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셀프/리스>의 포스터

영화 <셀프/리스>의 포스터 ⓒ Endgame Entertainment


데미안은 말기 암으로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사는 60대 남성입니다. 뉴욕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지만 돈으로는 생명을 연장하지도, 사이가 소원해진 딸과의 갈등도 풀지 못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를 통해 '쉐딩'이라는 첨단 의학 기술을 알게 됩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젊은 육체에 자신의 정신을 이식하여 새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이 필요한데 데미안에게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죠.

마침내 데미안은 알브라이트 박사에게 '쉐딩'을 받고 건강한 30대 남성의 육체를 갖게 됩니다. 그는 수십 년 만에 건강한 육체를 되찾은 기쁨을 누립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제까지 없었던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불멸을 만들었다(GOD CREATED MAN. MAN CREATED IMMORTALITY)'라는 홍보 문구처럼 영화 <셀프리스>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오래된 희구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젊고 건강한 대체 육체에 정신의 이식이 가능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그리 먼 미래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과 기술의 한계를 가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인물 간의 갈등과 내면의 딜레마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서의 장점도 발휘됩니다.

그러나 <셀프리스>는 감독 타셈 싱의 개성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작품입니다. 건물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나 몇몇 독특한 미장센 등의 디테일에서 감독 특유의 취향이 보입니다. 하지만 극의 전개는 기성품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딸을 사랑하지만 속내를 표현하지 못해 소원해진 부녀 관계,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 병으로 죽어가는 어린 딸을 위한 아버지의 희생, 유사 부녀 관계를 통한 대리만족 등 이제까지 숱하게 이야기되었던 주제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앞서 언급한 미학적인 디테일과 데미안이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장면 등 감독의 장기가 발휘된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타셈 싱이 연출한 영화라는 것을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데미안은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입니다.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문제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부에 들어서면 데미안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가 내릴 선택은 도덕적으로 가장 비난받지 않을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데미안이 관객의 예상과 다른 선택을 내렸다면 영화의 결말은 더 흥미로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영화는 목적지를 향해 가장 안전한 길을 달려갑니다. 맥이 풀릴 정도로 손쉽게 복선을 회수하면서 말입니다.

 영화 <셀프/리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알브라이트 박사

영화 <셀프/리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알브라이트 박사 ⓒ Endgame Entertainment


흥미로운 인물은 알브라이트 박사입니다. 알브라이트 박사는 자신의 간절한 욕망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 매드 사이언티스트입니다. 그러나 알브라이트 박사는 전형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인물입니다. 박사는 육체의 한계에 절망한 나머지 새로운 육체를 얻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젊고 건강한 육체를 얻습니다. 그러나 정신의 쇠락을 막는 방법은 미처 알지 못하지요. 그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구하지는 못합니다. 젊은 육체를 가진 그의 오래된 마음이 늙고 병든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은 기묘하고도 애틋합니다. 

알브라이트 박사를 연기한 배우 매튜 구드는 <스토커> 이후로 다시 한 번 어딘지 섬뜩하고 미스테리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마치 제 옷을 입은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데도 성공합니다. 아내가 머무는 요양원을 방문하는 장면이 그 예입니다. 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영화의 전개에 인상적인 터치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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