 일본 정부의 이 주장은 모순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거죠."

- 할머님들이 원하는 건 진정성 있는 사과인데.
"할머니들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살아있을 때 일본 정부를 용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하세요. 이 속에 분노와 한을 갖고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용서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일본 정부가 만들어줘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에게 일본 정부가 범죄를 부정하고 책임을 부정하고 있기에 피해자들이 눈을 감을 때도 그 분노의 감정을 갖고 가시는 것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도 분노할 수밖에 없죠."

-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보세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우리는 굴욕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일정상회담 하기 전에 이미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 없다. 변함없다. 일본 정부가 말할 것은 그것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계속해왔어요.

8.15 아베 담화에 대해서도 '과거의 담화를 답습하겠다고 표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뭔가 해결책을 갖고 오기를 기다리고 지켜본 외교였죠.

그럴 때도 피해자들과 우리는 미국이고 유엔, 유럽 지구촌을 여러 바퀴 돌면서 일본 정부가 해결하기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만드는 외교를 벌여왔거든요. 왜 정부가 그것을 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할 수밖에 만드느냐, 바로 정부의 직무태만이죠. 문제가 있죠."

- 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고시가 확정되었어요. 할머님들도 여기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분노하고 있죠. '왜 과거로 돌아가려 하느냐, 역사의 발전 속에서 미래 세대들이 우리 위안부 문제를 배우고 알게 되었는데 그것을 왜 막으려고 하느냐'고 하죠.

요즈음 국정화와 관련하여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하면서 유관순의 이야기를 계속 광고로 내고 있잖아요. '저건 뭐지? 저건 자랑스러운 역사여서 올바른 역사교육이고, 이렇게 힘든 것, 아픈 것, 이것은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역사는 그렇게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고 말하죠."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윤미향, #정대협, #한일정상회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