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007 탄생 50주년에 발매된 기념 음반 '베스트 오브 본드(Best Of Bond)' 표지

지난 2012년, 007 탄생 50주년에 발매된 기념 음반 '베스트 오브 본드(Best Of Bond)'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첩보 영화의 대명사 < 007 >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이자 최신작 < 007 스펙터 >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영국 10월 26일 개봉). 언제나 그렇듯 영국 첩보 기관 MI6의 비밀 요원 '제임스 본드'의 활약 + 미녀 본드걸과의 로맨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007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특유의 테마곡과 함께 다양한 주제곡을 배출하며 인기를 얻어온 바 있다.

1962년 이래 007시리즈가 탄생시킨 명곡들을 통해 지난 53년간 제임스 본드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자.

[숀 코너리] 원조의 시대, 이미지 확립(1962~1967, 1971)

 < 007 골드 핑거 >의 OST인 '골드 핑거'의 표지 사진

< 007 골드 핑거 >의 OST인 '골드 핑거'의 표지 사진 ⓒ EMI아메리카레코드


'원조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가 주연을 맡았던 시절엔 여가수 셜리 바세이가 큰 몫을 담당한 바 있다. 지금도 팬들에게 기억되는 <골드 핑거>(1964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년)를 비롯해서 로저 무어 시절의 <문레이커>(1977년)에 이르는 총 3편의 영화에서 동명의 노래를 불렀다. 007 주제곡의 이미지를 확실히 만들어 놓은 주인공이다.

특히 '골드 핑거(Gold finger)'는 007시리즈의 음악으론 처음으로 빌보드 톱 10에 진입하는 (8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밖에 중저음이 매력적인 매트 먼로가 부른 1963년 <007 위기일발>의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도 숀 코너리 시절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기억에 남았다.

[조지 라젠비] 단 한 편, 예전 같지 않은 인기(1968)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위 해브 올 더 타임 인 더 월드' 앨범의 표지 사진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위 해브 올 더 타임 인 더 월드' 앨범의 표지 사진 ⓒ 유나이티드아티스트


<여왕 폐하 대작전> 단 한 편에 출연한 조지 라젠비 시절에는,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루이 암스트롱의 '위 해브 올 더 타임 인 더 월드(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중들의 반응은 새 주연 배우에 대한 반응처럼 예전 같지 않았다.

[로저 무어] 거의 모든 주제곡의 히트(1973~1985)

 듀란 듀란이 주제곡을 부른 '뷰 투 어 킬' 사운드트랙

듀란 듀란이 주제곡을 부른 '뷰 투 어 킬' 사운드트랙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가 주연을 맡았던 시기는 007 주제곡의 전성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대부분 작품의 주제곡이 큰 인기를 얻었다.

비틀스 해산 후 솔로 활동에 나선 폴 매카트니 & 윙스의 '라이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 <죽느냐 사느냐>)', 칼리 사이먼의 '노바디 더즈 잇 배터(Nobody Does It Better,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각각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 미녀 가수 시나 애스턴의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유어 아이즈 온리>)', 리타 쿨리지의 '올 타임 하이(All Time High, <옥토퍼시>)' 등 팝 발라드 성향의 곡들이 주제곡으로 발탁되어 각종 차트 상위권을 석권했다.

특히 로저 무어의 마지막 출연작인 <뷰 투 어 킬>에선 듀란 듀란의 동명 노래 '어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은  007 사상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르는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다.

[티모시 달튼] 매력 없는 본드, 아하의 치욕(1987~1989)

 1987년에 발매된 < 007 리빙 데이라이트 >의 OST, '더 리빙 데이라이트'의 재킷 사진.

1987년에 발매된 < 007 리빙 데이라이트 >의 OST, '더 리빙 데이라이트'의 재킷 사진. ⓒ 워너브라더스레코드


조지 라젠비 이후 가장 매력 없는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 시절에는 아하의 '더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글래디스 나이트의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 각각 동명 영화에 사용됐다. 그러나 시리즈의 하락세만큼 주제곡 역시 예전만 못한 관심을 받는 데 그쳤다.

비 영미권 뮤지션으론 처음 007 사운드트랙 녹음에 참여한 노르웨이 출신 팝 그룹 아하는, 유럽 지역에선 그런대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선 빌보드 차트 진입에 실패하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다.

[피어스 브로스넌] 영화보다 저조했던 음악 인기(1995~2002)

 피어스 브로스넌의 마지막 007 시리즈였던 < 007 어나더 데이 >의 OST, '다이 어나더 데이'의 표지 사진.

피어스 브로스넌의 마지막 007 시리즈였던 < 007 어나더 데이 >의 OST, '다이 어나더 데이'의 표지 사진. ⓒ 워너브라더스레코드


총 4편이 제작된 '5대 제임스 본드' 시절의 주제곡들도 예전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대중들의 관심이 높지 않았다.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 디 엣지가 작곡하고 티나 터너가 부른 '골든 아이(Golden Eye)'를 비롯해 셰릴 크로우, 록밴드 개비지 등이 차례로 참여한 록 음악들이 주제곡으로 쓰였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저조한 판매량과 순위를 기록했다.

다행히 브로스넌의 마지막 작품 <어나더 데이>에선 팝스타 마돈나가 부른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가 007 주제곡으론 17년만에 빌보드 톱10 히트를 기록했다. 체면치레하는 데 성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니얼 크레이그] 대역전극, 명실상부 '부활'(2006~2015)

 <007 스펙터>의 주제곡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 싱글 음반 표지

<007 스펙터>의 주제곡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 싱글 음반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6대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는 지난 2012년 <스카이폴>로 007 역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 첫 발탁 당시의 논란을 무색게 하는 대역전극을 이뤄낸 건 배우만이 아니었다. 주제곡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터너티브 록/모던록 성향의 사운드를 앞세웠던 크리스 코넬, 잭 화이트의 노래들과 달랐다. 현시대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아델의 '스카이폴(Skyfall)'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인기 차트를 석권하며 다시 한 번 007의 대단한 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신작 <스펙터>에선 신예 팝스타 샘 스미스의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이 먼저 공개됐다. 007 주제곡 사상 최초로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위용을 일찌감치 과시했다. 반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선 지난 10월, 70위권 진입에 그치면서 미국-영국 대중들의 다소 상이한 취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역대 007 음악을 영화를 책임진 음악가들

존 베리(1933~2011)

가장 많은 11편의 007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한 이가 바로 존 베리(왼쪽 사진)였다. 

<야성의 엘자>, <겨울의 라이온>, <아웃 오브 아프리카>, <늑대와 함께 춤을> 등으로 총 5차례 아카데미 어워드 음악상을 받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특히 통통 튀는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로 하와이안 서핑 뮤직의 느낌을 담은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 몬티 노먼 작곡)'의 편곡을 통해 007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일조를 했다.

참여작

< 007 위기일발 >, <골드 핑거>, <썬더볼>, <두 번 살다>, <여왕 폐하 대작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문레이커>, <옥토퍼시>, <뷰 투 어 킬>, <리빙 데이라이츠>

기타 007 영화를 담당한 음악가들

* 데이비드 아놀드 : <네버 다이>, <언리미티드>, <어나더 데이>,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라스> 등 총 5편
* 토마스 뉴먼  : <스카이폴>, <스펙터>
* 조지 마틴  : <죽느냐 사느냐>
* 마빈 햄리시 : <나를 사랑한 스파이>
* 빌 콘티 : <포 유어 아이즈 온리>
* 마이클 케이맨 : 1편 <살인면허>
* 에릭 세라 : <골든 아이>
* 몬티 노먼 : <살인번호>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 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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