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의 배우 주원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 배우 주원을 두고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2006년 데뷔 이후 매년 두 작품 이상씩 선보였던 주원이 영화 <그놈이다>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유난히 그는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다. ⓒ 이정민


바른 청년이자 착한 오빠, 또는 친구 같았던 주원이 작심하고 변신을 꾀했다. 스물아홉이란 나이가 그에게 무겁게 다가왔던 걸까. 스릴러 영화 <그놈이다>를 통해 주원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충실히 따랐다.

그가 맡은 인물은 살해당한 동생의 복수를 위해 내달리는 어촌 마을 청년 장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지만 사고로 부모를 여읜 이후 동생에 대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컸던 인물이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맞이한 상황 때문에 거칠게 보이지만 사실 장우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자신이 연기한 인물을 설명했다.

"서른이 되기 전 다른 모습을 꼭 보이고 싶었다"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한 주원. 인상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영화 <그놈이다>의 한 장면. 장우로 분하며 그는 거친 사내의 모습과 동시에 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은 오빠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 상상필름

주원이 기존에 갖고 있던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에 거친 이미지가 덧씌워진 결과물이 장우다. 물론 이는 의도한 바였다. "서른이 되기 전 다른 모습을 꼭 보이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변화를 꿈꾸게 된 것도 다 선배들 덕이에요. 특히 서른을 넘긴 선배들이 멋있어 보여요. 나이 차가 얼마 나진 않아도 뭔지 모를 여유도 있고, 자기만의 색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 역시 연기적으로든 실생활에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드라마 <용팔이>와 영화 <그놈이다>에 출연하게 됐죠.

특히 스릴러 장르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잖아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장르고. 윤준형 감독님 역시 제가 변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계셨죠. 모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거지요. <아메리칸 사이코> 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부러운 건 변화의 폭이 크면서도, 그들의 도전을 품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그런 연기를 추구하고 싶어요."

대본에 충실한 편인 주원은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배역을 준비하며 체중을 줄이다가 문득 감독에게 전화해 오히려 "체중을 불리겠다"고 말했다. 어촌 마을이라는 설정을 강조하기 위해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했다. 주변에서 사투리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린 사연을 전하며 주원은 "물론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상대역으로 유해진을 만난 건 그에겐 행운이었다. "평소 해진 형의 코미디 연기보다는 <이끼> 등에서 보인 묵직한 연기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었다"며 주원은 "천의 얼굴을 가진 분이며, 결국 무대 연기 경험이 그 힘의 바탕인 거 같다"고 말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유해진의 집을 찾아가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고 고민 상담을 했을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단다. "연기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는 자세를 배웠고, 해진 형처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고 그가 고백했다.

유난히 영화와 인연이 없었던 그

 영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의 배우 주원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과 호흡한 그는 종종 북한산을 함께 등반했던 이야기도 전했다. 유해진 역시 평소 등산이 취미다. 고민이 있는 날이든 아니든 종종 주원은 유해진의 집을 찾아가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 이정민


배우는 결국 쓰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주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쓰이고, 잊히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그는 "데뷔 초엔 그래서 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잘 쉬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강제로라도 활동을 잠시 쉴 그다.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평소에 누구보다 게으르고 집에서 퍼져있는 걸 좋아하는데, 연기할 때만큼은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주원은 "유일하면서도 소중한 감정 분출구"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3년 전 오랜만에 뮤지컬을 했어요. <고스트>라는 작품이었는데 무대 연기를 하면서도 대중 매체에는 오히려 노출되는 게 없으니 확 불안해지더라고요. 형들에게 막 묻고 다녔어요. 형들도 비슷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결국 별일 없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군대 역시 제게는 몸과 마음을 정비할 시간이 충분히 될 것 같아요.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아마 입대 당일 날 나겠죠? (웃음)

이렇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연기 자체를 즐기시는 선생님들이 부러워요. 저 역시 그렇게 성장하고 싶은데 과정 자체가 쉬운 건 아니죠. 버티기 문제잖아요. 연기로 계속 쓰임 받아야 하고 내면의 스트레스를 잘 견뎌야 하죠. 적어도 지금 활동하시는 선배들은 그걸 견딘 분들이니까 존경할 수밖에 없어요."

인터뷰 말미 주원은 <그놈이다>의 흥행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따지고 보면 그간 드라마에선 높은 시청률로 승승장구했지만 희한하게 영화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인기 웹툰을 영화화 한 <패션왕>(2014)과 소속사에서 투자한 <캐치미>(2013) 모두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주원 자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패션왕>은 개봉 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시사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는데도 잘 안됐다"며 "남들에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인터스텔라>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의문인 게 있다"며 웃어 보였다.

<그놈이다>를 통해 주원은 자신에게 남은 과제와 의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정답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분명한 건 그는 지금껏 그래 왔듯 충실하게 자신을 던졌다는 사실이다.

 영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의 배우 주원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그놈이다>에서 장우 역의 배우 주원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선 큰 재미를 못 본 주원이다. "영화 역시 드라마를 택할 때와 같은 기준인데 잘 안됐다"며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관객의 사랑이 절실한 만큼 긴장감도 커보였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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