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다소 천편일률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는 국내와 달리, 해외 대중음악계에선 다양한 소재를 가사로 담아내는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우주 탐사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때론 좋은 곡의 소재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최근 영화/소설 <마션>의 인기를 계기로 우주 탐사를 소재로 다룬 해외의 주요 록 음악/음반들의 뒷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Space Oddity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 음반 표지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 음반 표지 ⓒ Warner Music Korea


영화 <마션>에서 들을 수 있던 비(非)디스코곡 'Starman'을 부른 영국의 대표적인 록 가수 데이빗 보위는 일찌감치 우주/외계인을 소재로 한 노래/음반들을 종종 발표하곤 했다. 그의 첫 히트곡인 'Space Oddity'는 그러한 작업물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우주탐사에 나선 톰 소령과 지구 관제센터와의 교신을 소재로 다룬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포크-록과 사이키델릭-록 등 1960년대 후반 영미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았던 장르들을 모두 아우를 만큼 음악적으로도 만만찮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신예 데이빗 보위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1969년 인류 최초의 달착륙 우주선 아폴로 11호 발사 9일 전 싱글로 발표되어 다소 시류에 부합한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실제 작곡은 이와 무관하게 수년 전 진행되었고, 결국 이 곡으로 데이빗 보위는 생애 첫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말 그대로 거장 뮤지션의 첫 발자국다운 출발이었다.

몇년 후인 1972년 보위는 종말을 불과 5년 앞둔 지구에서 록스타가 된 외계인 '지기 스타더스트'의 가상 스토리를 음반으로 담은 <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로 SF적인 상상력을 음악으로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유럽(Europe)] The Final Countdown

 유럽의 `The Final Countdown` 음반 표지

유럽의 `The Final Countdown` 음반 표지 ⓒ Sony Music Korea


국내에선 1986년 1월 발생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파 사고를 추모하는 곡으로 잘못 알려진, 스웨덴 출신의 헤비메탈 밴드 유럽의 대표곡이다. 잘못 알려졌다고 한 이유는 실제 이곡이 1981-82년경에 이미 완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유럽 지역에서 정식 싱글 음반으로 발표된 시기가 사고 한달 뒤인 2월이었기 때문에 오해 아닌 오해가 빚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노래는 앞서 언급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여졌는데, 발표와 동시에 세계 30여개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8위까지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웅장한 신디사이저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이 담긴 동명 음반 역시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 국내 아마추어 밴드들의 애청곡으로도 자주 연주되기도 했다.

[캐멀(Camel)] Lunar Sea

 캐멀의 `Moonmadness`음반 표지

캐멀의 `Moonmadness`음반 표지 ⓒ Universal Music Korea


국내에선 1984년 발표된 멋진 발라드 'Long Goodbyes'로 잘 알려진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캐멀의 1976년 음반 < Moonmadness > 대미를 장식하는 10분여의 대곡(이자 연주곡)이다.

"달의 바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시작과 끝을 실제 미국 NASA 휴스턴 센터와 달 탐사에 나선 아폴로 우주선의 대원들 사이의 교신 녹음을 삽입해 마치 실제 탐사에 나선 듯한 느낌을 준다. 팀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앤드류 래이티머와 키보디스트 피트 바든스가 번갈아 펼치는 현란한 솔로 연주는 요즘의 퓨전 재즈 그룹들을 연상케할 만큼 40년전 녹음같지 않은 생동감을 선사한다.

한편 이 곡이 담긴 < Moonmaddnes >는 영국의 유명 대중 음악 잡지 Q, 모조(Mojo)가 공동으로 선정한 "최고의 코스믹 록(프로그레시브 록의 세부 장르 중 하나로 우주적인 사운드를 담아낸 록) 앨범 40" 중 2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보스턴(Boston)] < Third Stage >

 보스턴 `Third Stage` 음반 표지

보스턴 `Third Stage` 음반 표지 ⓒ Universal Music Korea


록 발라드 'Amanda'로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록 그룹 보스턴의 1986년 정규 3집 음반. 특별히 어느 한 주제를 놓고 일관된 흐름으로 제작된 컨셉트 앨범은 아니지만 음반 표지부터 각 수록곡의 제목들을 통해 우주 탐사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첫곡 'Amanda'에선 마치 지구를 떠나기 전 사랑 고백을 하려는 남성의 이야기가 연상이 되며, 짧은 연주곡 'The Launch'는 아예 "카운트다운(Countdown)", "점화(Ignition)", "3단 분리(Third Stage Separation)"라는 3부작 구성으로 만들면서 우주 탐사선 발사 과정을 곡으로 녹여내기도 했다.

여기에 또 다른 히트곡 'Cool The Engine', 새로운 생명체와의 만남 'Hollyann' 등의 수록곡들은 전곡을 만들어낸 M.I.T 출신 기타리스트 톰 슐츠의 음악적/과학적(?) 역량이 드러난 창작물들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자, <마션> 속 디스코 명곡들에 빠져봅시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록음악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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