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당시 모습.

▲ '갈길이 남았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가 7대 3으로 승리했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덕아웃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가을 잔치를 향한 최후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24일 현재 한화는 63승 73패로 8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티켓이 주어지는 5위 롯데와의 승차가 고작 1.5게임에 불과하여 아직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은 남아있다.

한화는 전반기를 44승 40패 리그 5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19승 33패의 부진에 빠지며 급격한 내림세를 겪었다. 지난 8일 5위 자리에서 밀려난 이후로는 2주 넘게 탈환하지 못했다. 그 사이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과 구설수도 끊이지 않으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남은 경기 8경기, 게임 차는 1.5경기

한화 입장에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그런데도 경쟁팀과의 승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SK-기아 등 경쟁팀들이 자중지란에 빠지며 누구 하나 치고 나가지 못하는 진흙탕 싸움이 거듭됐다. 최근 사흘 연속 경기가 없었던 팀들이 상대 팀의 패배에 힘입어 어부지리로 5위를 주고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 롯데가 하루 만에 5위를 탈환했지만, 정작 팀은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져 있을 만큼 분위기는 오히려 하향세다. 지난 20일 두산전 이후 경기가 없었던 한화 역시 휴식일 동안 2.5경기였던 5위권과의 승차가 '가만히 앉아서 줄어드는' 수혜를 누렸다. 한화에게는 그야말로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온 셈이다.

여전히 한화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한화는 현재 잔여 일정으로 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롯데와는 8경기로 같고, SK는 9경기, 기아는 1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즌 막판의 1.5게임 차는 결코 좁은 격차는 아니다. 5강 경쟁팀들과의 맞대결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은 한화로서는 자력으로만 승차를 뒤집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강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롯데(8승 8패)에만 대등하고 SK와 기아(7승 9패)에게는 열세였다. 경쟁팀들이 잔여 경기에서 최소 5할 정도의 승률만 올려도, 한화는 남은 일정에서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한화는 최후의 8연전을 앞두고 마지막 숨 고르기를 했다. 한화는 지난 20일 대전 두산 전 이후 21~22일에 경기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이틀을 쉬었다. 23일 마산 NC전은 우천으로 취소됐고, 원래 예정된 휴식일인 24일까지 본의 아니게 무려 4일이나 쉬게 됐다. 그동안 장기레이스를 소화하며 강행군에 지친 선수단, 특히 불펜진에서는 모처럼 달콤한 휴식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한화는 남은 잔여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다. 25일부터 대전 홈구장에서 넥센과 2연전을 치른 뒤, 다시 하루 휴식 후 28일부터 6일 연속 경기에 돌입한다. 23일 우천 취소된 NC전은 28일에 편성됐다.

상대 팀과 이동 일정이 모두 만만치 않다. 남은 8경기 중 무려 6경기가 상위 1~3위 팀과의 맞대결이다. 가장 많은 3경기를 남겨둔 넥센을 상대로 4승 9패, 1경기를 남겨둔 NC에 5승 10패로 현저한 열세를 보였다. 2경기를 남겨둔 선두 삼성에는 그나마 8승 6패로 강했지만 최근 삼성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역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상위권 팀들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했지만, 최종 순위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한화전을 설렁설렁 치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25일부터 넥센-삼성과의 4연전을 모두 홈에서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3일 우천 취소된 NC 원정경기가 이 사이인 28일에 끼어들며 일정이 꼬였다. 하필이면 추석 연휴랑 정통으로 겹치는 시기에 NC전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홈 4연전 사이에 마산 원정을 다녀와야 한다. 시즌 마지막 3경기는 모두 원정(넥센-LG-KT)으로 치러진다. 한화로서는 남은 경기 일정표와 대진 운이 이래저래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불안한 마운드 운용, 꼬인 로테이션의 해법은?

로저스 데뷔전 완투승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기록한 한화 선발투수 로저스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 로저스 데뷔전 완투승 지난 8월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기록한 한화 선발투수 로저스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변수는 마운드 운용이다. 현재 한화는 믿을만한 선발투수 자원이 사실상 에스밀 로저스 한 명뿐이다. 로저스는 23일 NC전에서 애초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고, 4일 휴식을 기준으로 최대 3경기까지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NC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로테이션이 또 꼬이게 됐다.

9일 내 8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잔여일정에서 로저스를 선발로써 활용할 수 있는 것은 2경기가 최대다. 김 감독의 투수운영 방식을 참작할 때, 현재로써는 로저스를 25일 넥센전-30일 삼성전에 선발로 기용하고 남은 경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로저스를 불펜에 대기시키는 방법이 유력하다.

지쳐있는 주축 선수들이 얼마나 힘을 내주느냐도 관건이다. 권혁, 박정진, 김태균, 탈보트 등 그동안 한화를 지탱해왔던 주전 선수들인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체력 저하와 잔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들이 중요한 순간에 버텨주지 못한다면 한화의 5강행은 일장춘몽이 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내내 혹사 논란과 수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오직 가을야구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김성근 감독이다. 그의 리더십도 마지막 시험대에 서게 됐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