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밤의 TV연예>측에서 사용한 암살 포스터는 일베 콘텐츠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한밤의 TV연예>측에서 사용한 암살 포스터는 일베 콘텐츠로 확인됐다. ⓒ sbs


SBS가 또 일베 논란에 휘말렸다. 16일 방영된 <한반의 TV연예>에서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베(일베) 측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사진을 방송에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SBS의 일베 콘텐츠 사용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벌써 일곱 번째다. 특히 신뢰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간판 보도프로그램 <8뉴스>에서만 세 번이나 사고가 반복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번에 또 사고가 반복됐다. 대체 SBS에서는 왜 이렇게 일베 사고가 자주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이날 방영된 <한밤의 TV연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방송에서는 연예계 표절 논란과 관련해 영화 <암살>이 거론됐다. 최종림 작가가 제작사를 대상으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과 함께 1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는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어딘가 이상했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최덕문(황덕삼 역) 얼굴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다. 이는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이미지였고, 제작진은 그걸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뉴스 댓글에는 SBS를 질타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반응을 살펴보면, 관련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많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SBS 측은 "실수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아직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닌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그간 SBS 측은 일베의 합성 이미지 사용과 관련해 인터넷 검색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해명해왔다.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암살>의 포스터는 영화 제작사를 통해 얼마든지 원본을 구할 수 있고,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천만을 넘긴 인기 영화의 포스터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것이 단순한 실수일 뿐일까? 고의성을 가지고 사용한 것은 아닌지, 정말로 편집을 담당하는 제작진에 일베 회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따져볼 일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SBS가 개인 인터넷 방송도 아니고,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 신뢰성을 갉아먹는 행위다.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하하기 위해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퍼트리고 있는 일베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음에도 자꾸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SBS는 상황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일곱 번째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SBS는 또 다시 일베 회원들로부터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보수 방송'이라는 칭찬(?)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칭찬이 자랑스럽지 않다면, 아니 창피하다면, 이런 논란이 부디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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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암살 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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