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전반기 일정이 마무리됐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구단 체제와 팀 당 144경기의 대장정으로 진행되며 어느 때보다 숱한 화제를 만들어냈다.

전반기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는 역시 '한화 신드롬'. '야신' 김성근 감독이 3년 반 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전반기 44승 40패로 5위를 기록했다. 한화가 2008년(당시 56승 46패, 승률 0.549) 이후 무려 7년 만에 기록한 전반기 최고 승률이었다.

한화 신드롬부터 '엘롯기'의 동반 추락까지

 <YONHAP PHOTO-2383> 한화 3연승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3연승을 기록한 한화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5.4.26
    youngs@yna.co.kr/2015-04-26 17: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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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연승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지난 4월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3연승을 기록한 한화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와 5회의 꼴찌를 기록하며 암흑기를 보내던 한화는, 올 시즌 전반기에만 10개 구단 중 최다인 27회의 역전승과 12회의 끝내기 승부(6승 6패)를 기록하며 가장 끈끈한 팀으로 변모했다. 중독성 강한 한화 야구를 가리켜 '한화 극장' '마리한화'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비록 순위는 5위지만, 화제성과 주목도는 1위도 부럽지 않을 만큼 올 시즌 한화 야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화의 최고 인기 스타는 역시 김성근 감독. 개성과 소신이 뚜렷한 야구 철학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성근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고 나서도 변함 없는 스파르타 훈련과 벌떼 야구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앞세워 만년 약체팀을 중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권혁, 윤규진, 박정진, 송창식 등으로 이어지는 한화 필승조 'H4'는 전반기에만 18승 27홀드 21세이브를 기록하며 김성근 야구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 관심만큼 김성근 감독과 한화 야구는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시즌 초 롯데와의 빈볼 논란을 비롯해, kt전에서 무관심 도루와 9회 투수 교체 등은 '불문율'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불펜 필승조의 잦은 등판과 과도한 의존도에 따른 혹사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성근 감독은 수많은 화제와 논란 속에서도 후반기 역시 자신만의 마이 웨이로 정면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

한화 돌풍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반기 판도를 주도한 팀은 삼성-두산-NC의 3강이었다. 통합 4연패에 빛나는 삼성은 49승 34패로 올해도 1위를 지켰다. 예년에 비해 확고부동한 독주 체제는 아니었다. 꾸준히 3위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5월 하순부터 두산-NC에 종종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고비도 많았다. 그럼에도 베테랑 이승엽-최형우의 분전과 신예 구자욱의 성장, 외국인 투수 피가로의 활약 등이 더해지며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특유의 시스템 야구를 앞세워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 6위의 설움을 만회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다승 단독 1위인 유희관(12승)과 장원준(9승) 필두로 한 선발진은 니퍼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타선에서도 김현수와 양의지가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군 진입 3년 차 NC는 4월 초반 부진을 만회하며 올해는 선두권까지 위협할 만큼 더욱 성장하는 모습이다. 에릭 테임즈-나성범-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리그 최강이다. 마운드에서는 10승을 기록한 에이스 에릭 해커와 노장 손민한의 깜짝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넥센도 4위지만, 실질적으로 3강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서건창의 초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박병호가 4년 연속 30홈런을 돌파하며 여전히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유한준, 김민성, 윤석민 등도 모두 개인의 커리어 하이 시즌에 도전하며 강력한 타력의 힘으로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는 SK가 꼽힌다. 올 시즌 삼성의 대항마로 꼽히며 우승 후보라는 평가까지 들었지만, 5할이 조금 넘는 승률에 그치며 6위(41승2무39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초반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밴와트, 켈리, 김강민, 최정, 박정권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수직 추락했다. 타선의 빈약한 결정력에 팀도루도 54개로 최하위에 그치며 공격력이 빈곤했던 것이 뼈아팠다.

흔히 '엘롯기'(LG, 롯데, KIA)로 통하는 전통 명문 3팀이 나란히 동반 추락한 것도 눈에 띈다. 사이좋게 7~9위를 삼분한 세 팀 간 승차는 고작 2게임으로 도토리 키재기 신세다. 신생팀 kt 덕에 꼴찌는 피했지만, 세 팀이 동시에 최하위권으로 처진 것은 오랜만이다.

그나마 시즌 전부터 전력 약화와 감독 교체 등으로 인하여 성적보다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롯데-KIA에 비해, LG는 특별한 전력 누수가 없었음에도 '엘롯기'에서도 가장 처지는 9위로 추락한 것은 충격이라는 평가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 꼴찌 삼국지를 형성했던 '엘롯기 동맹의 부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케이티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선발 투수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케이티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선발 투수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내구단 kt, 마지막은 빛났다

반면 막내구단 kt는 비록 전반기 순위는 꼴찌(28승 58패)지만, 최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박수를 받고 있다. 시즌 초반 동네북으로 전락했던 kt는 뒤늦게나마 각성해 과감한 투자와 트레이드를 통해 6월부터 전혀 다른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교체 외국인 타자 댄 블랙과, 트레이드를 통한 유망주 포수 장성우의 영입은 전반기 kt가 선택한 신의 한수로 꼽힌다.

kt는 6월 이후에만 팀 타율 3할2리(3위), 팀홈런 42개(2위)를 기록하며 넥센을 능가하는 타격의 팀으로 급부상했다. 탈꼴찌는 어려워보이지만, 어느덧 승률을 3할대(.326)까지 끌어올리며 이제는 누구도 kt를 만만한 1승 제물로 여기지 못하게 됐다. kt의 선전은 후반기 리그 판도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전반기 프로야구에는 눈에 띌 만한 큰 기록들이 속출했다. 올해 불혹의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난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롯데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KBO 리그 통산 첫 400홈런을 돌파하며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승엽은 전반기 1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통산 405홈런으로 매 경기마다 역대 기록을 새롭게 경신 중이다.

KIA 에이스 양현종은 전반기 111.2이닝 동안 23실점 22자책점을 기록하며 방어율도 1.77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준으로 전반기를 1점대 자책점으로 마친 투수는 2010년 당시 한화 류현진 이후 양현종이 5년 만에 이룬 기록이다.

박병호와 에릭 테임즈의 홈런왕 경쟁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병호는 4년 연속 30홈런을 돌파하며 홈런 1위, 최다 안타 1위(116개), 득점 1위(86개), 타율 3위(.348), 타점 2위(83개)로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테임즈 역시 홈런 2위(28개), 타율 2위(.360)·타점 1위(86개)·득점 2위(77개)·도루 5위(22개)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반기 20-20과 사이클링 히트(4월 9일 KIA전, 역대 17번째)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극에 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은 올 시즌 많이 완화됐다. 리그 평균 자책점은 지난해 5.28에서 4.79로, 팀타율은 0.291에서 0.276으로 각각 하락했다. 수준 낮은 난타 전 경기가 줄고 KBO가 올 시즌 대폭 강화한 스피드업 규정의 효과로 경기 시간도 평균 3시간 21분으로, 지난해보다 6분가량 단축됐다.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를 노리는 KBO는 전반기 419경기에서 총 433만 618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 한국 사회를 강타한 메르스 여파와 잦은 우천 취소라는 악재에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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