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축구의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예멤버인 해외파를 차출하지 않고 K리그 위주의 선수들을 통해 거둔 결과이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수비조직력 또한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시안컵에선 일본에 1골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실점이 없다. 아쉽게도 골 결정력에서는 항상 의문 부호를 달고 다녔다. 이번 동아시안컵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총 3골을 기록했다. 북한은 2골을 기록했고, 일본과 중국은 3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전에서의 2골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골 결정력이라는 숙제를 푸는듯싶었다. 그러나 일본과 북한과의 경기에서는 PK를 제외하고 연거푸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미완의 과제인 '부족한 골 결정력'을 품고 9월 3일에 홈으로 라오스를 불러들인다. 라오스가 비교적 약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른바 10백 수비를 들고나올 시, 지공을 통하여 뚫기는 여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대한 기대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최근 최전방 스트라이커 후보의 물망에 오르는 이정협, 김신욱, 이용재, 황의조 등이 있다. 요즘 경기 감각이 한창 물 오른 박주영도 있다. 그야말로 원톱이라는 하나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선수들이 아주 많다. 여기서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선수 중 하나는 단연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정협이 왜 이런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밀어냈는지, 대표팀에서 확실한 원톱카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슈틸리케호에서 골을 가장 많이 기록한 원톱



 원톱으로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 가운데 이정협이 4골로 가장 많다.

원톱으로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 가운데 이정협이 4골로 가장 많다. ⓒ 장지훈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014년 9월에 부임한 이래로 원톱 자리에서 9골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이정협은 4골을 기록했다. 특히 이정협은 대표팀 첫 경기인 사우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며 확실히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로 대표팀에서 이정협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수는 모두 실험대상이 되어 버렸다.

경쟁자라 불릴 법한 김신욱, 조영철, 이용재도 다소 많은 시간을 투입하며 실험했다. 하지만 활약이 미비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김신욱은 후반에 조커로 활용하기 좋은 자원이라고 슈틸리케 감독에게 평가받았다. 대표팀에서 김신욱은 소속팀 울산 공격의 중심이 되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동국도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3골이나 기록했다. 확실한 원톱 카드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활동량이 많고 수비 가담에 활발한 공격수를 원한다. 그러나 이동국이 그런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이보다 포스트플레이에 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아래서는 국내 정상급 공격수 이동국보다 이정협이 더욱더 매력적인 것이다.

공수에 있어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

 동료 선수들에게 수비 상황을 지시하는 이정협 선수

동료 선수들에게 수비 상황을 지시하는 이정협 선수 ⓒ KFA


우리나라의 골은 주로 구자철과 손흥민에게서 터진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구자철은 A매치 47경기에서 14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43경기 11골을 기록한 상태다. 박주영이 68경기 24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좋은 득점력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동아시안컵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골 결정력은 구자철, 손흥민이 있으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했던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골을 자주 넣는 손흥민, 구자철 등과 같은 선수들이 주로 2선에 위치한다. 공격 작업에서 가장 많이 관여하는 선수들이다. 특히 손흥민이나 구자철 같은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서는 최전방 원톱이 연계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런 연계플레이에서의 탁월함을 바로 이정협이 갖고 있다. 왕성한 활동량을 통하여 폭넓게 움직인다. 측면은 물론 중앙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며 2선의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적절한 원투패스로 기회를 만들어낸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에 대해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탁월한 선수"라는 평가를 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공격 시에 이정협의 연계플레이와 움직임이 전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수비에서도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정협의 가치가 드러난다. 이정협은 어느 공격수보다 강력한 전방압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이 뺏기자마자 수비가 시작되는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공격진에서의 성실한 압박은 상대 수비진에서의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정협은 대표팀의 일차적인 수비와 공격을 모두 책임지는 역할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정협의 공수에서 성실한 모습은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대표팀은 다음 달 3일과 8일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을 가진다. 이때 부상의 변수만 아니라면 이정협은 또다시 최전방 원톱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대표팀은 어느 정도 뼈대가 잡혔다. 그 뼈대 속에 이정협은 아마 최전방 원톱 제 1옵션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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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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