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는 MVP 이승현  자넌 8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고려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스의 이승현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밝게 웃는 MVP 이승현 자넌 8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농구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고려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스의 이승현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현이 복귀한 고양 오리온이 독주체제에 날개를 달았다. 오리온은 지난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원주 동부를 80-74로 물리치며 5연승을 내달렸다.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1패) 고지에 오른 오리온은 2위 울산 모비스(6승 4패)를 3.5경기 차로 크게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굳건히 했다.

이미 이승현이 아시아선수권 국가대표팀 차출로 빠져있던 1라운드에서도 선두를 달린 오리온이었다. 하지만 이승현이 돌아온 이후의 오리온은 확실히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일단 이승현이 가세하면서 높이와 수비가 확실히 달라졌다. 오리온은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지만, 정통 빅 맨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었다. 외국인 선수 장·단신 규정상 장신 선수로 에런 헤인즈를 영입하면서 빅 맨 보강을 포기해야 했다. 유일한 주전 센터였던 장재석이 스포츠 도박 파문으로 무기한 징계 중이다. 사실상 이승현이 오리온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빅 맨 자원이다.

공식 신장 197cm의 이승현은 확실히 빅 맨으로서는 크지 않다. 하지만 워낙 힘이 좋고 농구 센스도 빼어나서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이미 신인 시절이던 지난 시즌에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종종 이승현에게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전담수비를 맡기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실질적 '에이스'

발목 부상 이승현 이승현(오리온스)이 지난 1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이란전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후 벤치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발목 부상 이승현 이승현(오리온스)이 지난 1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이란전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후 벤치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현의 기량은 지난 아시아선수권을 통하여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성인 대표팀에서 국제무대 출전은 첫 경험이었던 이승현이지만, 김주성-오세근 베테랑들이 빠진 이번 대회 대표팀 빅 맨진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김종규-이종현 등 신장은 더 크지만, 몸싸움이 약한 센터 자원들을 대신하여 아시아의 장신 빅 맨들을 수비하는 것도 이승현의 몫이었다.

한국에 완패를 안긴 이란과의 8강전에서, 아시아 최고 센터로 꼽히는 하메드 하다디조차 이승현의 수비에는 고전했을 정도다. 한국이 이승현의 발목 부상 이후 그나마 따라붙던 흐름이 급격히 이란 쪽으로 기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승현이 프로는 물론이고 국가 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도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초 아시아선수권의 부상 여파로 소속팀 복귀 후에도 한동안 상태가 심각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승현은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며 공백기가 무색하게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9일 KGC전에서 29분만 뛰며 16점 5리바운드로 시동을 건 이승현은 이틀 뒤 동부전에서는 14점 10리바운드로 올 시즌 개인 첫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이승현이 복귀 후 치른 2경기에서 오리온은 쾌조의 연승을 이어갔다.

이승현의 나비 효과는 단지 개인의 활약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승현이 외국인 빅 맨들과 자주 맞대결을 이루면서 1대 1에 강한 헤인즈나 오리온 토종 외곽 슈터들(문태종-허일영)이 리바운드와 수비 부담을 덜고 한결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승현은 단순히 골 밑에서 힘으로 버티는 수비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2대 2에 대처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상대 가드가 투맨 게임을 펼치려고 할 때 강하게 외곽에서 압박하다가 상대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다시 골 밑으로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타이밍이 민첩하다. 수비에서의 활동범위가 넓으므로 상대가 이승현을 골 밑에서 끌어내려고 해도 쉽지 않다.

더구나 이승현은 공격에서도 아군 가드들을 편하게 해주는 스크리너이자 리바운더다. 가드들이 공격을 전개할 때 내·외곽을 넘나드는 이승현의 활발한 움직임은 수비를 거슬리게 하고 가드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스크린과 박스아웃이 빼어난 데다 페인트 존에서 사이드라인까지 어느 위치에서는 자유자재로 슛을 던질 수 있는 이승현이 있기에 상대 수비수들이 마음 놓고 도움수비를 갈 수가 없다. 1라운드까지 활용도가 애매하던 단신 외국인 가드 조 잭슨의 활약이 2라운드 들어 살아난 것도 이승현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2라운드의 최대 변수로 알려졌던 국가대표 선수들의 복귀와 외인 2인 동시 출전은 오리온의 독주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승현의 가세는 선수 1명의 보강을 넘어 오리온의 팀 전력 전체에 큰 시너지효과를 불어넣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농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이승현은 이제 프로 무대에서도 점점 대체가 불가한 선수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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