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팀의 확실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LG와의 경기에서 국내무대 첫 데뷔전을 가졌던 로저스는 팀의 5연패를 끊으면서 완투승을 거두었다. 팀의 연패탈출과 선발투수 고민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한국무대 첫 데뷔전에서 로저스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한 직구를 던지면서도, 확실한 제구능력까지 갖추면서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9회까지 경기 전체를 책임지며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했다.

로저스는 지난 11일 kt와의 경기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번째로 등판한 LG와의 경기 이후 4일 만의 재등판이었지만, 확실한 피칭을 보이며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9회까지 3개의 안타와 볼넷만을 허용하는 가운데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을 기록했다. 선발투수의 기근에 시달리던 한화에 새로운 투수 로저스는 2연속 완투승을 선사하며 팀 마운드의 재건에도 확실한 버팀목을 제공했다.

한화의 로저스의 효과? 아직은 시기상조

로저스 데뷔전 완투승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기록한 한화 선발투수 로저스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 로저스 데뷔전 완투승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기록한 한화 선발투수 로저스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로저스는 LG와 펼쳐진 국내 데뷔전에서 9회 경기종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1명의 투수가 경기를 마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것 자체가 한화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은, 선발 투수에 대한 배려보다는 경기진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SK 감독 시절에도 투수들을 자주 교체하면서 '벌떼 야구'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스타일은 한화 감독 부임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신인 김민우는 프로데뷔 첫 승을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날리는가 하면, 승수 추가에 목마른 배영수도 승리투수를 눈앞에 두고 교체된 적이 있다. 한화는 선발승의 기근과 함께 계투요원의 혼란까지 일어나면서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갔다.

과거에는 선발이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는 형태의 마운드 운영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화의 마운드 환경으로 볼 때, 선발이 완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로저스는 데뷔전 완투승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나 좀 더 들어가 보면 당시 상대팀 LG는 시즌 9위로 처져있는 하위팀이었다. 데뷔전 상대였던 LG는 올 시즌 팀 타율이 0.259로 9위에 머물고 있다. 로저스는 데뷔전을 약팀과 상대하면서 일단 유리한 상황에서 첫 한국무대를 밟은 셈이다.

두번째 등판인 kt와의 경기도 마찬가지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kt와의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 등판이 승리투수를 보증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일단 kt의 타선이 8월 들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팀 타율이 리그 7위에 있고 선수층이 탄탄하지가 않다.

국내경기에서 18이닝에 등판하여 1실점에 그치는 호투를 보이며, 로저스는 순식간에 한화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등장했다. 그러나 표면적인 수식보다는 좀 더 실질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로저스는 아직 4강권에 있는 팀과는 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이다. 두 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나름의 검증을 거쳤다고 할 수 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아직 강팀과의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데뷔전'을 치렀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로저스에 대한 프로필 수식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 영입된 유일한 현역 메이저 리그 투수'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다. 반면 이번 시즌 뉴욕 양키즈에서 성적부진으로 인해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끝내 방출당했기 때문에, 시즌 컨디션이 그렇게 좋다고 보기에도 무리이다.

5위 싸움의 와중에서 확실한 팀 이미지 상승 효과 거둬

로저스의 2경기 등판 기록 로더스가 지금까지 펼친 기록입니다.

▲ 로저스의 2경기 등판 기록 로더스가 지금까지 펼친 기록입니다. ⓒ 두남진


국내 무대 첫 2경기를 최하위권에 있는 두 팀과 치른 상황에서, 로저스는 한화의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데 성공했다. 침체되었던 한화의 팀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물론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왜 하필 최하위 팀들과의 경기에 등판 시켰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는 있다.

시즌이 종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화는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SK와 치열한 5위 다툼을 펼치고 있다. 현재 한화와 SK는 서로 상반된 입장에 놓여 있다. 한화는 새로운 투수 로저스를 앞세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SK는 마운드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최근 경기에서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위 자리도 SK에서 한화로 바뀌었다.

지난 11일 롯데와 펼쳐진 경기에서도 SK는 주포 최정이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최근의 분위기 침체에 또 한 번 찬물을 부었다. SK가 마운드의 부진으로 인하여 내리막을 걷는 대신, 한화는 새로운 얼굴 로저스를 앞세워 오르막길을 향하고 있다. 양 팀간의 5위 싸움 양상은 현재로서는 한화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의 양상도 SK는 세든이 예상외의 부진을 보이는 것과 상반되게 한화는 로저스가 화려한 이미지 메이킹을 이룩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무대 진출 이후 18이닝동안 1실점이라는 화려한 프로필을 간직하게 된 로저스이지만, 앞으로 팀이 중요한 순간에 강팀과의 경기에 등판하여 진정한 승부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강팀과의 등판 앞둔 로저스, 진정한 검증의 시간이 오고 있다

한화는 kt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 가운데 최근 경기 4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가 상승모드를 타고 있다. 로저스가 kt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후 두번째 경기에서는 송창식이 등판하여 6이닝 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선발승을 챙겼다.

선발승 기근에 시달리던 한화의 마운드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팀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 한화 팬들은 벌써 로저스를 야구장의 예수(지저스)로 지칭하며 '로지저스'라고 부르고 있다. 로저스가 4일간 휴식 후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다음 등판 경기는 일요일 삼성과의 경기이다.

8, 9위팀 간의 경기에서 거둔 승리라는 수식어를 떼기 위한, 진정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혹 일요일 삼성과의 경기에 등판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음주 첫 경기가 시즌 2위인 NC와의 경기이다. 이제 로저스가 한국 무대 진출 후 확실한 검증을 받아야할 시간이 왔다.

지금까지 등판한 2경기에서 삼진 14개를 잡아내고 1실점에 그치면서 화려한 성적을 보유하게 된 로저스. 그가 한국무대 3번째 등판부터 본격적인 자신의 기량을 선보여야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미국 야구계의 로저스에 대한 평가는, 직구가 빠르지만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몰릴 때가 많다는 게 중론이이다. 이럴 경우 홈런 타자들에게는 치기 좋은 '밥상'을 차려주는 격이 되기도 한다. 이제 한국의 홈런 타자들을 맞아 로저스가 펼치는 투구도 기다려진다. 아직 한국의 홈런 타자들을 로저스는 제대로 상대하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는 효자 투수 로저스가, 한국무대에서 진정한 에이스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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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한화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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