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고영민-오재일 후반기 활약이 기대되는 고영민과 오재일.

▲ 두산 고영민-오재일 후반기 활약이 기대되는 고영민과 오재일. ⓒ 한호성


후반기 최대 변수는 날씨와 체력이다. 체력의 경우 부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선수들 입장에선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백업 요원이 탄탄한 두산엔 예외일지도 모른다. 지난주 3승 3패, 주간 성적만 놓고 보면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데도 두산은 선두 삼성과 격차를 한 경기 차로 유지하며 여전히 선두 경쟁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이번 주 홈에서 치르는 6연전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화와 삼성을 나란히 상대한다. 두 팀 모두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는 팀들이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내심 후보 선수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1군과 2군을 오가던 박건우, 오재일, 고영민이 나란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주전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애증의 대상이었던 이들의 활약에 등을 돌렸던 팬들도 환호하기 시작했다.

야수들의 고른 활약, 컨디션 상승은 저절로 따라왔다

이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7월 3일 넥센전이었다. 그 날 로메로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1루에는 고영민이 대수비로 들어왔는데, 냉정히 말해서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수비에서 안정감 있게 해 주고 떨어지는 공에 조심했으면 하는 게 팬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8회 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고영민은 흔들리지 않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뒤이어 9회 초에는 김민성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낚아채는 등 단단히 벼르고 나온 모습이었다. 팀이 끝내기 기회를 맞이한 10회 말 무사 1, 3루에서도 보란 듯이 3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뽑아내며 직접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고영민은 중요할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9일 대전 한화전에선 6-5로 뒤지던 8회 초 또 한 번 고영민이 한화 불펜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권혁을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터뜨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6일 마산 NC전에선 한 점 차로 앞서던 9회 초 이민호를 상대로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 덕분에 한동안 팬들의 장롱 속에서 머물렀던 고영민의 유니폼은 하나둘씩 잠실구장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영민의 활약에 다른 백업 구성원들까지 자극을 받았다. 2012년 이성열과 1:1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미완의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벤치 신세를 져야만 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국내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던 오승환에게 역전 솔로포를 터뜨렸던 주인공이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잠깐에 그쳤다.

지난해는 외국인 타자 칸투가 1루를 지키며 주전 자리조차 노리기 힘들었고 올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16일 잠실 kt전부터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더니 지난주에만 6경기에서 홈런 4개를 몰아치는 괴력을 과시했다. 두산이 기대했던 오재일의 잠재력이 터진 셈이다. 7번 타순에 배치되며 하위 타선의 무게감을 더하는 데에서도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두 선수보단 조용하지만, 박건우의 컨디션도 주목해볼 만하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 9푼 2리, 지난 21일 인천 SK전에선 3타수 3안타를 기록해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중장거리형 타자로 입단 초부터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직 진행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수빈-정진호의 워밍업 정수빈과 정진호가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정수빈이 피로 누적으로 2군에 내려갔고, 정진호가 1군 등록을 앞두고 있다.

▲ 정수빈-정진호의 워밍업 정수빈과 정진호가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정수빈이 피로 누적으로 2군에 내려갔고, 정진호가 1군 등록을 앞두고 있다. ⓒ 유준상


본격적인 순위 경쟁, 백업의 반란은 두산의 원동력

정수빈이 피로 누적으로 인해 7월 27일 자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최소 열흘 동안 1군에 올라올 수 없다. 박건우의 컨디션이 올라왔고, 7월 3일 자로 말소됐던 정진호가 오랜만에 1군 콜업 명령을 받았다. 2년간 상무에서 가다듬은 정진호가 후반기 두산 외야진의 키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비단 정진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병헌, 허경민, 오재원 등 주력이 좋기로 소문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부상에 대한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면서 백업 멤버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주환, 고영민 등 벤치 신세를 진 이들의 진가를 확인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이나 NC도 백업 선수 육성에 대해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팀들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선발과 후보 선수의 기량 차가 가장 적은 팀을 꼽으라면 단연 두산이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적인 안배가 가능하고 잔여 경기가 많아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에 대한 준비에서도 백업 멤버의 활약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주를 끝으로 다음 주부턴 2연전 체제로 돌아가면서 이동 거리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이지만 백업 선수가 탄탄하다면 부담은 덜하다. 타선뿐만 아니라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기다렸던 더스틴 니퍼트가 내달 2일 삼성전에서 돌아오고, 진야곱이나 허준혁 등 깜짝 활약을 선보인 투수들은 여전히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우승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으며 항상 내년을 기약해야만 했던 지난 날의 후회는 잊어야 할 때이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그 꿈에 근접하고 있는 두산의 후반기는 기분 좋은 백업의 반란에서 시작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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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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