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지시하는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이번엔 정예 멤버다. 유럽파가 대거 포함된 '슈틸리케 호(號) 9기'가 닻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10월 8일 쿠웨이트의 쿠웨이트시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 대표팀과의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원정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29일 발표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지난 8일 레바논 시돈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3차전에서 홈팀 레바논을 3-0으로 꺾고 22년 만에 레바논 원정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했던 징크스를 깼다.

예선전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탄 대표팀은 이제 다음 달 8일 조 2위인 쿠웨이트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조 1위는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직행하지만, 조 2위는 다른 조 2위들과 성적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한국과 함께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쿠웨이트는 빠른 역습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을 펼치며 3경기 12골의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럽파 9명이 합류한 슈틸리케호

이번 달로 축구 대표팀 취임 1주년을 맞는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20번의 A매치를 치르면서 59명을 대표팀 선수로 불렀다. 그중 11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가능성 있는 뉴페이스들을 발탁해 대표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혔다. 상주 상무의 이정협과 전북 현대의 이재성은 슈틸리케호가 배출한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한 실험 대신 믿음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을 비롯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 오랜 시간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한 유럽파 선수들을 모두 발탁하며 또 한번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올 여름 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토트넘 핫스퍼에 입단한 손흥민은 지난 18일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홈경기 데뷔전에서 2골을 터트린 데 이어 20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서는 프리미어리그 데뷔골까지 터트리며 소속팀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라오스와의 경기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하며 '슈틸리케호의 에이스'임을 입증한 손흥민은 다가오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에서도 골 축포가 기대되는 선수다. 무릎 부상을 털어내고 라오스와의 월드컵 예선전서 대표팀 캡틴으로 돌아온 기성용도 최근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소속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주전 경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청용도 대표팀에서만큼은 확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형적인 윙어로 분류되는 이청용은 10월 8일 골문 앞을 촘촘히 막아설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뚫을 중책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3월 국내서 열린 A매치 2연전(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에서 부름을 받았던 지동원도 6개월 만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8일 라오스와의 경기서 국가대표팀 데뷔골을 터트렸던 석현준도 지난 활약을 인정받아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는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1년간 다채로운 선수발탁으로 다양한 조합을 시험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쿠웨이트와의 경기서 베스트 11의 윤곽을 잡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슈틸리케호 원톱 노리는 석현준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동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예선 3연승을 달리며 거침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전방 원톱 공격수의 결정력 부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이정협(상무)과 김신욱(울산)이 원톱 공격자리에 나섰지만 골망을 한 번도 가르지 못했고 월드컵 예선 3연전에서도 원톱 공격수들의 화끈한 득점포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대부분 경기에서 4-2-3-1 전술을 사용했는데 그동안 '1'의 자리에는 이정협이 중용됐다. 그는 지난 A매치 13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높은 활동량에 비해 아직 결정력 면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안면 복합골절 부상으로 이번 명단에 제외된 이정협 대신 석현준이 원톱 자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3일 라오스와의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에서 5년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해 A매치 데뷔골을 맛본 석현준은 곧바로 이어진 레바논 원정에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 결승골을 유도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최근 소속팀(비토리아 FC)에 복귀한 뒤에도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며 정규리그에서 5골(4도움)로 득점랭킹 2위를 달리고 있어 이번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2010년 19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던 석현준은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서 뛰던 손흥민과 함께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뛰며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과 달리 석현준은 지난 2011년 아약스에서 방출당한 뒤 흐로닝언(네덜란드), 마리타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을 거쳐 지난 1월 지금의 소속팀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입단했다. 

지난 시즌 유럽에서 5위권에 해당하는 포르투갈 프로리그에서 10골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탄 석현준은 슈틸리케호의 원톱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쿠웨이트 원정 축구 대표팀 명단(23명)

▲ GK = 김승규(울산) 권순태(전북) 정성룡(수원)

▲ DF =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 힐랄) 김기희(전북)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 MF = 권창훈(수원) 한국영(카타르SC)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빗셀 고베) 손흥민(토트넘) 황의조(성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레퀴야) 이재성(전북)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 FW =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석현준(비토리아FC)

 ※ 예비명단 = 구성윤(GK·콘사도레 삿포로) 임창우(울산) 김주영(상하이 상강) 홍철(수원·이상 DF) 김승대(포항) 김민우(사간 도스·이상 MF) 김신욱(FW·울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슈틸리케호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