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21라운드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현재 전북과 수원의 선두 싸움이 치열하다. 최근 이적 문제로 전북은 팀의 주요 득점원인 에두가 갑작스럽게 떠나 전체적으로 침체하여 있는 분위기이다.

이동국보다는 실질적으로 에두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는 횟수가 많고, 팀의 최전방 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또한, 에두는 리그 득점 1위였기 때문에 전북의 아쉬움은 더욱 더 크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그 1위 전북을 따라가는 2위 수원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 역시 정대세의 큰 공백이 생겼다. 현재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을 확정 지은 정대세는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12일 부산과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팀과 작별인사를 했다. 정대세의 역할과 존재감을 채워줄 선수가 없는 수원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대세는 2013년에 수원에 입단한 첫 시즌에 23경기 10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인민 루니를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빅버드에 입증했다. 서정원 감독 또한 자신이 직접 연락을 해서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에 2013시즌 전체적인 능력치에 만족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인 2014년에 정대세의 '인민 루니'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대세는 2014년 시즌 총 28경기 중 18경기를 교체 출전하며 선발 선수에서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브라질 용병 로저와의 원톱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잃으며 그저 평범한 공격수로 전락하고 말았고, 다음 시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정대세의 와신상담과 환골탈태

 인민 루니에서 인민 벤제마로

인민 루니에서 인민 벤제마로 ⓒ 수원삼성 홈페이지


정대세는 이번 시즌 누구보다 달라져 있었다. 과거 공격 지역에서 다소 이기적이었던 플레이를 지우고,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공격을 이끌었다. 2013년에 23경기 10골 2도움, 2014년에 28경기 7골 1도움을 기록했던 정대세는 현재 20경기 5골 6도움으로 기록에서도 확연한 변화를 보여준다. 골이 더 많았던 지난 시즌들에 비해 올 시즌은 도움 수가 더 많으며, 2선에서 골을 넣을 재능이 있는 선수들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팀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대세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벤제마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벤제마는 최전방 자리이지만 호날두와 베일의 공격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같은 플레이와 결정적인 순간엔 정확한 슈팅을 보여주며 탁월한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이다

정대세도 수원의 2선에 염기훈과 산토스, 이상호 등이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줌과 동시에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여지없이 골망을 가르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플레이는 답답했던 수원의 공격진에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닥치고 공격'의 전북과 팀 전체 득점이 1골밖에 차이 나지 않는 화끈한 공격력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수원 공격의 핵으로 자리 잡은 정대세는 카이오와의 주전 경쟁에서도 입지를 굳게 다졌다.

정대세가 없으면 누가 그 역할을? 전술 변화의 가능성은?

​전술의 변화 없이 정대세의 최전방을 메울 선수의 후보로는 하태균, 카이오, 방찬준이 있다. 하태균 같은 경우는 연변 FC에서 임대생활을 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이 하태균을 다시 팀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연변 FC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카이오는 전북 현대에서 영입해온 브라질 용병이다. 187cm 77kg의 훌륭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카이오는 현재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순위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신인 공격수 방찬준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모든 공격수들이 서정원 감독이 생각하고 있던 정대세의 대안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게 됐다.

그렇다면 수원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팀의 전술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오는 17일 K리그 올스타전으로 브레이크 기간이 있으므로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다. 또한, 수원은 현재 2선에 염기훈, 산토스, 레오, 이상호, 서정진, 권창훈 등 풍부한 자원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선수들을 활용하여 앞으로 리그에서 새롭게 펼쳐나갈 전술을 브레이크 동안 훈련할 수 있다.

 그래도 수원에겐 염기훈이 있다.

그래도 수원에겐 염기훈이 있다. ⓒ 수원삼성


그중에서도 팀의 주장 염기훈에 대한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대세나 카이오가 있을 때 보통 염기훈은 왼쪽 측면에 위치하지만 움직임 자체는 왼쪽에 국한되지 않는다. 좌, 우, 중앙을 제한 없이 스위칭하며 기회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좋다. 산토스 또한 비슷한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에 최전방에 염기훈이나 산토스를 배치하여 제로톱을 운영할 수도 있다.

정대세 또한 상대 수비진을 등지며 포스트플레이 하기 보다 2선의 선수들과 스위칭을 활발하게 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이 되어주고, 측면으로 자주 돌아나가며 수비를 유도하여 상대의 배후에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플레이는 공격 진영에서 스위칭 플레이와 측면에서 윙 플레이를 자주 하던 염기훈에게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팀 위기의 순간, 서정원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을 서정원 감독

생각이 많을 서정원 감독 ⓒ 프로축구연맹


서정원 감독은 지금 누구보다 생각이 많을 것이다. 최근 7G 무패를 이어가며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 마련됐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욱 더 끈끈해진 팀의 조직력을 칭찬했던 서정원 감독의 행복도 잠시 부상자를 비롯한 정대세의 공백을 메우며 전북을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현재 원톱 자원이 없는 수원은 풍부한 2선 선수들로서 이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전북을 무너뜨리며 리그 1위를 차지한다면, 자신의 감독 경력은 물론 K리그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팀을 잘 이끌어온 서정원 감독이기에 어떤 식으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K리그 축구 팬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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