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까지 완투하는 스튜어트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9회 초 NC 스튜어트가 호투하고 있다.

▲ 9회까지 완투하는 스튜어트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9회 초 NC 스튜어트가 호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가 외국인 투수 재크 스튜어트의 눈부신 호투와 김경문 감독의 파격적인 작전 야구에 힘입어 두산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NC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18일) 1차전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 때문에 0-7로 완패했던 NC는, 1승 1패를 기록한 채 잠실로 향하게 됐다. 1군 진입 3년 차이자 가을야구 2년 차인 NC로서는 홈에서 거둔 포스트시즌 첫 승이기도 했다.

1차전에서 에이스인 에릭 해커가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맥없이 무너지며 정신적인 타격이 컸던 NC였다. 그만큼 스튜어트의 활약이 절실했다. 대체선수로 6월부터 NC에 합류했던 스튜어트는 19경기 8승 2패 평균자책점 2.68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완투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부담감이 큰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9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1자책) 8개의 탈삼진으로 역투하며 자신의 KBO 첫 완투승을 달성했다.

투수전, 두산의 선취점이 쐐기포 되는 듯 했지만...

NC는 스튜어트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타선 침체로 중반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날 니퍼트의 역투에 꽁꽁 묶였던 NC 타선은 이날도 두산 선발 장원준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며 7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갔다. 장원준은 7이닝 4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 호투했다. NC 타선은 두산 선발진을 상대로 포스트시즌 16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허용했다.

팽팽하던 0의 승부는 8회 초 1사 두산 오재원이 스튜어트에게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드디어 깨졌다. 경기 흐름상 두산이 선취점을 뽑아낸 의미는 상당히 커 보였다.

하지만 자극을 받은 NC의 반격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선두 손시헌이 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지석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경문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타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1점 차 승부, 보통의 감독이라면 무사 1루에서 일단 주자를 안전하게 득점권에 보내는 전략을 선택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김경문 감독은 달랐다.

희생번트 모션을 보여주던 지석훈은 돌연 강공으로 전환했고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냈다. 앞서 먼저 도루 스타트를 끊었던 대주자 최재원이 그대로 홈까지 질주하며 NC는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지석훈에게 믿고 맡긴 치고 달리기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역전승... "이렇게 좋을수가" 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의 경기. 8회 말 1사에서 3루에 있던 NC 지석훈이 두산 투수 함덕주의 폭투로 홈을 밟으며 역전을 기뻐하고 있다.

▲ 역전승... "이렇게 좋을수가" 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의 경기. 8회 말 1사에서 3루에 있던 NC 지석훈이 두산 투수 함덕주의 폭투로 홈을 밟으며 역전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타석에는 대수비로 들어갔던 김성욱이 나섰다. 어떻게든 역전이 필요했던 김경문 감독은 볼카운트가 2볼로 타자에게 유리해지자, 이번에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 작전을 시도했다.

두산 구원투수 함덕주가 와인드업을 한 순간, 김성욱이 번트 동작을 취했고 3루에 있던 지석훈이 재빠르게 홈으로 쇄도했다. 경험이 부족한 함덕주가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공을 포수 위로 날리는 폭투를 범했고 NC는 결승점을 뽑아냈다. 패하더라도 승부를 걸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과 배짱이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왜 포스트시즌일수록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역전에 성공한 이후 9회 스튜어트를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도 김경문 감독의 결단이었다. 스튜어트가 호투하고 있었지만, 완투 경험이 없었고 이미 8회까지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상황이었다. 장타를 의식해서라도 1점 차 승부에서 불펜진을 가동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은 정석보다는 흐름을 믿었다. 경기 내내 호투를 보여준 스튜어트에 대한 신뢰의 표시였다. 스튜어트는 결국 투구 수 122개의 역투로 완투승을 완성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승부처에 엇갈린 카드, 결과로 평가받는 감독의 운명

김경문 감독의 환한 미소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완투승을 거둔 스튜어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 김경문 감독의 환한 미소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완투승을 거둔 스튜어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부터 '뚝심과 감각의 야구'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줬다. 데이터나 고정관념에 의존하지 않고 승부처라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파격적인 모험 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 이면에는 선수에 대한 두터운 믿음과 '결과는 감독이 책임진다'는 소신이 있다.

그 절정이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이 절정에 달했던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예상을 깨고 일본-미국-쿠바 등 야구 강호들을 연파하며 9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다. 김경문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 유일한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부진한 이승엽을 내내 4번에 기용하고 테이블세터진을 3번까지 확대하거나, 좌투수를 상대로 좌타자를 대타로 내보내는 등 김경문 감독의 상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용병술이 기가 막히게 떨어진 장면들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승부수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파격적인 작전이라도 성공하면 뛰어난 지략으로 칭송받지만, 실패하면 비난도 온전히 감독의 책임이 된다. 김경문 감독은 정작 KBO리그에서는 한 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김 감독의 판단이 빗나가 경기를 놓친 경우도 많아서 종종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감독의 모든 선택은 결과론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게 아닌데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8회 말 역전을 허용한 두산 최재훈이 허탈해 하고 있다.

▲ 이게 아닌데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8회 말 역전을 허용한 두산 최재훈이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이날 경기에서 파격적인 작전 야구로 승리를 이끌었다며 칭송받는 동안,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반대로 승부처에서 판단착오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당해야 했다. 운명이 갈린 8회에서 1-0으로 리드를 잡은 두산 김태형 감독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텨낸 선발 장원준을 내리고 함덕주를 불펜으로 내보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함덕주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특히 김경문 NC 감독의 변칙적인 작전 야구에 여러 차례 농락당하며 평소 저지르지 않던 코스로 폭투까지 남발했다. 역시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보면 아슬아슬한 1점 차 승부였고, 경험이 더 많은 노경은을 올리는 게 나았다는 점에서 역시 초보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의 판단실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함덕주를 올린 것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함덕주는 후반기 두산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구위를 보여준 투수인 데다 NC의 주축 타자들을 상대로 성적(10경기 1승 3홀드 자책점 0.96)도 노경은(1세이브, 3.00)보다 훨씬 나았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김태형 감독이 함덕주를 믿은 것이 결코 무리한 선택은 아니었다. 만일 함덕주 카드가 성공하고 1점 차 승리를 지켰다면, 승부처에서 어린 투수를 과감히 기용한 김태형 감독의 믿음도 뚝심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결과론일 뿐이다.

감독들은 매일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산다. 이기면 영웅이 되고 지면 역적이 되는 게 일상이다. 오늘 성공했다고 내일도 성공하란 법도 실패하라는 법도 없다. 김경문 감독도 무수한 승부수 속에서 잦은 실패도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명장으로 성장했다. 김태형 감독에게도 그리고 함덕주에게도 이날의 시행착오가 더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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