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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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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박수를 받고 있다. 집권 후반기 새롭게 급부상한 '통일외교' 덕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국 방문을 계기로 '통일외교'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일 한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중국 측의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는 얘기였다. 박 대통령은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한중 양국 간에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주변국, 더 나아가서 세계가 암묵적으로 '이건 좋은 일이다'고 동의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도 통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은 통했다.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1주 차 주간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4%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이후 처음으로 50%대 지지율을 회복한 것이다(8월 31일~9월 4일 전국 성인남녀 2500명 대상,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조사 병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관련 후속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 상태로라면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3년 차 지지율 하락 패턴에서 벗어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국정 중 '반쪽'에 불과하다. 나머지 반쪽인 '내치(內治)'가 삐걱댄다면 그 성과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헝가리와의 수교를 시작으로 소련과 알바니아에 이르기까지 동유럽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와 국교를 수립했다. 특히 한-소 수교, 한-중 수교를 통해 동북아 정세를 주도적으로 변화 시켰다. 북한과는 연달아 고위급 회담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못했다. 사회·경제정책 등 '내치'에선 혹독한 평가를 받았고, 임기반환점 당시 지지율은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꼴찌인 18%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의 성공작으로 평가받은 북방외교는 퇴임 후 급속히 퇴색됐다. 김영삼 정부는 북방외교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했고 1994년 1차 핵실험 위기라는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가야 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내치 분야에선 각종 숙제가 남아 있다. 통일외교 역시 당사자인 남북관계의 확실한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숨가쁘게 이어진 후속조치들... 그러나 전제조건부터 해결해야

지난 8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 두번째)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결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종료 지난 8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 두번째)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양측 대표단이 종결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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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는 가시적인 후속조치들을 밟아가고 있다. 일단,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의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을 해소 시키고 박 대통령 지지율 반등 계기를 만든 '8.25 합의'의 첫 성과물이 나왔다. 남북은 지난 8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준비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8일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3국 부국장급 회의를 15일 서울에서 개최한다"라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3국은 정상회의 시기 조정 등 제반 준비사항과 3국 협력 성과사업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상승세를 뒷받침한 한중관계 역시 '아주 맑음'이다. 특히 ▲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 양국 외교부 국장급·국방부 부국장급 인사의 2+2 대화 ▲ 국책연구기관 합동전략대화 ▲ 정당 간 정책대화 등 기존에 마련돼 있던 한중 간 4대 전략대화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전제조건인 남북관계는 '기초'도 못 다지고 있는 형편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동의했지만 이는 8.25 합의의 일부에 불과하다. 만약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계기로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 통일외교 자체가 허사로 끝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방중 당시 '통일' 관련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8일 박 대통령의 기내간담회 발언에 대해 "오늘의 조선반도 정세흐름에 너무도 역행하는 불미스러운 언사"라며 "가시 박힌 말 한마디, 무례한 행동 하나로도 합의가 휴지장이 되고 북남관계가 또다시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현재의 남북관계가 통일을 논의하기엔 아직 멀리 서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약속한 '평화통일 협력' 역시 외교적 수사일 수 있다. 한중 양국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 내용을 '공동보도문' 형태가 아니라 '언론지침(coordinated press guidance)' 형태로 각자 내놓았다. 즉, 양국이 큰 방향에서 공유한 내용이긴 하지만 해당 사항들이 '공동보도문'처럼 확실한 문구로 못 박은 합의가 아니란 얘기다. 이 때문에 당시 중국 측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한·중·일 정상회의나 동북아평화구상에 대한 지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양국 정상 간에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는 표현도 없었다.

실제로 중국은 박 대통령 방중 직후부터 북한을 달래는 중이다.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 한국과 함께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 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할 것"이란 내용의 정권 수립일 67주년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노동개혁·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주요 국정과제 '동의' 못 받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를 점거한 채 '노동시장구조개악저지 집중행동' 대회를 진행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참석자 얼굴을 향해 캡사이신을 조준발사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를 점거한 채 '노동시장구조개악저지 집중행동' 대회를 진행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참석자 얼굴을 향해 캡사이신을 조준발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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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치' 역시 방심할 수 없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에서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지역발전 정책의 핵심은 결국 좋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라면서 "더 나아가 지역의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성장한 내 고향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꿈을 이뤄갈 수 있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일 "정부의 노동개혁이 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청년들을 채용하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전체의 55.0%가 '현재와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친(親) 대기업적이라는 비판에 공감한다는 응답도 전체의 52.2%"라고 밝혔다(9월 2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장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77.7%가 국정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중·고교 사회교사 77.7%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

박 대통령은 '통일외교'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국정동력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이처럼 '내치'에 있어서는 폭 넓은 동의를 못 얻고 있다. 오히려 '통일외교'로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을 하락 시킬 자충수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태그:#박근혜, #통일외교, #노태우, #노동개혁,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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