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스타들의 화려한 레드카펫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부산국제영화제.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은 영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클로드 를르슈, 허우 샤오시엔 등 동서양의 거장들과 영화제의 명성에 걸맞는 걸작들이 찾아와 수많은 영화팬들을 기쁘게 했다. 1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워드 별로 정리해 봤다. <기자 주>

아시아의 보석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세 명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세 명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 유성호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그 중에서도 아시아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에게 가장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빨간 풍선>(2007) 이후 8년만에 장편 신작 <자객 섭은낭>을 만든 허우 샤오시엔을 필두로 <오후>의 차이밍량, <택시>의 자파르 파나히,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산하고인>의 지아장커, <해안가로의 여행>의 구로사와 기요시, <찬란함의 무덤>과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아시아권에서 주목받는 거장들의 신작이 부산을 찾았다. 이 중 허우 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아장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직접 부산을 방문했다.

또 임상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왕샤오슈아이와 함께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을 공동 연출한 가오세 나오미와 뉴커런츠 섹션에 선정된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의 주인공 왕빙이 내한, 2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영화의 뿌리를 찾다 

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가 아시아의 시각에서 아시아 영화사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시아 영화 100'이다. 총 73명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100편 중 10편이 올해 상영됐다. 상영작 목록에는 오즈 야스지로 <동경 이야기>(1953), 구로사와 아키라 <라쇼몽>(1950), <7인의 사무라이>(1954), 허우 샤오시엔 <비정성시>(1989), 지아장커 <스틸 라이프>(2006) 등이 포함됐다.

전통적인 영화 강국이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랜 우호국인 프랑스의 명작들을 조명하는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프로그램도 선을 보였다. 이를 위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은 것도 화제였다.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상영작 <남과 여>(1966) 클로드 를루슈 감독은 부산에서 신작 <신 남과 여>을 함께 선보였고, <나쁜 피>(1996), <홀리모터스>(2008)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도 팬들과 만났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정 '아시아 영화 100' 공동 10위에 선정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 한 장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정 '아시아 영화 100' 공동 10위에 선정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 한 장면 ⓒ (주)미로비전


또 '한국영화 회고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한국영화 회고전'을 통해 <하녀>(1960)의 김기영 감독이 새롭게 주목받은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지금까지의 한국영화 회고전이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 이만희나 배우 김승호, 김지미 등 한국영화사에서 굵직한 한 획을 그은 인물을 조명했다면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은 '1960년대 숨은 걸작'이라는 타이틀 하에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감독과 작품을 발굴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하녀>의 여주인공이자 <장군의 수염>(1968) 고 이성구 감독의 부인이기도 한 이은심이 브라질로 떠난 지 33년만에 고국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을 비롯해 <하녀>, <장군의 수염>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등 후배 톱스타들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키워드로 돌아보는 20살 부산국제영화제: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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