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이지이 역의 배우 임지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상류사회>에서 이지이 역을 맡은 배우 임지연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머리발, 화장발, 조명발, 각도발... 세상엔 각종 '발'들이 있다. 그렇다면 배우에겐? '캐릭터발'처럼 중요한 게 있을까. 작품에서 맡은 인물의 매력이 클수록, 이를 연기하는 배우에겐 득이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SBS <상류사회>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딛은 배우 임지연은 이 캐릭터발을 톡톡히 봤다. 혹자는 그가 연기한 이지이를 두고 '2015년 브라운관에 등장한 여성캐릭터 중 최고'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주인공 장윤하(유이 분)의 친구이자 또 다른 주인공 유창수(박형식 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로 이지이를 정의하기엔, 이지이의 매력은 차고 넘쳤다. 내세울 것 없는 스펙에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긍정의 힘'을 외치고, '극복해낸 상처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호감이 가는 남자에게 짐짓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 그러면 흔들릴 것 같다'고 할 때마다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청자도 늘어갔다.

"역할 자체가 정말 매혹적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이지이 역의 배우 임지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지이에 대한 임지연의 첫인상도 시청자와 비슷했다. "시놉시스를 받는 순간 느낌이 왔다, 정말 하고 싶었다"는 그는 "역할 자체가 정말 매혹적이었다, 초반 분량은 적지만 '사랑스럽다'는 생각에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예상이 안되는 인물이라 (이지이가) 재미있어 보였다"는 임지연은 "연기하면서는 내가 갖고 있는 표정이나 제스처, 성격 같은 것들이 모두 이지이의 소스라 생각하고 갖다 썼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 모습에서 출발해야 했죠. 지이는 뭘 계산하고 행동하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그냥 천성인 거죠. 고등학교 때 4차원적인 모습 때문에 왕따를 당했는데, 스스로 그걸 몰랐다는 설정도 있었잖아요(웃음). 덕분에 (연기하는 데)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드라마는 처음이니 초반 촬영에선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었는데요, 미리 감독님께 '마음껏 오버해서 연기할 테니 과장되어 보이면 조절해 달라'고 부탁도 드렸죠."

이 부탁을 뒤로 하고, 임지연은 카메라 앞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박형식, 유이 등 또래 연기자들과의 호흡도 '함께 장면을 만들어간다'는 충실함을 느끼게 했다. 유창수의 귀가 특이하다며 손을 뻗어 만지려 하고, 해변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 등이 바로 이 같은 호흡에서 나온 것들이다.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많아 끝나고 나니 많이 아쉽다"는 그는 "그래도 앞으로 창수와 지이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상류사회>와의 이별이) 후련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제 지이는 시어머니를 쥐락펴락하며 살 거예요. 때로는 합심해서 창수를 괴롭히기도 하겠죠? 재벌가에 시집갔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가진 것에 당당했던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대학을 가거나 무언가를 배운다고 해도,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을 거예요. 아마 윤하네 회사에서 잘 풀리지 않을까요? 본부장까지 됐을 거예요. 지이의 매력이라면요. (웃음)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기엔, 지금이 정말 즐겁다"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이지이 역의 배우 임지연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상업 연기자로 데뷔한 초반,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연기의 방향과 (상업 연기가) 다르기도 했고, 갑자기 대중의 채점을 받는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았거든요. 또 제가 그렇게 강렬한 여성으로 데뷔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요. (웃음) 그래도 나름 고민과 연구를 통해 택했던 작품들이고, 저에겐 소중한 필모그래피들인 만큼 후회는 없어요."


이름 석 자에 스틸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임지연의 데뷔는 꽤 강렬했다. 톱스타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데뷔작 <인간중독>(2014)은 위태로운 남녀의 사랑을 그린 것이었고, 이듬해 출연한 <간신>은 파격적이다 못해 치명적이기까지 했다. '신선한 얼굴의 등장'이라며 열광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또 누군가는 소모될 여배우의 이미지를 걱정했다. 임지연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출연한 영화들에는 단순히 '파격'이라는 한 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는, 그의 다양한 얼굴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만난 <상류사회>와 이지이는 임지연에게 '성공적인 브라운관 데뷔작'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동안 일하며 지치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임지연은 "지이가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가장 크게 힐링 받은 건 나더라"고 했다.

이제는 그 이지이와도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마지막 인사를 해 달라는 말에 임지연은 "부족한 게 진짜 많았는데도 여러 도움을 받아가며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감사하다"며 "이 감사함을 잃지 않아야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지만 앞으로 지이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을 마친 임지연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미래를 향한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어떤 분들은 제 열정이 소진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쉽게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언젠가 연기에 대한 진지함을 잃는 순간이 온다면 슬럼프도 올 수 있겠죠. 하지만 제 길을 확실히 간다면, 또 지금처럼 즐길 수만 있다면 전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막 배우로 걸음마를 뗀 제가 나중에 올 슬럼프나 꺼져버릴 열정을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일까지 생각하고 두려워하기엔, 전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즐겁거든요."

임지연 상류사회 인간중독 간신 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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